미니룩스가 무겁고 크다는 말들을 다른 카메라동에서 종종 듣는데.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겠습니다. tc-1을 같이 쓰고 있기는 하지만 그냥 슥 가방에서 꺼내어서 찍기에는 미니룩스 정도의 크기로도 전혀 문제는 없거든요. 게다가 첫롤을 찍었는데 필름에 익숙치 못해 포커스가 나가버린 사진들이 많긴 하지만 '이거 정말 물건이구나'싶을 정도의 화질을 보여줬습니다. tc-1이 강렬하긴 하지만 저로서는 미니룩스의 결과물이 더 끌리더군요. 물론 가장 인기있는 P&S는 콘탁스 T3입니다만, 너무 가격이 비쌉니다. 이베이에서 오랫동안 탐색전을 벌이며 찾은 검은색 콘탁스는 (언제나 그렇듯이) 쉽게 한화로 80만원 이상이 쑥 올라가버리더군요. 인기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정말이지. tc-1 같은 경우도 완전한 신동급을 그보다는 싸게 구입할 수 있어요. 매물이 t3보다 극히 적어서 그렇지.

검은색 미니룩스 같은 경우, 한 이스라엘 바이어로부터 50만원 중반대 정도의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이 사람이 내놓은 물건들을 보아하니 '장물애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아직까지 들긴 합니다만). 물론 그것도 싼건 아닙니다. P&S에 50만원을 들이느니 차곡차곡 모아서 M시리즈를 사거나, 혹은 콘탁스 G시리즈를 사라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검은색 모델은 자주 등장하지 않는데다가, 막판에 몇몇 (확신합니다) 한국 바이어들의 비딩 공세에 지기 싫어 그냥 과감하게 질러버리고 말았지요. 만족합니다. 검은색 미니룩스 모델은 참으로 아름답거든요. 중세의 건축가들에게 이 물건을 타임머쉰으로 보낸다면, 아마도 가장 값비싼 왕가의 교회를 짓는 벽돌들과 함께 사용했을겁니다. 단단하죠. 그리고 멋지구요.

t3와 tc-1은 굳이 값비싼 속사케이스를 할 필요가 없지만 미니룩스는 속사케이스가 꽤나 어울리는 카메라라는 생각이 들다보니 속사케이스에도 지름신이 발동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매물이 거의 없습니다. 낡은 중고를 장터에서 10만원이 넘는 가격에 사야하지만 그것 역시 매물이 극히 드물지요. 그러나 인터넷을 뒤지고 뒤지고 뒤지고 한 두시간여를 구글링(googling)하다보니 결국 스코틀랜드 네스호 근처의 한 카메라 상점이 이걸 한점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터넷 결재도 안되는 사이트였어요. 즉각적으로 주인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결재 방법을 물어보고, 그렇게 한 뒤에 결국 (믿음을 가지고) 카드 번호와 등등을 보냈습니다. 주인이 그토록 친절한 사람이 아니었더라면 인터넷 사기 전력이 있는 저같은 사람은 소심하게 못먹는 감 쳐다보듯 발만 동동굴렀을 겁니다.

결국 일주일만에 왔습니다. 라이카 케이스에 담겨있는 완벽한 신품으로요. 그것도 그렇게 빠른 에어메일 배송료를 다 합쳐도, 영국의 무시무시한 물가를 감안하더라도, 정말로 싼 가격이라 할 수 있는 딱 13만원에요. 가죽이 워낙에 매끈해서 함부러 굴려서 좀 맨들맨들한 중고처럼 만들어 써야겠다 생각중입니다. 역시 가죽은 닳았을 때 그 아름다움이 커지는 법이니까요. 기쁩니다. 그러니까 저의 '라이카'에 대한 애정은 크고 둔해서 한국과 일본의 P&S 애호가들로부터는 좀처럼 인기를 얻지 못하는, 그러나 아름답고 훌륭한 카메라 '미니룩스'로부터 시작하는가 봅니다.

이상 주절주절 말이 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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