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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 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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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김봉길
  • 작성일 : 06-09-07 13:37

본문

제가 사진기를 처음 가지게 된 일부터 씁니다. 긴 글을 쓰느라 본의아니게 존댓말로 쓰지 않았음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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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때 이웃에 살던 삼촌 친구분이 길거리 사진사를 하였기에 종종 그의 암실에 가서 작업하는 걸 구경한 적이 있다. (인화지용 차광지로 만든 간이암실이었다.)
확대기에서 꺼낸 인화지는 아무 것도 없는 맨 종이인데 현상액에 넣으면 화상이 나타나는 게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다.
사진에 대해 흥미를 갖기 시작한 건 아마 그때부터인가 보다.
그러나 내가 사진기를 갖게 된 건 훨씬 뒤로 고등학교 2학년때 짝꿍 녀석이 급전 때문에 내게 사진기를 사라고 꼬신 것이 시초다. 페트리7S란 것으로 당시엔 꽤 인기있던 기종이다.
40/2.0이란 RF로는 비교적 밝은 렌즈를 단 그 놈으로 난 무척 행복했다.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형이 좀 보태주고 내가 번(신문배달) 돈을 합해 샀기에...

대학2년까지 그 사진기를 사용했는데 당시 사진기 가진 사람들이 얼마 없을때니...
그 사진기 잃어버리고 얼마나 속이 쓰렸는지 모른다. 두번째 사진기라는 고교은사가 쓰던 레티나7(Xenar렌즈)이었다. 전축을 만들어준 댓가로(알바로 전축만들었음) 받은 이 사진기가 상당히 훌륭한 사진기란 건 훨씬 나중에 알았다(그 카메라 남에게 넘겨주고도 한참 뒤에)
거리연동계가 고장났는데 이걸 고치지 못해서 그냥 목측으로 사용하는 바람에 사진이 잘 나온다는 건 알면서도 브랜드가 알려지지 않는 거라 그다지 애정이 없었다.
험하게 쓰는 바람에 렌즈에 흠도 나고 함부로 뜯었다가 맞추지 못해 고생했는데 결국 수집가에게 넘기고 말았다.

세번재 사진기는 코니카(일안레프)였는데 표준렌즈가 없이 21mm광각만 있었다. 일년정도 그냥 쓰다가 친신만고 끝에 표준렌즈를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찌하다가 샷타가 고장나고 말았다. 형에게 미련없이 넘기고 봉급을 모은 돈으로 중고 아사히펜탁스 SP를 사서 사진을 찍었다. 아마 당시 사진활동하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던 기종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캐논과 니콘이 주류였지만 당시 사람들에겐 제일 좋은(?) 사진기였나보다.
그 이유는 아마 교환렌즈를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스크류마운트라서 타 메이커 것들도 호환되었음)
나중에 니콘FT에 욕심을 갖었지만 가난한 봉급쟁이에겐 한달치 봉급에 육박하는 사진기를 장만한다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사용하다보니 서툰 목수가 대패탓한다고 기계에 대한 불만이 생겼다. 대부분 장만한 렌즈가 중고라서 그런 것 같은데 당시엔 제조업체의 기술 탓으로 돌렸다. 그래서 장만한 게 로라이SL35였다.
이 기종으로 상당히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덕분에 각종 공모전에 입상, 입선도 많이 하게 되어 1979년엔 사진작가 협회 정회원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놈도 인연이 없는지 직장 체육대회때 선수로 뛰면서 친구에게 맡겼더니 이걸 떨어뜨려서 수리하여도 노출도 제대로 안맞고...
그래서 다시 펜탁스 SPF와 로라이35S를 사용하게 되었다.
(결혼하면서 좀 형편이 안좋은 바람에 욕심을 가졌던 니콘을 이번에도 못사고 사진기점을 하는 친구가 좋은 조건에 이 놈을 사라고 권하는 바람에...)
펜탁스에서 만든 스크류마운트 기종 중 가장 잘 만든 게 아마 이 SPF인 거 같다. 스냅은 눈에 잘 안띄는 로라이35로 찍었는데 그런대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보여줬다.

함께 오랫동안 사진활동을 하던 스승이자 선배의 권유로(그 분은 독일제렌즈 예찬론자) 이번엔 짜이스 렌즈로 쓸 수 있는 야시카FX와 소나85/2.8과 플라나 50/1.4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기대보단 별로였는데 93년에 교과서 사진을 찍으면서 생긴 돈으로 니콘 801S를 두대 (마눌에겐 렌즈교환하는 번거로움이 없다고 꼬시고 설득해서...) 구입하였다.

그러나 그동안 마음속에 진정 갖고 싶었던 기종은 라이카였다. 니콘 801S와 마미야67을 번갈아 쓰면서 항상 마음 속에 두었던 건데 우연찮게 기회가 되어서 라이카 M6와 핫셀503CXi를 한꺼번에 구할 수 있었다. 그 바람에 오랫동안 내게 도움을 줬던 니콘801과 마미야는 내 곁을 떠나게 되었고...

