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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시대에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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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경면
  • 작성일 : 04-05-2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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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매체의 급속한 발전, 대중화된 카메라들, 그리고 쏟아져 나오는 영상물들..
이제는 아주 값싼 잡지 속에서도 아주 쟁쟁한 사진들을 만나곤합니다. 요즘 거리를 걷거나 텔레비젼을 보거나 혹은 신문을 보거나간에 우리가 눈을 뜨고 있는 동안에는 끊임없는 이미지들이 우리의 눈을 파고 들어옵니다. 가히 이미지로 채워진 방 속에 내던져진 느낌입니다. 그러고 보면 "내가 본다"라는 측면 보다는 "나에게 보여진다"라는 표현이 더 합당할 것 같습니다. 가끔은 "우리에게 보지 않을 권리를 주어야 하는거 아니야?"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인간들에게는(다른 동물도 마찬가지 입니다만) "선택적 주의집중 능력"이 있어서 이 모든 이미지들에 우리의 눈과 마음을 온전히 빼앗기지는 않지만 그래도 줄기차게 따라붙는 이미지들 속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고 봅니다.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 많은 경우에 있어서 결국 사람들이 보는 보편적인 틀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게 됩니다. 사진에 공감한다는 것은 결국 사물이나 대상을 바라보는 보편적인 틀을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그 틀중 많은 부분은 우리에게 끊임 없이 보여졌던 이미지들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일종의 페러디라고나 할까요(절대 오해하지 마세요 제 개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들의 사진찍는 행위를 폄하하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단지 우리는 얼마나 이러한 "집요하게 보여지는 이미지들과 이에 따르는 시각적 틀로부터 진정 자유로울 수 있을까?"하는 문제를 제기해 보는 것입니다.
"사진의 사실성"은 사진이 순수예술로 받아들여지는데 큰 걸림돌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전통적인 의미의 회화나 조각을 바라보면서는 작가에 대해, 작가정신에 대해 그리고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의 개인적인 노력과정과 천재성에 대해서 많은 질문들을 던지곤 합니다. 이는 아마도 전통적인 예술장르의 작업은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사진작품을 바라볼 때에는 그러한 작가정신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사진 속의 상황, 대상, 장면이 갖는 현실성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사진이 갖는 사실성이 사진의 최대의 무기이자 최대의 약점처럼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또한 사진은 대중화되고 보편화된 카메라를 이용해서 누구라도 이 작업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도 이 부분때문에 사진이 전통적인 예술로부터 경시되었었겠죠.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이 과거에, 그리고 지금도 소수의 작가들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좀더 추상화된 사진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이때에 대중들은 또 외면하게 됩니다. 사진은 이미 사실을 찍어내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찌 되었건간에 신문, 잡지, 방송, 광고 전단지, 포스터 등 우리 주위에서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이미지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지금 찍고 있는 이 보잘것 없는 이미지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결국 이미지 자체의 예술성 보다는 이미지가 갖는 개인적 의미에 치중하게 되는 경향이 있더군요. 그리고 그 와중에 사람들 간에 약간의 공감대가 일치하는 장면, 대상, 상황을 잡아낸 경우에는 그 개인적 의미가 약간 확대되는 정도입니다. 앞으로 사진을 많이 찍고 싶은데, 도대체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갑자기 궁금증이 생겨서 이렇게 두서없는 글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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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시원님의 댓글

이시원

책 두권을 추천해 드립니다. 현대 사진을 보는 눈, 사진과 현실..
지금 고민 하시는 문제에 대해 잘 설명 되어 있습니다..

이치환님의 댓글

이치환

"이미지 자체의 예술성 보다는 이미지가 갖는 개인적 의미에 치중하게 되는 경향"
제가 이해하기 어려운 두 가지의 구문이 위 문장에 내포되어 있는 듯 보입니다.

첫째는, "이미지 자체의 예술성"입니다.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우선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나름대로의 정리가 되어 있어야만
하고, 아울러 사진에 대한 원론적인 개념이 정립되어야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저는'누구에게나 주어진 자기 표현 수단으로써 사진을 택한 단순한 경우'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님의 고뇌가 이해하기 어려운 과분한 화두가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두번째는, '개인적 의미에 치중'이라는 구문입니다.

이 구문은 '일반 대중과 의식을 함께하는 예술, 즉 예술의 사회 참여 측면'을 염두에 둔 표현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사진이 취미 혹은 개인적 삶의 한 방편(또는 표현 도구나 수단)이 아닌 '역사 인식을
가진 예술가에 의한 사회 개혁 내지는 계도의 수단'으로 '사진의 사회적 역할' 혹은 '대중을 위한 사진가의 책임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면, 동일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수준의 웹 사이트의
글로는 너무 격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언젠가 동일한 고뇌를 가지고 프랑스에 있는 디자이너인 교포친구에게 화두를 던졌습니다.
'내가 몰두하는 사진이라는 행위가 사치스런 취미에 국한되어 있고, 차라리 그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면 더 보람되지 않을까?'하고...

