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기] 베사 R2A g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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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이상제
- 작성일 : 05-12-17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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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MP와 35 즈미룩스 ASPH. 까지 내놓게 되었다. 실버 크롬의 35 즈미룩스는
단종이 되어 더이상 신품은 생산되지 않기에 비싼 값을 치르고 신동품을 구입한 것
이었다. 50미리 아스페리칼 즈미룩스와 인화물을 놓고 면밀히 비교해본 결과, 결코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는데, 화각이 조금 넓고 약간의 density 차이를 보여주는 것
으로 평가되었다. 인물 사진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결과를 보여주었던 렌즈.
1년여 사용했던 35 아스페리칼 즈미크론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첫 슬라이드를
뽑아 환등기에 걸었을 때 느꼈었다. 투명하면서 고급스러운 발색, 그러면서도 선명함을
잃지 않는 정갈함. 카리스마 강한 느낌의 즈미크론과는 달랐고, 즈미룩스의 강하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느낌의 감동은 즈미룩스로 온 것을 후회하지 않게 해주었던 것 같다.
대대적으로 장비를 정리하면서 남은 것은 M3 블랙페인트와 포익틀란더의 21미리 f4,
50mm 즈미룩스 ASPH. 그리고 35미리 즈미룩스인데 50미리는 블랙이라 바디와
어울리지만 즈미룩스는 실버크롬이라 언밸런스한 것이 문제였다.
더구나 0.91배율의 화인더를 가지고 있는 M3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
팔아버릴까 고민도 해보고 eye 달린 35 즈미크론이나 즈마론으로 바꾸는 대안도
생각해보다가 결국 또 하나의 바디를 구해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곧 M7을
구한다는 글을 장터에 올렸으나 인연이 아니었는지 M7도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이러한 과정 끝에 구입하게된 것이 베사 R2A (그레이)이다.
이 바디에 대해서 사용기를 검색해보았으나 의외로 사용기가 별로 없었다. 기존의 블랙
모델에 비해 마이너한 체인지가 있었다고 한다. 눈에 띄는 부분은 필름 리와인더가
이단으로 바뀐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외 세세한 부분에서 조금 개선이 있었다고는
하나, 솔직히 MP와 M3를 만지던 내 눈에는 그닥 흡족하지 않았다.
R2A 신품을 샵에서 구입했는데, 리와인더 조립 불량이 된 것을 발견하고 다른 것으로
교체를 했고, 두번째 바디도 레인지화인더가 상하가 미세하게 틀어져 있는 것을 그 자리
에서 발견, 결국 세번째 뽑기(?)를 하고서야 겨우 마음에 드는 바디를 구입하게 되었다.
가격이 가격이니만치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뽑기를 제대로 해야 정상적인 제품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솔직히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이렇게 어렵사리 구한 바디에 35미리 즈미룩스를 마운트해놓고, 또 몇 일이 그냥
지나갔다. 날도 춥고 회사 일도 바빠 촬영할 틈이 없다.
그 좋은 MP를 떠나보낸 것도 두 대씩이나 M을 모셔놓고, 한 달에 한 롤 정도 밖에
못찍는 것이 너무 억울해서였다.
R2A 이야기를 해보자.
일단 R2A는 M처럼 묵직하고, 정교한 맛은 없다.
가격을 생각해보면 세번째 뽑기에서 제대로된 물건을 얻게된 것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수백만원대의 라이카에서도 가끔 불량이 나오는데, 그 6분 1가격으로 저렴한 RF를
만들어내는 코시나의 QC를 라이카 수준으로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리라.
하지만 조금 더 성의 있게 품질관리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뷰화인더는 듣던대로 수준급이었다. 시원하다.
셔터 소리는 경쾌한 느낌. M의 천 셔터막과는 달리 소리가 제법 나는 편이라 잠든
아이 찍다가는 잠을 깨울 수도 있을 것 같다.
필름 어드밴스 레버는 짧고, 부드럽지 않아서 감아돌리는 맛은 다소 떨어진다.
전체적으로 조작감은 M과 비교대상이 아니다.
웃기는 말이지만 정말로 이 카메라는 사진을 찍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 손맛,
사용자의 감성적인 부분을 충족시키기 위한 요소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
베사 R2A에 즈미룩스 35를 물려놓고 8개월된 딸아이가 웃는 모습을 순간적으로
찍어낸다. AE가 이래서 좋다. 셔터 소리도 M에 비해 크지만 경쾌하게 떨어지며
순식간에 7~8 컷을 찍어버렸다. 그래, 이 맛이었지.. 사진을 찍는다는 재미.
