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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스런 기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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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치환
  • 작성일 : 04-06-19 10:07

본문

10년 이상 늘 함께 했던 콘탁스 SLR full set를 버리고
어린 시절 갖고 싶었던 라이카로 기변을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다.

그 동안 M3, M4, M6 TTL을 구입했었고 현행 렌즈를 구입하거나 빌려서
대부분 다 사용해보았다. 그리고도 속이 안 차 결국 올드 라이카인 바르낙까지
손을 뻗치고 말았다.

몇 개월 전, 바르낙 라이카 IIIF RD/ST를 손에 잡으면서 이 녀석에 반해
결국 M Body를 모두 처분해 버리고, 또 하나의 바르낙인 Leica III Black을
장만했다. 그리고 더딘 바르낙의 필름 갈아끼우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행사용으로 M6 클레식이냐 Hexar RF를 놓고 고민하다가 Leica CL을 구입했다.

Leica CL의 크기와 무게, 그리고 40mm라는 화각과
렌즈를 포함한 가격이 M6와 Hexar RF 바디 구입비보다 저렴한 것이 매력이었다.

바르낙 라이카 렌즈로는 Elmar 35mm, red elmar 50mm, summarit 50mm를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 summaron 28mm와 Hektor 28mm 중 하나와(어쩌면 둘 다?)
Nikel Elmar 35mm와 50mm, 그리고 Hektor 50mm f2.5를 구할지도 모르겠다.

(Leica III Black 구입기)
바르낙에 매료되고 난 후, 충무로 모 샵에서 생산된 모델 사진을 살펴보다가
갑자기 Black 바디가 갖고 싶어졌다. 그래서 웹 검색으로 자료를 찾아보았으나
큰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찾지 못하고, 충무로 대선배님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쁘긴 II가 이쁜데, 슬로우 셔터가 없는 게 흠이라며 흠이지.
실사용이라면 아무래도 슬로우가 있는 III가 좋을 것 같네. III는 간단하게
II에 슬로우 셔터와 시도 조절, 그리고 목 끈 걸이를 붙인 거라 생각하면 되'

이때부터 III를 구하려고 우선 남대문과 회현지하, 소공동 지하, 충무로,
종로 샵을 다 뒤져보았는데, 회현 지하에서 한 대를 발견하고 손에 잡아보고
셔터를 눌러보았더니 슬로우가 고장이다. 그런대도 가격이...예상을 많이
초월했다. 예상은 60만원 정도면...했었는데......

그 후 우리나라에서 구하는 것을 포기하고 외국의 샵을 뒤지면서
가격을 살펴보니, mint급이 아니고 당장 실사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평균 $550이었다. 샵이 어느 나라에 있느냐와 바디 상태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750 이상은 없었고, $450 이하도 없었다. $450 짜리를 구입해서
오버홀 하는 가격을 더한 것이 $700이 아닐까 추측을 했다.

웹 검색 엔진에서 찾을 수 있는 샵은 다 뒤져보았는데 의외로 III와 II Black은
그리 흔하지 않았다. 몇 군데 샵에서 적당한 가격대를 발견하고 상태를 물어보면
설명과는 달리 셔터 스피드가 거의 전부 부정확했다.
(*정말 정확하게 테스트를 한 후에 그 자료를 보내준다. 여기에 감동을 받았다.)

그렇게 2주 동안 찾다가 마침내 기능이 정상인 놈을 스코틀랜드에 있는 샵에서
발견했다.(첨부 사진) 이메일로 기능 등을 물어보니 얼마전까지도 프로페셔널이
사용했던 사진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내 메일을 받고 다시 점검을 해보니 셔터 등
모든 기능이 정확했다는 통보를 받았으나 가격이 좀 문제였다.

