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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및 사진가

[전시] 나름과 다름의 연애론 - 일우사진가 8인의 릴레이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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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홍상민
  • 작성일 : 07-07-05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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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우 - 염소의 시간 [서문 : 김홍희]

사람의 시간과 사물의 시간과 염소의 시간은 각기 어떻게 흐를까?
오늘 제물로 바쳐지는 염소의 시간은 제물을 잡는 도구의 시간과 같을까? 그리고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의 시간과 사람 앞에 선 그것들의 시간은 등가等價 일까?
구경우의 몽골 사진은 한유한 시간의 탐험이다. 우리는 동시대라고 부르지만 그것은 같은 장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대란 같은 위치를 점하는 공간 내에서만 그 설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같은 장소 같은 시간은 엄밀히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나 다른 시간 다른 장소만 존재할 뿐이다. 구경우가 만난 염소의 시간은 결국 시간과 시간, 공간과 공간, 물질과 물질, 사람과 염소가 서로 비켜가는 조우의 단편에 대한 편린들이다. 그리고 그것은 셔터가 끊어지는 일순만이 교차하고 다시 각기의 시공으로 흘러간다. 결국 구경우의 사진은 자신이 찾아 헤맨 시공과 끝없이 교차한 증거이자 존재의 흔적인 것이다.




이상현 - 깊은 숨 [서문 : 김홍희]

광막한 대지 위의 주검들. 그리고 그 증거들. 그러나 슬프지 않은 삶의 연속성. 버려진 낡은 기차의 들리지 않는 한 숨. 펄럭이는 바람 사이의 정적. 끝없는 사막의 길. 그리고 아이의 눈동자.
이상현의 사진들은 마치 시와 같다. 그러나 우리는 시를 응시하나 이상현의 사진은 우리를 응시한다. 응시의 주체가 상호 대비된다. 이것들은 그가 시각적 운율을 주도하나, 운율에 익숙해지려고 하면 호흡이나 박자를 놓아 버리는 교묘한 엇박자의 혼용에서 온다. 그가 보거나 보이고 싶어 한 것은 어떤 사태의 추이를 추적하거나 증명하려 한 것이 아니라 운률과 운률 사이의 여백과 엇박을 통해 자신의 삶과 우리네 삶, 그리고 몽골인들과 원초적 동질성에 대한 다름과 나름의 혼재를 밝힌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사진을 접한 때 마치 한 구절의 시를 낭송할 때처럼 먼저 깊은 숨을 쉬게 되는 것이다.




최현주 - 방랑하는 이정표 [서문 : 김홍희]

영혼은 부유하고 떠돈다. 그리고 그것은 뿌리 내리기를 원한다. 단단한 대지에 박힌 이정표처럼 자신을 보지 못하나 진리를 가리키는 지시체가 되고자 한다. 부유하는 영혼은 성장한다. 그리고 성장하는 영혼은 반드시 어떤 해후를 한다. 어떤 해후를 원하는 영혼은 부유하고 떠돌며 해후하고 성장한다. 그리고 자리를 잡는다. 스스로 무용해 질 때 유용해지는 이정표로 가는 길목에서 그녀의 셔터는 끊어진다. 그리고 그것은 타인도 아니고 자신도 아닌 경계의 길목에서 서성일 때 만 작동한다. 최현주의 사진을 보면서 덥석 안기지 못하고 대상과 알 수 없는 연민의 거리가 생기는 것은 아마 이런 까닭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사진은 하나 같이 적요한 가운데의 이유 없는 슬픔이다.



김주원 - 영상의 속도론 [서문 : 김홍희]

모든 물질은 위치와 속도를 가진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들의 관계를 세계를 판단한다. 그리고 그것은 DNA처럼 기억 속에 뿌리 내리고 증식하고 보관된다. 우리는 새롭게 만나는 대상을 기억의 증식과 보관된 통로의 역류를 통해 재생하고 이미지를 연결해 또 다시 구체적인 위치와 속도를 가진 세계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세계는 위치와 속도가 없는 이미지일지라도 우리는 그것들에게 위치와 속도를 부여해서 하나의 세계로 인식하고 다시 저장한다. 그러면 그것들은 다른 것과의 관계로 인해 또 다른 속도를 가진다. 김주원의 사진이 사물에 속도를 부여한 것이 아니라 사유의 관계에 속도를 부여한 것은 이런 관계 속에서 이루어 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김주원의 흐르는 영상 속에서 흐르기 전의 일점을 추구하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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