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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리뷰] 신이 내린 망원 180mm apo elmarit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서정현
  • 작성일 : 05-09-04 22:34

본문

재미있게 쓰기 위해 평어체로 씀을 이해해 주세요.^^
감성 리뷰라 스스로 이름지은 것은.. 제 자신의 감상을 위주로 심도 깊지 않은 가벼운 리뷰이기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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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의 레인지 화인더의 특성상 135mm 이상의 장촛점을 가지는 렌즈는 없다.
얼핏 생각하기에 접안창을 이용한 더 장촛점의 망원 렌즈를 개발할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 이상의 장촛점은 차라리 SLR인 R 시스템으로 하는 것이 더 낫단 판단이었으리라.

처음 이 렌즈를 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한겨울의 추위 속에서 카메라 가방을 매고...뤼미에르 갤러리에서 기억도 나지 않는 사진전을 하나 본 연후에 충무로에서 미쉘 형님을 만났다.
이미 늦어버린 시간...
뒷골목 10년이상 계속하는 나름대로 원조집이란 닭찌게 하는 집에서 한 마리를 두명이서 뚝딱 해치우고. 커피샾을 찾았다. 충무로에서 가장 깨끗해 보이는 아미고스.. 그러나, 형님이 무지하게 싫어하는 가게라... 골목길 2층의 이름이 매우 긴 아담한 커피샾에 들어갔다. B2처럼 현대적이고 인테리어 근사하며 자리 넓은 현대적인 이미지와는 완전히 정반대의...정감이 느껴지는 테이블 달랑 4개짜리 가게였다.

무식하게 크지만 형님의 덩치에 비해선 마치 빌린햄 하들리 스몰처럼 느껴지는 돔키 F2.
그 안에서 애기 손같은 손을 오물오물 거리며 끄잡아낸 렌즈가 바로 180 apo 였다.
인물 사진을 좋아하는 형님이 80 스미룩스와 함께 가장 좋아한다는 렌즈...

긴장된 첫 마운트의 순간...
뷰파인더를 통해 보이는 영상은 사진 초보인 주디 로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엄청 화악 당겨져 보이는 영상, 마치 후크 선장의 망원경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한눈에 가득 들어오는 노오란 커피샾 창가의 꽃.
저 멀리 촌스런 커피샾 간판의 고급스레 불그레한 레드 컬러.
뷰파인더를 통해 보이는 커피샾 계산대 밑에 붙여진 조지 클루니 포스터는 이 렌즈가 최강의 인물용 렌즈란 확신을 심어주기에 손색이 없었다.
거기에 더해 핸들링 하기에 적당한 크기.
포커싱 레버의 부드러움과 고급스런 경쾌함.
최소 포커싱 거리 1.5m, 5군 7매 970g의 정말 잘 만들어진 금속제의 렌즈.
일순간 강력한 ----의 폭풍우에 그만 내 머릿속은 하얗게 변하고...

주디: “형... 이 렌즈 얼마야?”
미쉘: “안돼 임마, 아직 넌 무리야.”
주디: “왜? 내가 가난뱅이라고 무시하는 거야?”
미쉘: “헉, 아냐아냐.... 내가 동생 실력을 무시하는 게 아니고, 동생은 좀 더 표준이나
준망원급의 경험을 충분히 쌓은 연후에 180mm에 도전하는게 맞을 거 같아서 그래.”

물론 그땐 형의 그 말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한번 들어와 버린 180mm에 대한 갈망은 소유하기 전엔 절대 치료되지 않을 난치병으로 내 맘속에 자리잡고 말았다.

그간 몇번의 M과 R의 렌즈 편력 과정을 거치면서 두 계절이 후떡 지난 어느 여름...
오랜 장터 검색에도 불구, ebay에서조차 180 apo는 매물 자체가 없었다.
이젠 포기인가 하던 찰라..
성교수님과 밤에 MSN을 하던 중이었다.

주디: “교수님, 그 렌즈는요... 당췌 매물이 없어서... 머.. 가격정보도 없고,...장터 거래 기록
이 없으니.. 후~~~ 전 잘 기다리니... 천천히 기다려볼랍니더. 쓸 렌즈가 없는
것도 아니고.. 180 없다고 사진 못 찍습니까? 하하하”
교수님: “서선생, 내 경험상 3개월 안에 안 나오는 물건 없습니다. 내기 할랍니꺼? 렌즈
하나 걸고?”

바로 이때 마이너에 아직까지 전해 내려오는 명대사 “3개월 안에 안 나오는 물건 없다.” 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 말이 실현된 것은 24시간도 지나지 않는 때였다.
오후 5시 출장 마치고 경부 고속타고 올라오던 중 경주 터널 앞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차들이 주차장마냥 하염없이 서있던 때였다.

띠리리리링~

주디: “모시모시?”
교수님: “정현씨, 라이카 클럽에 180 apo 나왔다.”
주디: “헉!!!!”