영국 파운드가 미 달러의 약 1.8배가 되는데, 영국 샵에서 책정해 놓은 가격이
미국 달러 가격과 비슷했다. 그러니 미국보다 1.8배 정도 비싼 것이다.
그래서 깍아달라고 졸라대기 시작했다. 메일을 3통 씩 매일 보냈다.
아주 정중하고도 예의바르게.....그리고 그것을 내가 가져야 할 이유를(말도 안되는
소리지만..ㅎㅎ) 나름대로 조목 조목 논리적이고 철학적(?)으로 전개했다.

내 논점은, 왜 미달러 가격을 그대로 쓰면서 앞에 파운드라고 기호를 붙였느냐?
환율을 잘모르는 (나같이^^) 순진한 사람들이 혼동해서 덜컥 구입하잖느냐.
이미 당신네 물건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으니 달러 가격으로 팔아라. 이거였다.
그렇게 실랑이를 하다가 마침내 내가 원하는 가격으로 깍아서 구입오더를 보냈다.

왜 Black 바디냐?
솔직히 불렉 페인트가 벗어져서 들어나는 황동의 색에 뻑 갔다.
오래 전에 M3 불랙페인트 바디를 보고 그게 갖고 싶어서 잠을 설쳤는데
그 가격이 내 경제 여건을 초월해서 마음만 아팠다가 그 대안으로 택한 것이
바르낙 불랙 바디다.

그리고 난 바르낙용 스쿠류 타입 렌즈가 현행보다 더 마음에 든다.
스크레치도 있고, 헤이즈도 있지만, 그리고 바렐도 긁히고 해서 험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끌린다. 마치 가난한 산동네 뒷골목에서 느끼는 연민과 애정,
그리고 말할 수 없이 편안하고 자유스러운 마음을 바르낙 렌즈에서 느낀다.

다음 주 늦어도 다다음주에는 내 손에 이 시커먼 놈이 들려진다.
여기에 이상엽님으로부터 구입해 둔, 험악한 elmar 35mm와 찌그러진 불랙 후드를
달고 늘 함께 출퇴근을 시작할게다.

'아빤 냄새나는 사진기 이젠 그만 좀 사세요.'
'아빠가 그래. 난 그래서 가난하고, 그리구 다른 사람들이 버리는 것을 주어다가
내것으로 만들어 쓰는게 더 좋아.'^^;;
추천 0

댓글목록

유종근님의 댓글

유종근

우선... 블랙바디 구입을 축하드립니다...
어렵게 구입을 하셨군요.
국내에서 II나 III블랙을 구하기가 쉽지 않지요.
블랙바디는 마음을 사로잡는 뭔가가 있나 봅니다.
저도 II블랙바디를 사용중인데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갑니다.
50밀리 레드엘마를 장착해서 책상에 올려놓고 보면
자꾸만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수가 없군요... ^ ^

서동일님의 댓글

서동일

90미리 엘마 보면서 가방에서 꺼내시던 바르낙 라이카 IIIF도
상태 good 이었던것 같은데, 또하나의 카메라 구입 축하 드립니다.

그런데 글맥을 보면 값을 깎으신것 같은데 대단 하십니다.

하효명님의 댓글

하효명

이치환님, 참 좋으시겠습니다.
저도 왠지 덩달아 좋습니다.
ps. III BLACK 방출시 제가 1번으로 줄 섭니다.(염치 없어 보이지먄 워낙 좋아 보여서..)

최준석님의 댓글

최준석

선생님...또 기변을...이번엔 바르낙이군요. 그것도 블랙...
왠 선생님이 니켈, 니켈 그러시는지 이제야 알듯 하군요..ㅋㅋ
그런데 어쩌죠..저도 니켈 엘마 결과물 보고선 이 녀석에 점점 빠져들어가고 있거들랑요.
변덕 스러운 기변병은 저도 중병을 앓고 있는 중이라...
선생님의 말씀이 많이 공감이 가는군요..ㅋㅋ
앞으로도 많은 렌즈와 장비들이 오고 가겠지만 그래도 사진은 남으니 참 좋지 않습니까..?
이치환 선생님 화이팅!!!

