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글을 이곳에 올리는게 맞는 지 모르겠습니다. 저같이 고생하는 초보님들도 이곳에 있나 모르겠습니만, 그분들께 제 경험담을 전해드려서 저같은 시행착오 겪지 말기 바라고 또 고수님들의 많은 조언을 구하고 싶어서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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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겐 아버님이 남기고 간 라이카 M6가 있습니다. 거의 스팟측광에 가까운 노출계가 내장되어있다는 점 빼고는 완전 수동 필름카메라입니다. 사용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해서 고이 고이 8년간을 장농속에 쳐박아두고 있었습니다. 한달 전쯤에 이걸 사용해보기로 작정을 하고 연구 중에 있습니다.

처음에 한 일은, 이 카메라의 노출 특성을 파악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노출계가 정한 노출 그대로 찍어보고, 어두운 곳 (반사가 적은 곳)의 노출을 측정해서 그대로 찍어보고,
일일이 노출을 노트에 적어가면서, 필름 한통을 찍어봤습니다. 또 동시에 디카로 같은 장면을 자동노출에 놓고 또 찍어보았습니다.

그리고는 현상소에 맡겨서 노출 보정하지 말고 그대로 프린트해달라고 했습니다.

필름을 인화해서 보니, 노출을 좀 더 주고 찍은 것들도, 디카로 찍어서 모니터에서 본 것보다 상당히 어둡게 나왔습니다. 현상소 아저씨 말로는 그게 그렇게 나온다는군요.... 음....

게다가 사진 곳곳에 하얀 점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였습니다. 이게 뭔가했더니, 필름이 오래되면 말라서 필름 표면의 막이 떨어져 나가면 그럴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필름은 그 현상소에서 산 것이고, 유효기한도 지나지 않은 것입니다...
뭐 노출 테스트하려고 한 것이니 별로 개의치 않았습니다.

또 필름 한통을 다시 새로 넣고, 또 들고 나갔습니다. 매뉴얼대로, 노출을 좀 잘 생각해 가면서 찍었습니다. 대체로 노출을 1 stop 더 주고 찍어보았지요. 필름을 인화해보니 뭐가 뭔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근데, 현상소 사장님 말이 이번것은 노출을 자동으로 보정해서 인화했다고 하더군요...
아니 이런 젠장... 내가 사전에 그냥 normal로 프린트해달라고 했어야하는데...
어쨌거나 인화된 건 내가 기억한 상황보다 어둡게 나왔습니다... 햐...이거 답답해지네...

현상소 사장님 말이, 디지탈 프로세싱이라서 어둡게 인화가 되는게 보통이라고 합니다. 뭔 말인지 알듯 말듯 합니다.

그 다음엔 ASA400 짜리 필름을 한통 넣었습니다. 어두워질때 찍어볼려고 그랬습니다만,
찍다보니 대낮에 다 찍었습니다. 그리곤, 이걸 현상만 하고, 디지탈 파일로 만들어서 CD 넣어달라고 했지요. 그래서 내 PC 모니터에서 들여다보니, 음.... 내가 찍을때 상황하고 꽤 비슷하게 노출이 맞는 것 같이 보이더군요.

그런데, 이 파일이 왕창 큽니다. 즉, 사진이 왕창 크다는 말입니다. 필름 입자가 다 보이는 것 같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군데 군데 하얀 점들이 보이더군요...

근데, 그 필름은 유효기한이 한달도 남지 않은 필름이었습니다. 그래서 또 필름에 문제가 있나 생각했습니다만, 어쨌거나 현상소 주인에게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주인 왈, 그건 필름을 인화한 후에 말리는 과정에서 먼지가 묻게 되고, 스캔할 때에 먼지를 제거하는 기능이 있지만 완벽하지 못하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는 인터넷에서 이미 내가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그게 이런 문제와 연결되는 지는 몰랐습니다)

필름을 스캔해서 디지탈로 만든 사진과, 부분을 크롭한 사진과, 먼지때문에 하얀 빵꾸난 게 어떤 것인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처음 사진:원판의 20% 로 축소한 사진입니다. 윗쪽 계단의 상단 나무 사이에 하얀 점들이 보이지요?)

( 두번째 사진: 이사진은 크롭한 후에 Picasa2란 프리웨어로 약간 보정한 것입니다)

(세번째 사진: 하얀 점 3개가 확실히 보이지요? 이건 필름에 까만 먼지가 붙어있어서 이부분이 하얗게 보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정도로 내 라이카의 노출 특성을 파악했다 싶어서, 그 다음엔 인터넷에서 구입한 12장 짜리 (테스트하기 위해 24장짜리로 찍으면 현상비만 많이 나가니까 12장짜리를 구했습니다)로 노출을 잘 생각해서 찍었습니다. 노출 상황을 메모해 두지도 않았습니다. 이번엔 제대로 나올 거라는 믿음이 꽤 있었습니다.

인화를 맡기고 어제 현상소에 찾아가보니, 엥? 또 어두침침하게 나왔습니다... 아니 이런 엠병할.... ^^

현상소 주인아찌한테, 아니 내가 이 사진들은 노출을 1 stop 정도 더 주고 제대로 나올줄 알았는데, 또 어둡게 나왔습니다..했더니, 주인아찌 말이, 디지탈 현상소는 현상까지는 옛날 방식과 같이 화학약품을 써서 현상하지만, 현상된 필름을 디지탈 스캔한 후에 그걸 디지탈 프린팅을 하는 방식이고, 빛의 삼원색(red, green, blue 삼색이고 이게 다 합치면 무색이 된다함)과 인쇄하는 삼원색(마젠타, 시안, 옐로우로 다 섞이면 흑색이 됨)이 달라서 모니터로 보는 것과 종이에 프린트해서 보는 게 색감이 다르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걸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면서, 종이 사진을 연구하시려면, 디지탈 현상소에 맡기지 말고, 아날로그 현상소에 맡기라고 권고 하더군요... 에구.. 미리 좀 말씀해주시지 않구서리...
(하여간에, 회사 근처에서 아날로그 현상 사진관을 찾긴 찾아놓았습니다)

어쨌건 간에, 난 다시 그 사진 중에서 몇 컷을 정해서 스캔해달라고 했지요. 다시 또 좀 비교해보기 위해서, 오늘 찾아갔더니, 장사가 너무 잘되는지 CD에 담아놓지 못했더라구요. 하지만, 모니터로 잠깐 들여다보니, 종이에 인화된 것 보다는 훨씬 밝게 나와있더군요...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한다냐...

필름카메라로 찍어서 디지탈로 바꿔서 볼 바에야 처음부터 디카로 찍는게 낫지 않겠는가 싶습니다만...

어쨌던간에, 이번에 찍고있는 건 아날로그 현상소에 인화를 맡겨볼 것입니다...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비싼 카메라에, 카메라만큼 비싼 렌즈로 찍었지만, 내 디카(파나소닉 FZ3)보다 화질이 선명하지 못합니다. 그런걸 아마 라이카 매니아들은 라이카 렌즈의 특성이라고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오래전에 사용했던 Nikon FE 로 찍은 오래된 사진 보면 다 선명한 사진들인데,
그리고 노출에 신경쓰지 않아도 잘 찍혔는데...

이거 돈은 돈대로 깨지고, 사서 고생을 왜 하고 있는 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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