이 질문 속에는, '내 사진이 예술적 가치가 있고, 좀 더 열심히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다'라고 하는 답을 기대한 것이었는데,
그 친구의 말은 의외로 단순하고 솔직했습니다.

'하고싶은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만일 그런 행위를 대중적으로 인정 받고 싶다거나,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고 싶다거나,
본연의 이유 외 다른 가치를 바란다면 그때부터 그 행위는 퇴색되어지고,
그로인해 행위의 순수한 의미마져 오염될 수도 있다.'
'없어도 좋지만, 단 한 사람일지라도 만들어지는 사진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 있다면
되는 것 아닐까?'

내 안에 다른 욕심이 뭉클거리면 저도 본연의 순수한 마음을 잊어버리고 그때부터 고뇌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제 경우 그 욕심이란 바로, 이름을 알리고 싶다, 사진이 팔리는 작가가 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누구나 알아주는 소위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하고 싶은 이것 하나만이라도 마음껏 해보는 그 정도'로 충분히 보상되지 않을까요?
전 늘 되뇌이는 말이 있습니다. '사진은 액션이다. 몸으로 하는 표현 방법이다. 찍으면서 고민하자.'
'그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바로 나를 위한 사진이다.' 이렇게 중얼거리고 다닙니다.

*님의 글을 폄하하려는 의도로 이 글을 쓴 것은 아닙니다.
님의 고뇌를 제 입장에서 어렵지만 끙끙거리며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나름대로
'나같은 소박한 사람'의 이런 생각도 있다는 것을 보여드린 것입니다.

이경면님의 댓글

이경면

이치환 선생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는 사실 사진을 업으로 하는 사람도, 사진을 잘 아는 사람도, 그리고 사진을 열심히 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사진을 시작할 때에 작은 소망이 있었습니다. 그 소망은 "많은 어린이들의 꿈을 사진으로 남기자"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제 직업상 어쩔 수 없이 모든 활동과 생각을 어린이들과 짝짓게 되는 습성에서 온 것이랍니다. 하지만 사진감상을 하다보니 그 자체가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더군요. 제가 드린 질문은 이 과정에서 아주 초보 아마추어로서 궁금한 점을 여쭈어 본 것이랍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진의 의미"란 "특정한 사회적인 목적의식을 갖는 다"는 의미의 거창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사진을 찍을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제 시각 자체가 워낙 미시적이기 때문이랍니다. 어차피 모든 예술행위는, 혹은 기타 인간의 행위는 지극히 개인적인, 그리고 지극히 주관적인 측면에서의 가치부여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게서 지적해주신 것 처럼 어떤 행위는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질때 참으로 가치롭다고 생각됩니다. '어린이들의 놀이'는 놀이 행위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정의합니다. 이런 까닭에 아이들의 놀이행위는 끊임없는 역동성과 활기를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그러한 순수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을때 역동적이고 즐거운 사진이 나올 것 같습니다. 제가 하는 사진행위란 기껏해야 주변 분들의 스냅사진을 찍어주고 그 사진을 인화하여 이를 화재삼아 마음을 나누고 정을 나누는 정도의 수준이랍니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궁금증이 많은 탓에 돌발적인 질문을 드렸습니다.
이시원 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은 기회가 되면 읽어보겠습니다. 그리고 이치환 선생님께서 주신 고견은 꼭꼭 스크랩 해놓고 두고두고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렇게 멋진 분들이 계시니 참으로 행복합니다.
오늘은 학생 서넛을 데리고 어느 산 중턱에 위치한 도자기 작업장을 방문하여 다들 예쁜 컵들을 하나씩 만들었습니다. 어떤 학생은 엄마, 아빠께 드린다고 투박한 머그컵을 두개나 만들더군요. 작업을 마치고 예쁘게 사진을 한 장 찍어주었답니다. 나중에 사진을 보여주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또 말들이 많을겁니다. "얼굴이 크게 나왔네!", "눈을 감았네!"하면서 말이죠.. 이게 제가 찍는 사진의 거의 전부랍니다.
진지한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이치환님의 댓글

이치환

이경면님이 사진을 저보다 가치있게 하고 계시는 겁니다.^^;;
전 고작 '내 자신 찾기'라는 에고이스트적이고 정말 미시적인 문제로만 집중하고 있거던요.
'가장 기분좋고 순수한 예술은 서로 즐기고, 그 즐거움을 나누는 것이라고 늘 생각도 하구요^^;;'

아주 좋은 고뇌의 글입니다. 그리고 가치있고, 나같은 사람이 자신의 행위를 돌아보게 하는...
고맙습니다.

이경면님의 댓글

이경면

엇! 어느덧, 댓글을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이곳을 통해서 선생님의 좋은 글, 좋은 사진들을 많이 접했으면 합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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