MP를 쓰면서 화인더 안에 깜빡이는 붉은 색 노출등을 신경쓰며 이리 저리 재던 재미도
쏠쏠했지만, 기계에게 노출을 맡겨놓고 포커싱과 프레이밍에만 집중하며 셔터를 날리는
기분도 꽤 괜찮다.
M7을 구했다면 좋았겠지만, 베사도 나름대로 맛이 있다.
우선 애지중지 귀하게 다루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그렇다고 일부러 험하게 다룰 필요는 없겠지만...
마음 편하게, 오직 찍기 위해 존재하는 M마운트 RF카메라라는 것이 베사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싶다. 원래 짜이스 이콘도 고려대상이 되었으나, 애매한 포지션 때문에
접은 바 있다. ZI 바디의 완성도는 베사 R2A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높다고 하지만
Leica M과 베사의 중간, 이라는 것은 좀 애매한 느낌이 있다.
베사로 찍은 사진은 아직 뽑아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사진은 잘 나올 것이다.
MP에 물려서 나오던 사진과는 또 달리, 약간은 동적이고 순간포착에 가까운 그런
자연스러운 사진들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야말로 M마운트 렌즈로 찍는 스냅
사진이 될 것이다.
이번에 MP에서 베사로 다운그레이드하면서 아내에게 코트도 사주고, 보약도 지어
주었는데 가정의 평화를 위해 희생된(?) 실버 MP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새로 입양된 베사 R2A 그레이는 비록 M이 주는 감성적인 즐거움은 없을지라도 이제
겨울이 끝나고 날씨가 따스해지면 봄나들이 때 즐거운 동반자가 될 것 같다.
댓글목록
하석준님의 댓글
하석준
가정의 평화를 위해 희생될 MP 실버가 제게도 있습니다
유용한 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용진님의 댓글
김 용진
잔잔한 글 잘 읽었습니다.
가정의 평화를 희생하면서라도 저는 MP를 갖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를 않네요.
최_정원님의 댓글
최_정원아직 가정의 평화를 유지할 의무가 없는 저에게 디지룩스2는 좋은 친구입니다..아직까지는...^^
Jin Woo Park님의 댓글
Jin Woo Park
글을 읽으면서 어쩜 저렇게 저랑 같은 느낌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전 R2A 고장으로 인해 신품교환받아서 M7으로 갔다가 다시 R2A로 귀환했습니다.
물론 MP가 마스터지만...
유정현님의 댓글
유정현
M7을 구하실줄 알았는데... 그래도 잘하신거 같네요...
건강하시고 조만간에 한번 뵙지요~~
김지은*님의 댓글
김지은*
진짜 공감공감....
R2a.... 셔터소리가 신경쓰이고 묵직한 느낌...정교한 맛은 없지만...
그래도... 좋아요~ ㅎㅎㅎ
정을 줘야지..안그럼 카메라도 쥔장이 자기 싫어하는거 알고...
멀리 도망가 버릴지도...
오늘도 마니마니 사랑해줘야하는데... 요즘은 추워서 영~ 게으름이네요~
조망간 어깨에 둘러메고 나가야겠습니다..^^
오윤수님의 댓글
오윤수
저역시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모두 정리하고........
아.... 라이카 다시 사야하는데.............
고동혁님의 댓글
고동혁부담없이 찍는 것에만 열중할수 있게 해 주는 바디이지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김준택님의 댓글
김준택
글이 참 이쁘네요...^^
의미와 전달하고자 하는 뜻이 읽는 이의 가슴에 쉽게 와 닿습니다...
하광용님의 댓글
하광용M7보다 귀한 나의 R2A black이 정말 보배임니다. Summicron 35mm black과의 한 set는 실용기로서 가장 편하고 가벼워서 부담이 없어요. 가정의 화음을 위한 참 멋이 있는 선택입니다.
김대홍/hongrapher님의 댓글
김대홍/hongrapher
아~~
이 글을 읽고 R2A에 더욱 한발짝 다가서게 되었어요...^^
김정근님의 댓글
김정근저도 요즘 포익으로 갈려고 열심히 글읽고 있습니다
김영석님의 댓글
김영석
잘 읽고갑니다.
라이카도 좋지만 먼저 베사의 바디도 한번 경험하는것도 좋다고 생각이 드는군요,.
방영수님의 댓글
방영수
렌즈는 신뢰감, 바디는 일체감을 줘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리개우선이 되는 바디는 사용자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줍니다. 그것이 비싼 바디이든 싼 바디이든간에......,
최현석5님의 댓글
최현석5
저는 R2A Black mat 사용자 입니다.
이 것도 저한테는 꽤 비싼 카메라 입니다. ^^
예쁘게 잘 사용해야줘...
요즘 렌즈를 마무 사고 있습니다. -__-
벌써 무려 6개...
곧 정리 들어가야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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