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ctilux In My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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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서정현
- 작성일 : 05-05-16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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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이의 사용기랑.. 회고기등을 읽으며..
“역시 이놈은 글을 잘써...그래.. 친구가 대신 써주면 되지..“ 그러면서..
대리 위안을 얻곤 하였다.
라이카 M 렌즈 중의 noctilux..
다른 메이커에는 없는 f1.0의 가장 밝은 렌즈.. (캐논에 f1.0 렌즈가 있었다 하나 렌즈 성능이 떨어져 요즘은 나오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f1.0으론 이 렌즈가 유일한 건 확실하다.)
일본 사이트에서 본 사진..
째즈 카페에서 노란 불빛 아래 섹스폰 연주를 하고 있는 뮤지션을 찍은 몽환적인 사진을 본 이후로 이 렌즈를 가지기 위해.. 많은 밤을 noctilux에 대한 열병으로 잠 못 이루었다.
하지만... 현행 렌즈는 너무 비싸고..
마음에 드는 중고는 없고..
왜 그리도 버전별로 말은 많은지...
우연한 기회에..noctilux를 쓰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우리의 장비담당 우현이가.. 3세대 noctilux를 사게 된 것이었다.
우현이는 noctilux의 가공할 무게와 크기에 (SLR 렌즈에 비하면 아니지만... RF 렌즈치고는 참 고민스러운 크기다.) noctilux의 사용 빈도가 낮아 잠시 내가 빌려써보게 되었다.
일한다고 매일 늦은 시간이 되서야 카메라를 들고다니는 나로서는..
스트로보와 별로 궁합이 맞지 않는 M형의 카메라로는 셔터스피드 확보가 되지 않아 (그당시 50미리 현행 스미크론 하나 달랑 있었던 것으로 기억함) 필름을 NPH400을 쓰는 등 나름대로 빠른 셔터 스피드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런데 noctilux는 단지 두단 높은 조리개.. 즉 스미크론에 비해 2 stop 정도 더 빠른 셔터스피드를 확보해 줄 뿐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많은 장점이 나에게 부각되게 되었다.
장점
1. 셔터스피드의 확보
좀전에 말한대로 어두운 상황에서 빠른 셔터스피드의 확보로 좀더 흔들림이 적은 사진을 얻게 해 준다. (니콘과 캐논은 VR 또는 IS로, 코니카미놀타는 바디에서 Antishake 기능으로 흔들림을 줄이지만, 역쉬 라이카는 렌즈 밝기의 확보라는 획기적인 발상으로 손떨림을 줄인다.. 대단하다.)
2. 색온도 극복
대구경 렌즈 답게 색온도 차이가 적다. 어두운 상황에서 칼라 사진을 찍을때의 문제 중 하나는.. 흑백과 달리.. 색온도 개념이 들어간다. 푸르딩딩한 사진...우리 아부지가 좋아하시는 카메라 회사의 렌즈들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색감이다. 하지만 noctilux는 다르다. 제대로 나올까 의구심 드는 상황에서 따뜻한 색감을 보여준다. 그리고.. 아주 어두운 상황에서는 dark yellowish 한 색감을 보여준다.
3. ND필터의 휴대
밝은 날엔 1000분의 1초가 넘는 셔터스피드가 요구될 때가 많아.. 낮엔 ND필터를 휴대하고 다니다가 필요시 장착해야 할 수가 있는데... ND필터를 쓴 결과 상당히 진한 색감을 가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
4. 가공가공할 아웃 포커싱
유명한 표현이 있다. noctilux의 최대 개방시 나타나는 회오리 보케..
이것은 구형 렌즈로 가면 갈수록 더 심하다고 한다. (확인 불가)
“귀기어린“ 또는 “요사스러운“이란.. 일본식 표현도 있다..
대단한 아웃포커싱이다. 주변이 거의 다 날아가버린다. 그리고.. 필름의 입자가 고스돕 방향으로 회전하는 듯한 느낌..
이것은.. 주제를 한가운데 배치하고..접근해서 찍으면 주변이 회전하는 듯이 보이는 것이다.
다른 분들은 이 효과를 잘 내시던데.. 솔찍히 난 잘 못낸다.
그리고. 그런 사진을 좋아하지도 않아서.. 굳이 시도할 이유도 나에겐 없다.
사진 찍으러 가서 핀 테스트 하긴 확실히 좋다.
어느 기둥에 포커스 맞추고 최대개방하면.. SLR클럽에서 흔히 보는 핀테스트 사진이 나온다.