지금은 사진을 하던 선배가 헐값에 양도해준 니콘F4와 라이카M6를 쓰고 있는데 아무래도 비싼 라이카는 니콘에 비해 나들이 할 기회가 적다. 핫셀은 사고나서 지금까지 만족할 사진을 찍지 못한 거보니 아무래도 괜히 허영심에 산 거 같다. 그냥 갖고 있을까 팔아버릴까 궁리 중이다.
핫셀에 비하면 라이카는 매우 만족한 결과를 보여줘서 행복하다. 그러나 그동안 장만한 니콘 교환렌즈가 아깝기도 하고 F4의 무게가 나이먹으면서 무척 부담스러운데다 디카로 찍어야할 경우도 많아 얼마전에 후배에게 돈을 빌려 후지S3Pro를 구입해서 함께 쓰고 있다.

그런데 디카가 정말 편리하면서도 역시 필카에 비하면 아직까지 화질에서 한참 뒤진다는 걸 느낀다. 후배는 기왕 디카를 쓰니 이 기회에 필카를 모두 처리하라고 성화지만 몇십년동안 익숙해진 걸 바꾸긴 쉽지 않다. 못쓰더라도 만지작거리면서 지난 추억을 되살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제까지 여러 기종을 써봤지만(짧은 기간 사용하거나 빌려 사용한 것 합치면 상당히 편력을 많이 한 셈) 사실 기종간 차이는 실제 상당히 미미하다고 생각한다. 그 차이는 사용자 개인의 기능 차이나 현상인화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변수에 비교할 정도가 아니라고 느낀다.
즉, 많이 찍고 남의 좋은 사진 많이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게 내 지론이다. 어느 정도 수준의 사진기는 사용자가 얼마나 잘 쓰는가에 따라 좋은 결과를 보여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 자기가 애호하는 기종의 만족도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 질 수 있으니 자기가 쓰는 기종에 불만인 사람은 아무리 비싼 기계를 가졌다고 해도 결과물이 별로일 밖에....

제발 나 죽기 전까진 필름이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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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무송님의 댓글

이무송

잔잔하고 담담하게 사진기 사용경험을 써내려간 글, 읽다보니 차분한 감동이 밀려 옵니다.
마치 전기를 읽는 것 처럼..

*외람되고 건방진 말씀 같지만, 김봉길 선생님 께서는 사진 뿐만 아니라 글솜씨도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흔하게 쓰는 현학적 표현이나 지나치게 비트는 표현도 쓰지 않으면서 정갈하고 솔직담백하게 느낌을 전달해 주는 솜씨가 부럽습니다..^^

고경운님의 댓글

고경운

요즘에 필름의 생산에 대해서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더군요..
저 또한 세상이 없어질때까지... 필름을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계속 생산 되었음 하는 생각입니다.^^

박종만님의 댓글

박종만

필름 걱정하신는 분들의 정성을 져버리지않을듯(?)합니다.

인창희님의 댓글

인창희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필름을 좋아하는 분들의 모든 바람이 마지막 한줄에 함축되어 있군요^^
저 또 한 저 죽을 때까지 필름이 없어지지 않기를 빕니다....

나중에 마지막 남은 필름 회사가 도산 지경이라면 필름 매니아들이 모여서 그회사의 주주로 참여를 해보는 헛된 망상도 해봅니다 ㅎㅎ

이효성님의 댓글

이효성

사진과 함께 하신 긴 여정을 잘 새기며 읽어 보았습니다. 어쩌면 그 넉넉하지 못했던 주머니 사정이 사진을 향한 애정과 열정을 더 많이 심어 준게 아닐까 생각을 해 봅니다. 앞으로 좋은 작품으로 라클을 더욱 알차게 해 주시길 기대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이재원_夜魅님의 댓글

이재원_夜魅

이래저래 방황 끝에 주로 디카를 사용하다 다시 필카를 주 카메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 제아들, 손자 대대손손 모두 필카를 사용할 수 있게 지구 멸망 그날까지 필름이 남아있길..
제 아들이 손자를 보려면 ....정말 먼얘기네요 ^^

김봉길님의 댓글

김봉길

변변찮은 제 글에 댓글들을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구나 글솜씨까지 칭찬해주시고 *^^*...
그런데 올리고 나서 보니 맞춤법에 틀린 글자가 눈에 거슬리네요. 아무래도 자판 두들기는게 아직 서툰가 봅니다. 잘 살펴서 올렸어야 하는데...
여기에 라이카로 찍은 사진 올리기가 어렵군요. 스캐닝해야 가능한데... 즉석인화점에서 네가필름 가져오면 스캐닝해준다고 하는데 파일 크기가 생각보다 작은 거 같습니다. 아마 200dpi 정도로 스캐닝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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