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io-Elmarit-R 28-90mm f/2.8-4.5 AS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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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홍건영
- 작성일 : 13-12-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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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번호 : 11365
출시 : 2004-2009
화각 : 73.4~27.6도
최소 조리개 : 22
색상 : 블랙
후드 : 빌트인
필터 : E67
최단초점거리 : 60 cm
무게 : 740 g
크기 : 99 x 80 mm
구성도
8군 11매 구성입니다
이 렌즈의 일반적 화질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라이카에서는 이 렌즈를 여행과 범용 렌즈로 분류해 놓았는데 의심의 여지없이 맞는 말이지만 Vario-Elmarit-R 28-90mm f/2.8-4.5 ASPH 렌즈가 매우 높은 품질의 프로 사진작업을 감당할 수 있다고 추가하고 싶다.
28미리에서 최대개방일 때 (2.8) 중앙부에서는 150 Lp/mm 이상, 주변부에서는 80Lp/mm 이상의 높은 컨트라스트를 얻게 된다. 구석에서만 미세한 디테일이 소프트해지는 약점을 보인다. 5.6으로 조이면 중앙부의 고화질을 12미리 반경의 원 전체에서 볼 수 있다. 비점수차는 전혀 없으며 약간의 상면만곡이 보인다. 매우 크게 확대를 하면 색 간섭무늬가 살짝 보인다. 왜곡은 -3%의 배럴 디스토션이 보이고 비네팅은 2.5스톱이다. 왜곡이 큰 것이 아쉽다고 하겠다.
(35미리부터의 MTF chart와 비네팅, 왜곡 그래프는 문서를 참조하세요)
35미리에서 최대개방일 때 (2.8) 주변부가 다소 개선된다. 주변부에서 이제는 100Lp/mm가 기록되고 마이크로 컨트라스트도 좋다. 왜곡은 -1%로 준다. 5.6에서는 최적의 성능이 나오는데, 매우 미세한 디테일이 거의 전 영역에서 쨍하게 재현된다. 비네팅은 실질적으로 없다.
50미리에서 최대개방일 때 (3.4) 매우 높은 컨트라스트를 보이고, 이미지의 넓은 영역에서 150Lp/mm 이상의 예외적으로 높은 해상도를 경험하게 된다. 여전히 희미한 색 간섭무늬가 있지만 실 사용에서는 눈치채기가 상당히 힘들 것이다. 5.6에서는 Summicron 50mm의 성능을 가볍게 뛰어넘어 버리는 (특히 주변부에서) 무결점 성능이 나온다.
70미리에서 최대개방일 때 (4.0) 화질은 이미 환상적이고, 컨트라스트는 극히 높으며, 가장 미세한 디테일이 정말로 쨍하게 기록된다. 5.6으로 조이면 윤곽선의 컨트라스트가 향상되고 이제 구석까지 상당히 좋아진다. 왜곡은 1% 핀쿠션이 있고 비네팅은 무시할 만 하다.
90미리에서 최대개방일 때 (4.5) 최상의 성능에 도달해 있다. 주변부와 구석의 화질은 70미리와 비교해보면 중앙부의 화질 수준이다. 비네팅은 없고 왜곡은 1%로 매우 낮다. 줌렌즈의 망원쪽에서 왜곡이 거의 없다는 것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대개 줌렌즈의 화질은 줌영역의 중간 정도에서는 좋고 광각쪽과 망원쪽은 좋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 렌즈는 환상적인 렌즈다. 화질이 매우 뛰어나서 단렌즈와 비교했을 때에도 이 렌즈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더 자세히 비교를 하자면 앞장의 단렌즈들의 그래프와 비교해보면 되는데, 여러분이 직접 해보시길.
Apo-Summicron-R 90mm f/2 ASPH과 비교해보는 것은 특별히 흥미롭다. 이 비교에서 단렌즈의 장점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각 렌즈의 그래프와 특성을 자세히 연구해보는 것도 선택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Apo-Summicron-R은 최대개방에서도 (1:2) Vario-Elmarit-R 렌즈의 90미리 4.5와 같은 성능을 보여준다. 이 때 Apo 렌즈는 두 스톱의 이득이 있다. 더 큰 피사계심도와 더 효율적인 내부 빛 반사 덕분에 (렌즈 직경이 더 작다!) Vario 렌즈의 사진은 더 부드러운 화질을 가진다. Apo 렌즈에서는 초점면이 명확하게 다른 부분과 구분되고, 초점이 흐려지는 것이 더 급격하게 진행한다. 물론 Apo 렌즈를 1:4로 조이면 이런 차이가 당연히 없어진다.
