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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금선 사진전 <째르빼니 _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김영모
  • 작성일 : 14-08-18 06:58

본문

한금선 사진전
째르빼니_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8. 19 ~ 31

우즈베키스탄에서 살아가는 고려인들의 오늘

- 한금선 사진전 <째르빼니> 8월 19일부터 갤러리 류가헌
러시아어 “째르빼-니”는, 우리말로 “괜찮아” 혹은 “참아야 해”라는 뜻이다.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 명령으로, 연해주에 살던 고려인들이 목적지도 모르는 채 기차에 몸을 실었다. 우즈베키스탄으로, 카자흐스탄으로... 6천 킬로미터가 넘는 긴 여정이었다. 이 강제이주 기간 동안에만 1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죽었다. 어린 자식이 죽으면 열차 미닫이문 밖으로 시신을 버리며 갔다. 도착해서도 굴을 파고 살거나 마구간에서 살며 굶주림을 견뎠다. 간신히 살려 온 자식을 이리가 물어가기도 했다.
기차에서도 죽지 않고, 이리에게도 물려가지 않고 살아남은 아이들이 우즈베키스탄에 살고 있는 지금의 고려인 1세대들이다. 이주에서 정착까지의 험난한 시간들을 지나오는 동안, 이들은 “째르빼-니, 째르빼-니”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서로를 부축했다. 그것은 2세대들에게도 유전되어, 지금도 우즈벡의 고려인들은 삶의 어느 힘겨운 순간과 마주치면 “째르빼-니, 째르빼-니”라고 말한다.
사진가 한금선의 4번째 개인전 <째르빼니>는, 바로 이 우즈벡의 고려인들에 관한 것이다. 그녀는 2013년 초여름, 대구 인문사회연구소와 함께 구술 기록과 사진 기록을 위해 ‘우즈벡의 고려인’들을 만났다. 양 니꼴라이, 강 라이사, 박 알렉산드로.... 성명에서 알 수 있듯이, 몸은 우즈베키스탄에 두고 살지만 여전히 적은 조선에 둔 사람들, 근현대사의 아픈 기억들을 지닌 채 살아가는 그들의 현재를 사진에 담았다.
이번 전시작들은, 한금선의 이전 전시 <집시 바람새 바람꽃>과 <꽃무늬 몸뻬, 막막한 평화>를 비롯한 국가인권위 사진집 <눈 밖에 나다> 등에서 보여준 바 있는 사진적 접근 방식과는 다른 면모를 드러낸다. 인물이 직접적으로 정면에 노출되는 인물 중심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공간과 사물에 더 많은 시선을 할애하는 사진으로 옮겨왔다. 또한 주관적 개입을 강하게 드러냈던 흑백사진에서 벗어나 강렬한 컬러 사진으로 일관한 것도 흥미롭다.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들의 일상 풍경에 나타나는 독특한 색감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우즈벡의 고려인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여성 다큐멘터리 사진가 중 한명인 한금선의 사진적 변이 과정을 볼 수 있는 것도 이번 전시의 흥미로운 관람 요소 중 하나이다. 사진들은, 우선 아름답다. 어딘가에서 조용히 음악이 들려오듯, 애잔한 정서가 바탕에 흐른다. 밖의 역사에 관해 비통하게 쓰인 서사시가 아니라, 제 몸과 삶 안에 역사의 부침을 새기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서정시다.
사진가 한금선은 말한다.
“내 사진을 통해 ‘째르빼-니’란 단어를, 그렇게 말하지 않고는 살아낼 수 없었던 사람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우리 곁에 있음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한금선 사진전 <째르빼니 _ 우즈벡의 고려인들>은 8월 19일부터 2주간 사진위주 갤러리 류가헌에서 전시된다. 오프닝인 19일에는 전시 제목과 동일한 제목의 사진집(봄날의 책 발행)의 출판기념회도 열린다.
전시 문의 : 류가헌 02-720-2010



■​​ 작가 소개
한금선 Han Geumsun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파리 이카르 포토에서 사진을 시작했다. '집시 바람새 바람꽃', 과 '꽃무늬 몸뻬, 막막한 평화' 사진전시와 사진집을 출판했다. 국가인권위 사진집'어디 핀들 꽃이 아니랴'와 '눈밖에 나다'에 참여하고, 도서출판 아카이브 사진집 '사진 강을 기억하다'와 'CT85'등에 함께 했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 발행 인권지 사진디렉터로 일하면서 사진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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