양준호님의 댓글

양준호

축하합니다.
어렵지만 결국 구하셨군요.
저도 Dlll(lll블랙)에 니켈엘마를 사용하고있습니다.
노년에 좋은 친구가되어줄것같은 느낌이 드는 녀석들이죠.
이선생님의 좋은 친구가 되어주리라 생각됩니다.
오늘이 토요일이니 충무로에서 뵙겠습니다.
Dlll 벙개한번 하셔야죠? 도착하면 연락주십시오.

미쉘/김기현님의 댓글

미쉘/김기현

선생님 축하 드립니다~!!

LEICA RF는 잘은 모르지만

일전에 보여주신 바르낙도 무척 좋아 보이던데요...

원하셔서 구하셨던 마음에 드는 바디...

너무 기쁘셨겠습니다...

R 유져인 제가 M4를 보고 마음에 흔들려 하던때가 생각이 나서요..

비록 M4를 서브로 쓰고 아직은 R을 메인으로 사용 하지만...

그래도 주신바디 잘 쓰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이상제님의 댓글

이상제

바르낙은 라이카 기변의 끝이라고 하던데, 이 선생님께서는
드디어 마지막에 도달하셨나봅니다. ^^

임종욱님의 댓글

임종욱

저도 이치환님과 같은 열정과 철학을 갖고 싶습니다...사람들이 버리는 것을 주어다가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아빠의 확신에 찬 그 말한마디에...아마도 뻑 갔을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그래서, 너무나도 아빠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아이의 눈빛이 그려집니다...
저도 그런 철학을...갖고 싶어라...기변을 하더라도 그런 철학에 근거한 기변을 해야 하는데...쩝쩝쩝...반성과 존경...뭐, 그런 심정입니다...
도망가야지...=33=333==3333

정기훈님의 댓글

정기훈

부러움으로 축하드립니다.
선생님의 바르낙구입기를 읽으면서 선생님의 열정이 더욱
부러워졌읍니다.

김춘기님의 댓글

김춘기

읽지말아야할글을 또 읽고 말았습니다.
안그래도 엇그제부터 바르낙 iiig가 눈에 오락가락 했었는데
잘못하면 또 사고를 칠가 두럽습니다.
이치환선생님의 그열정 ...
참 대단하십니다.

정재윤님의 댓글

정재윤

아니 이럴수가, 원인은 여기에 있었군요..!!

장터에 m3 가격이 폭락을 하고 매몰이 막 쏟아지고 평소 잘 나오지 않던 m4도 가격 폭락이 되더니,
심지어는 m6 ttl 마저 가격이 폭락의 원인이 이 치환 고수님에게 있었군요...!!

일본에서는 한류 열풍의 주인공인 배용준이 빵먹었던 장소를 누구나 앉고 싶어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과 같이
라이카 클럽 최고 고수님의 공개적인 m3,m4 양도는 가격 폭락의 원인을 제공 하고 계시는 지를 아시는 지요?
반면 바르낙 블랙이 라이카 클럽에서 가격이 폭등 할 것으로 예상 됩니다.

평소 갖고 싶은 블랙 바디인 바르낙 구입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저도 mp를 비롯 m3,m6 등등 사용하다 보니까 라이카 특징들을 익혀 가는 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양도 하고 다시 구입하는 대 드는 비용은 이 선생님도 많은 손실을 보셨겠지요?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mp, m3로 흔들리지 않고 오랫동안 사용 하렵니다. 바르낙은 이 선생님의 강력한 펌푸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려고 마음을 단단히 다스리고 있습니다.
결국은 다시 올드 블랙 m3으로 다시 오실 것으로 점을 쳐봅니다......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임규형님의 댓글

임규형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축하드립니다.

허선행님의 댓글

허선행

글을 읽으면서...역시 대단한 열정을 갖으신 분이란걸
느낄수있었습니다

김봉섭님의 댓글

김봉섭

먼저 구입을 축하드립니다. ^^*
더불어 그 열정을 조금이나마 배우고 싶습니다.