그렇게 180 apo는.. 제 품 속으로 들어오고야 말았다.

하늘을 날 것만 같았다.
세상에 날아가는 모든 새들아... 모두 내 필름으로 들어와라..
저기가는 저 이쁜 학생...함 뒤돌아 보소. 내가 프로필 잘 찍어주께..
어이 아줌마요. 목욕탕 커텐 잘 치소. 뷰파인더가 뜨겁심더.

그러나, 흥분의 시간은 곧 사라지고...
나의 고질적인 문제인... 렌즈를 사면...당췌 찍을게 없다는 것이었다.
내 자신의 사진의 스타일이 없는 초보이니까.....
절실한 목적에 의한 구매가 아니라, 참을 수 없는 소유욕에서 구매를 하고..
그걸 사고나면 이걸로 뭘 찍을까 고민하는 스탈이라 180mm로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없다는 건 당연한 결과이다.
이 상황에 처해서야 그때 미쉘 형님의 충고가 생각나는 주디 로였다.

한동안, 180 apo는 내 카메라 찬장을 지키는 하나의 멋진 렌즈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경남으로 성교수님과 연꽃을 찍으러 간 날...
새벽부터 이슬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이었다.

안태석 선생님의 90 apo 스미크론 M
준석이 형의 M7
그리고 나의 180mm apo

이 3개 렌즈 및 바디의 첫 전투장이었다.

가늘어졌다 굵어졌다 하는 빗 속에서 우리는 열심히 열심히 찍고 또 찍었다.
연꽃 촬영은 처음인지라...
성교수님의 알뜰 살뜰한 지도에 힘입어.. 연꽃 촬영의 소중한 노하우를 약간은 맛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월요일 포토라인에 아침 출근길에 필름을 던져넣고...
점심때 바로 찾으러 달려갔다.

오오오오오.....

두둥...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내가... 내가... 이런 사진을 찍다뉘....
주루룩.....T.T (감동의 눈물)

잘 샀다.....
참말로 잘 샀다....

오늘 이날까지... 주디 로는 기다렸다.
그래!... 알록달록 빨간 단풍 파란 단풍 찣어진 단풍....
천고장비의 계절이 오면...
불을 뿜어주리라....
그야말로 불타는 가을 산하를 마음껏 유린해 주리라...

망원의 계절을 맞이하는 이 즐거운 마음...
180mm apo는 내 맘속에서 다시 재발견한 R의 가치와 함께 영원히 빛을 발할 주디 로의 대포이다.






cf. velvia 50, 4870 scan
추천 0

댓글목록

freeoj김영재님의 댓글

freeoj김영재

서정현님의 감성리뷰도 잘보았지만..이 사진의 압박감..놀랍습니다..^^
좋은 글과 사진 잘 봤습니다...담엔 실물도..구경시켜주세요..^^

박경복님의 댓글

박경복

재미있게 웃으며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멋진 내용입니다. 저도 예전에 사용한 적이 있으며 명렌즈입니다.

M 이든지, R 이든지 라이카 망원은 탁월한 렌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저는 Apo elmarit 70-180 줌망원을 사용하고 있으며, 언제나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상제님의 댓글

이상제

사진 좋네요.
180 apo 명렌즈 소문만 들었는데, 정말이었군요. ^^

김순원님의 댓글

김순원

저도 불타는 가을산하가 기대됩니다... 80-200 Vario-Elmar와 100mm APO Macro가 진화작업을 담당해 줄 듯 싶습니다... ㅋㅋㅋ 빨랑 와라~~~ ^^

※ 첨부사진 : 80-200 Vario-Elmar, 2005년 7월 창덕궁에서...

김선근님의 댓글

김선근

180mm apo elmarit !

좋은리뷰 잘읽었습니다.
엉덩이가 뜨거워져 옵니다.ㅎㅎㅎ

이원용님의 댓글

이원용

저도 200mm 정도의 망원을 좋아합니다. 비록 M에서 비조를 이용하지만....
망원 전용으로 SLR을 마련할까 했는데....부럽읍니다.

전창묵님의 댓글

전창묵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생겨난 것 같습니다.
좋은 사진 정말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李洪述님의 댓글

李洪述

아포 3.4/180 미리를 사용 중인데 근거리 촬영이 항상 아쉽기만 한데
2.8/180 은 근거리 촬영을 상당 부분 개선한 렌즈인것 같군요....
좋은 사용기 잘 보았습니다.

김순원님의 댓글

김순원

혹시 분무기 들고 다니시나요...? LEICA에서 접사용 악세사리로 분무기 하나 나왔으면 하네요...
디자인은 올블랙에 분사구를 빨간색으로 처리하면 하나 살지도... ㅋㅋㅋ

미쉘/김기현님의 댓글

미쉘/김기현

렌즈가 돋보이는건...

포토그래퍼가 애정어린 사진을 만들었을때.. 라고 생각 합니다....

사진 멋집니다~!!!!

예쁜 렌즈.. 계속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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