5. 렌즈 자체의 성능
무조건 최대 개방만 찍어야 되나? 조리개를 조이면 다른 렌즈에 비해 화질이 떨어지나?
결코 그렇지 않다.
그게 궁금해서 낮에 두류공원에서 실험해 본 적이 있다.
조리개를 8정도 조이고 갈대를 찍은 결과... 갈대의 디테일이 손각대에서도 칼같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였다.
즉... 이 렌즈를 꼽고서 필요에 따라 샤프한 사진.. 몽환적인 사진.. 다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디테일이 좋은 사진을 얻기위해 굳이 summicron 50mm를 같이 휴대하고 다닐 필요가 없단 말이다.
상기의 이유로...더더욱 noctilux에 대한 나의 사랑은 옴팡지게 달아오르게 되었다.
빌려써보고선 더더욱 렌즈에 대한 확신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명검은 인연이 있어야 되는 것이던가?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f1.2 바로 다음에 나온 f1.0 첫버젼의 noctilux..
이놈이 만듬새도 좋고... 회오리 보케가 가장 좋다고 선배님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 놈을 사야 한다.
하지만.. 장터에 절대 나오지 않았다.
기다림의 세월은 길어지고..어느덧 나는 4년차가 되어 전문의 시험 준비하랴.. 졸업 논문쓰랴.. 환자보랴..정신없는 통에 중간에 다른거 여러 물품을 번잡하게 저지르며 답답하고 먼가 모를 만성적인 우울함에 가득찬 마음을 달래고 있는 때였다. 그때.. 우연히 클릭해 본 라이카 클럽의 첫 화면에서 buy & sell란에 noctilux 1st version이란 매물...
커~~~
앞뒤 생각없이 구매하겠단 리플을 달고 말았다.
인연은 이렇게 오는 것이다.
목이 빠져라 기다릴 땐 더더욱 달아나고..
불같은 그리움이 사라질 때 쯔음...혹은 다른 사랑이 생길 무렵
갑자기 내 앞에 다가오는 것을 보면..
라이카는 마치 여자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나에게 다가온 noctilux...
좋았다.. 너무도 좋았다...
하지만.. 열심히 쓸 수는 없고..
또 그럴 렌즈도 아니다..
왜냐면... noctilux는.. 무사에게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생명을 구하는 비장의 절초이지, 결코 초반에 찔러보는 그런 쨉 같은 초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에게 녹틸러스는 아주 친한 친구의 결혼식... 그리고.. 아주 독특한 효과를 노리는 실내 사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바로 그 순간에.. 꺼내드는 비장의 렌즈기 때문이다.
너무 무거워 마치 SLR에 줌렌즈를 달고 있는 듯한 무게감...(음.. 1D급은 아닌..20D에 24-70 L 정도? 구체적인 무게는 비교해 볼 수가 없다.)
스냅샷에 적합한 위화감을 주지 않는 M의 장점을 사정없이 없애버리는 위압적인 외모..
밝은 낮에 ND를 가지고 나가지 않으면.. 1000분의 1초가 넘어 어쩔수 없이 조리개를 조아야 하는 불편함...
그리고... ·1m의 최소 포커싱 거리로 인해 어정쩡한 인물 및 소경 사진...(30cm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이런 모든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noctilux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렌즈 중 하나다.
친한 친구가 말한다..
“야... noctilux 쓰지도 않는거 팔아부러라...”
나는 다만 미소로 답한다.
“아냐... 쓴다..^^“
나는 확신한다. 내가 찍는 사진 중에 noctilux로 찍는 사진은 갯수가 많진 않겠지만.
그 사진들은... 하나하나 나에게 큰 의미를 주는 사진일 것이다.
<사진 설명> 동산 병원 가족분만실 안에서 갓 태어난 내 사랑하는 아들 준홍이와 아내가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댓글목록
freeoj김영재님의 댓글
freeoj김영재
좋은 글...감동적인 사진...잘 보았습니다.
제게 아직 녹티룩스는 없지만 즈미룩스가 있기에 아직 만족하고 지냅니다...
나중에 제게도 아이가 생기면 가장 아름다운 만남의 순간에 전 눈물을 흘리며 M을 들것으로 생각됩니다.
즈미룩스의 보케도 멋집니다만...녹티룩스의 보케..정말 놀랍더군요..
앞으로도 좋은 사진 보여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참..그리고 정현님이 만들어주신 책...잘보고 있습니다.
차후 대구모임에서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전우현님의 댓글
전우현
좋은 글, 좋은 사진 잘 보았습니다.