이치환님의 댓글

이치환

'기변의 열정'은 절대 축하할 일은 아닙니다. 그런대도 축하를 보내주신 분들은 아마,
나이든 아이가 갖고 싶은 것을 찾아 갖게 되었으니, 이제부터 사진이나 열심히 찍으라고
격려하는 말씀이라고 여겨져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기변의 방향은 분명 두가지로 압축되는군요. 허세냐 실속이냐.
두가지를 모두 만족시키기에는 나의 경제적 여건이 맞질 않아
내 속에 든 허세를 제거해버린 것입니다.

어제 28mm hektor와 summaron을 두고 고민하다가
또 다시 내 안에 있던 허세를 발견하고 그것을 제해버렸더니
Russar 20mm로 답이 나오던군요.

처음에 간단하게 시작한 기변이 왕선배님 예언을 그대로 적중시키면서
출혈이 너무 컸습니다. '사진한다는 눔들은말야~ 남의 말 곧이 안듣지.
결국 다 써봐야 직성이 풀리지. 껄껄껄~"

충무로 갈때마다 피해다니느라고 신경을 썼던 선배를
충무로 아미고 앞에서 우연히 만났고, 내 손에 들린 IIIF를 보시고는
이같이 웃으시더군요. 속이 얼마나 쓰리던지!

스스로도,
위 어느 분의 말씀처럼 갈 데까지 간 것이라면 얼마나 다행일까 생각합니다.

아래 어느 분은 렌즈를 손수건으로 닦아 쓸 정도로 여유가 있으시니 스트레스를 안받으시겠지만
전 기십만원 하는 렌즈 하나 사는데도 이렇게 밤잠을 설치면서 스트레스 무척 받습니다.
오늘 새벽에 마지막 렌즈를 결정해버리고 나니 일단 스트레스에서 해방된 기분이 듭니다.

내가 구입한 렌즈는 모드 코팅이 약한 올드 렌즈라서 손수건으로는 절대 못닦으므로
렌즈에 대한 스트레스는 계속 남겠지만, 원래 처음부터 렌즈 필터도 잘 안닥는 게으름이
정착되었기에 그리 큰 스트레스는 안받을 것 같습니다.

이젠 사진으로 격려주신 분들에게 보답을 해야 겠습니다.

사진인은 사진으로 말합니다.
돈만 주면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는 장비로는 '맨 파워'를 보일 수는 없는 것이므로
사진으로 말하겠습니다.

감사를 드리며...

이시원님의 댓글

이시원

"사진으로 말하겠습니다"
컥..마지막 말씀이 무서우십니다.

저희 어린것들도 뒤지지 않게 열심히 하겠습니다..꾸벅..

김인택님의 댓글

김인택

처음에 간단하게 시작한 기변이 왕선배님 예언을 그대로 적중시키면서
출혈이 너무 컸습니다. '사진한다는 눔들은말야~ 남의 말 곧이 안듣지.
결국 다 써봐야 직성이 풀리지. 껄껄껄~"

제겐 이구절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제게 사진이란 취미일 뿐 이니, 전 사진기 를 바라만 보아도 좋습니다

류호중님의 댓글

류호중

"변덕스런 기변" 한번 걸리면 좀처럼 치유가 되지 않는 바이러스.. 공감합니다.
저도 이놈의 바이러스 때문에 출혈이 너무심해 지금은 빈혈기가 오네요 ^^

한수길님의 댓글

한수길

Barnack ll D Black 50mm Nickel Elmar 얼마전 제가 미쳤는지
65마넌에 보내고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릅니다 다시 찾고 있는데
안되면 며칠후 유럽 가는데 거기서 구해야 할것 같아요

권오현=님의 댓글

권오현=

와우..부럽습니돠;; ㅜ_ㅜ

강병성님의 댓글

강병성

"돈만 주면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는 장비로는 '맨 파워'를 보일 수는 없는 것이므로 "
항상 기억해야 할 좋은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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