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화훼영모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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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김용준
- 작성일 : 10-10-2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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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갔던 제비가 박씨 물고 따뜻한 봄소식을 전하 듯 성북동 간송미술관의 가을 전시회 소식을 전합니다.^^
선비와 화원들 성정이 보이네. 간송미술관 ‘화훼영모대전’
한국 미술사의 성지인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의 가을은 풀꽃 향기와 명품들의 묵향으로 수놓아진다. 세월의 켜가 쌓인 2층 백색 건물 주위로 국화, 쑥부쟁이를 비롯한 풀꽃들이 피어올랐고, 전시장에서는 옛 선비와 화원들이 그린 풀꽃, 짐승 그림들을 내보이는 ‘화훼영모’전이 지난 17일 시작됐다. 고려 공민왕, 창강 조속, 단원 김홍도, 화재 변상벽 등 14~20세기 초 대가들의 각양각색 동식물 그림들이 모였다.
꽃과 새를 그린 화조화와 들짐승들을 그린 영모화, 물고기·게 등의 어해도는 한·중·일 옛 그림의 감초와도 같다. 이성적 관찰력이 뼈대인 서양 정물화와 달리 화가의 내밀한 심사를 동식물의 자태 속에 솔직히 담아냈기에 그들의 숨은 기질과 성격을 엿보는 흥취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기획전의 고갱이는 16~17세기 선비화가 창강 조속의 까치그림(<고매서작>·왼쪽 그림)이다. 대숲 위 매화가지에 앉은 까치를 담은 이 그림은 힘껏 뻗어오른 담묵의 매화 가지와 고독한 군자 같은 짙은 묵필의 까치가 어우러진 걸작이다. 인조반정에 참가하며 당쟁의 상처를 절감했던 조속의 아린 인생 역정이 절절이 담겨 있다. 1층에 함께 내걸린 대작 <잉어>(오른쪽)는 18세기 명필 이광사가 머리와 눈을 그리고, 그의 아들 이영익이 20년 뒤 나머지를 완성한 부자 예술가의 애틋한 합작품이다. 등지느러미를 세우고 튀어오른 잉어의 모습이 대번에 등용문 고사를 떠올리게 한다.
그 맞은편에 천재화가 단원 김홍도의 정겨운 어미개, 강아지 그림(<모구양자도>)과 스승 표암 강세황의 담백한 연꽃 그림이 조화를 이루었다. 낙천적 풍류객이던 단원의 인간미는 가을 국화꽃 아래 살찐 메추라기나 까치 한쌍의 정경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반면 풍속화 맞수였던 혜원 신윤복은 달빛 아래 야릇한 표정으로 앉은 개 그림(<나월불폐>)에서 세상에 대한 울적한 심사를 드러낸다. 왠지 심란한 듯한 현재 심사정의 매 그림과 제비가 살구향기를 맡는 앙증맞은 채색화 또한 스쳐지날 수 없는 가을 명품이다. 정선과 변상벽의 고양이 그림들처럼 18세기 문화중흥기 대가들의 화조 영모화는 정밀한 묘사 이면의 따뜻한 인간적 내음을 전해주지만, 19세기 말~20세기 초 국권 쇠망기 장승업, 안중식 등의 동식물 그림들은 기법만 두드러진 장식화풍 일색이다. 그림이 장르 불문하고 시대상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깨닫게 하는 풍경이다. 31일까지. (02)762-0442.
글 한겨레 신문 노형석 기자, 도판 간송미술관 제공
왼쪽부터 창강 조속의 <고매서작>, <잉어>.
선비와 화원들 성정이 보이네. 간송미술관 ‘화훼영모대전’
한국 미술사의 성지인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의 가을은 풀꽃 향기와 명품들의 묵향으로 수놓아진다. 세월의 켜가 쌓인 2층 백색 건물 주위로 국화, 쑥부쟁이를 비롯한 풀꽃들이 피어올랐고, 전시장에서는 옛 선비와 화원들이 그린 풀꽃, 짐승 그림들을 내보이는 ‘화훼영모’전이 지난 17일 시작됐다. 고려 공민왕, 창강 조속, 단원 김홍도, 화재 변상벽 등 14~20세기 초 대가들의 각양각색 동식물 그림들이 모였다.
꽃과 새를 그린 화조화와 들짐승들을 그린 영모화, 물고기·게 등의 어해도는 한·중·일 옛 그림의 감초와도 같다. 이성적 관찰력이 뼈대인 서양 정물화와 달리 화가의 내밀한 심사를 동식물의 자태 속에 솔직히 담아냈기에 그들의 숨은 기질과 성격을 엿보는 흥취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기획전의 고갱이는 16~17세기 선비화가 창강 조속의 까치그림(<고매서작>·왼쪽 그림)이다. 대숲 위 매화가지에 앉은 까치를 담은 이 그림은 힘껏 뻗어오른 담묵의 매화 가지와 고독한 군자 같은 짙은 묵필의 까치가 어우러진 걸작이다. 인조반정에 참가하며 당쟁의 상처를 절감했던 조속의 아린 인생 역정이 절절이 담겨 있다. 1층에 함께 내걸린 대작 <잉어>(오른쪽)는 18세기 명필 이광사가 머리와 눈을 그리고, 그의 아들 이영익이 20년 뒤 나머지를 완성한 부자 예술가의 애틋한 합작품이다. 등지느러미를 세우고 튀어오른 잉어의 모습이 대번에 등용문 고사를 떠올리게 한다.
그 맞은편에 천재화가 단원 김홍도의 정겨운 어미개, 강아지 그림(<모구양자도>)과 스승 표암 강세황의 담백한 연꽃 그림이 조화를 이루었다. 낙천적 풍류객이던 단원의 인간미는 가을 국화꽃 아래 살찐 메추라기나 까치 한쌍의 정경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반면 풍속화 맞수였던 혜원 신윤복은 달빛 아래 야릇한 표정으로 앉은 개 그림(<나월불폐>)에서 세상에 대한 울적한 심사를 드러낸다. 왠지 심란한 듯한 현재 심사정의 매 그림과 제비가 살구향기를 맡는 앙증맞은 채색화 또한 스쳐지날 수 없는 가을 명품이다. 정선과 변상벽의 고양이 그림들처럼 18세기 문화중흥기 대가들의 화조 영모화는 정밀한 묘사 이면의 따뜻한 인간적 내음을 전해주지만, 19세기 말~20세기 초 국권 쇠망기 장승업, 안중식 등의 동식물 그림들은 기법만 두드러진 장식화풍 일색이다. 그림이 장르 불문하고 시대상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깨닫게 하는 풍경이다. 31일까지. (02)762-0442.
글 한겨레 신문 노형석 기자, 도판 간송미술관 제공
왼쪽부터 창강 조속의 <고매서작>, <잉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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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유재욱님의 댓글
유재욱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주말 코스가 정해 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