2대의 녹티룩스를 사용해 보았습니다. 1.2의 녹티룩스는 감히 접근하기 어려운 고가(?)의 렌즈라서 구경조차 하질 못했고, 58밀리 구경의 1.0 1세대와 후드 내장 바로 직전의 것을 사용해 보았습니다. (흔히들 3세대라고들 합니다) 모든 라이카 렌즈가 그러하듯이 각 세대별 렌즈는 모두 그 맛이 달랐습니다. 녹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제 손에는 이제 녹티룩스가 없네요. 둘 다 친구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쉬운 렌즈 중의 하나입니다. 녹티룩스를 써 보지 않으신 분들은 "잘 팔았다", "진작 그렇게 하지" 라고들 쉽게 이야기 할 수 있을 지 몰라도, 적어도 녹티룩스로 찍은 사진을 가지고 있다면,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녹티룩스는 엄청 큽니다. 라이카 M에 비하면 언벨런스 하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파인더를 많이 가리기도 합니다. 무겁습니다. 하지만 찍어 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흔히들 1.0에서 성능이 많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성능을 따지기 위해 사용하는 렌즈는 아니라고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장 라이카다운(?) 맛이 느껴지는 "절대"적 힘을 보여주는 녹티룩스야말로, 흑백이든, 컬러이든 그 결과물로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꿈속을 찍고 있는 듯한"느낌을 줄 것을 확신합니다.
언젠가 다시 여유가 된다면, 그래서 아름다운 M2에 마운트할 렌즈를 고르라고 한다면, 서슴치 않고, 녹티룩스, 35밀리 즈미룩스 1세대, 그리고 35밀리 즈미크론 1세대(6군8매)를 고를 것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한 때 참으로 애용하고, 좋아했던 렌즈의 기억을 되 살려 주는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해 주는 글을 감사합니다.
내일 서선생, 우리 차나 한잔 하면서, 이 기회 한 1주일 녹티룩스나 좀 빌려주게나...
M3에 Trix 400 한 롤 들고 갈테니... 그윽한 커피향으로 얼룩진 우리 사진 한판 찍어 보게...
안구현님의 댓글
안구현
글과 감동적인 사진 잘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사랑이 가득한 사진 많이 부탁드립니다.^^
이시원님의 댓글
이시원애정이 담뿍 담긴 사용기 잘 보았습니다.
미쉘/김기현님의 댓글
미쉘/김기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좋아하는 렌즈로.... 아끼는 시간들, 행복한 시간들을 많이 담으세요~!!
첨부한... 행복한 모자 사진도 참 좋네요~!!^^
오기동님의 댓글
오기동
저도 절대로 팔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녹티를 팔아 버리고 나니 예전에 찍어놓은 사진을 볼 때마다 그리워 집니다..무거운것이 흠이지만 그 녹아내리는 듯함 보케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녹티만의 느낌은 정말로 지울수 없을 것 같습니다..
좋은 순간을 좋은 랜즈로 담으셨네요...언젠가 다시 뵈야죠..ㅎㅎ
김춘호님의 댓글
김춘호
저는 아직 엠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서
정현님의 글을 읽으니 엠에 대한 갈망이 활화산처럼 폭발하네요....
좋은 글을 읽으니 무척이나 기분이 좋네요.....
저도 담달이면 아기 아빠가 됩니다...
이상제님의 댓글
이상제
준홍이가 엄마를 쳐다보는 저 장면은 정말 백만불짜리 사진이 아닐 수 없군요.
저도 얼마전 아빠가 되었지만, 요즘처럼 M을 쓰는 것이 뿌듯할 때가 없습니다.
겨우 잠든 아기 사진 찍을 때, 모터소리가 시끄러운 자동카메라나 셔터음이 큰
SLR로는 잠깨우기 딱 좋지요. ^^ 그럴 때 M의 비단결같은 셔터로 슬쩍 셔터를
끊어주면 작품 나옵니다.
서선생님 글은 정겹고, 소박한 맛이 일품입니다. 좋은 리뷰 잘 보았습니다.
박선후님의 댓글
박선후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일전에 선생님께 조언받아 입문한 신입입니다.
글 하나하나에 정이 묻어나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저와 쪽지로 대화나누는 도중에 프로필 사진이 바뀐것으로 아는데
얼마전에 득남하셨나보네요^^ 늦게지만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임웅님의 댓글
임웅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글재주가 없다는 말씀은 지나친 겸손의 말씀이신것 같네요^,^
가족에 대하여 그리고 사용하시는 기기에 대하여 절절히 애정이 묻어나오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후덕한 인상의 서정현님과 딱 어울리는 글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나저나 요즘 핫셀도 사용하고 계시나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