일반적으로 단렌즈는 더 작고 더 빠르다. 단렌즈에서는 이미 최대개방 화질이 좋기 때문에 조리개를 조여도 큰 차이를 만들지는 않는다. 올드 단렌즈와 최신 줌렌즈를 비교한다면 줌렌즈의 주변부 화질이 더 좋은 경우가 많다.
Vairo-Elmarit-R 28-90mm f/2.8-4.5 ASPH 렌즈는 매우 좋은 색재현성을 가지고 있고, 회화적 깊이와 사실감도 매우 훌륭하다. 이 렌즈는 슬라이드 필름을 위한 렌즈이다. 여러분이 아직 슬라이드 필름에 도전해 보지 않았다면 이 렌즈를 구입해서 슬라이드 필름을 써야하는 동기부여를 해보시라.
28에서 90까지의 넓은 줌범위는 리플렉스 시스템에 또 하나의 문제를 드러낸다. R8/9의 일반 파인더는 90미리에서는 너무 어둡고, 28미리에서는 정확하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므로 Solms의 엔지니어들은 일감이 하나 더 생긴 것이다! 광각에서 초점을 맞추는 것은 사실 심도가 깊으므로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만약에 정확한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면 70미리에서 초점을 맞춘 후에 28미리로 (혹은 90미리로, 35미리로) 줌을 옮기면 제일 좋다.
이 영역에서 초점은 절대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현행의 라이카 렌즈들은 컨트라스트와 해상도, 매우 미세한 디테일의 재현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러한 특성들은 발표된 MTF 그래프에서 추론될 수도 있는데, 여러분이 그래프에서 너무 많은 것을 읽으려고 하면 곤란하다. MTF가 절대로 나타낼 수 없는 정보가 여러 개 있는데 예를 하나 들면 가장 대표적인 것이 플레어에 강한지 약한지는 그래프를 보곤 알 수 없는 분야이다.
__플레어 특성
이 렌즈의 플레어 특성에 대해서 나는 특별 연구를 했다. 왜냐 하면 플레어는 렌즈들이 ‘A bout de souffle’ 에 가게 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모든 초점거리에서 베일링 글레어는 찾아보기 힘든데, 주제보다 배경이 엄청 밝다고 해도 컨트라스트가 떨어질 염려가 없다는 의미가 된다. 태양광선이 렌즈에 비스듬하게 들어올 때, 그리고 태양이 주피사체의 바로 뒤에 있을 때, 이런 경우들에서는 약간의 2차 반사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흔히 많이 보는 조리개 구멍 모양의 고스트는 볼 수 없다. 태양이 이미지에 포함될 때에는 당연히 사진의 디테일이 탈색되겠지만, 그런 상황은 위치를 살짝 바꿔서 피하길 권한다.
이 렌즈는 다른 라이카 렌즈들보다 베일링 글레어가 더 억제되어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2차 반사도 살짝 좋다고 볼 수 있다.
__사족
렌즈 설계의 한 종으로 줌렌즈를 이야기한다면 줌렌즈는 이상한 진화를 거쳤다고 할 수 있다. 최초의 설계는 아마도 Vario-Glaukar 1:2.8/25-80mm로서 1936년경에 지멘스에 의해서 16미리 영화 카메라를 위해 만들어졌다. 특히 영화에서 부드럽게 확대 배율이 바뀐다는 것은 매우 가치있는 아이디어였다. 그런 렌즈가 있으면 레일 위를 달리는 활차 위에 싣고 달려야 하는 고정식 카메라가 없어도 되기 때문이었다. 줌렌즈에 대한 최초의 특허는 1902년에 어떤 미국 회사에 의한 것이다. 그러니 줌렌즈라는 생각은 이미 100년이 넘은 것이다. 최초의 35미리 카메라를 위한 줌렌즈는 장난감으로 치부되었고, 심지어는 1980년대에도 라이카曰 줌렌즈는 절대로 단렌즈의 화질을 뛰어넘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라이카에서 두 가지의 중대한 기술 혁신을 이룬 사람으로 Kölsch씨를 기억하게 되는데, 하나는 비구면이고 다른 하나는 고성능 줌렌즈이다. 독창적인 Vario-Emarit-R 35-70mm f/2.8 ASPH 렌즈와 Vario-Apo-Elmarit-R 70-180mm f/2.8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줌렌즈가 단렌즈만큼 좋을 수 있다.
이제는 상황이 역전되었다. 줌렌즈의 도전에 대해서 단렌즈가 자신의 우수성을 증명해야 한다. 여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줌렌즈는 큰 개방조리개가 필요없어서 (그런데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이게 틀린 말이 되었다!) 대개 f/2.8이다. 현재의 뛰어난 필름 기술은 ISO 200/400 슬라이드 필름을 (그리고 ISO 400 흑백 필름을) 만들고 있고 이 필름들이 단렌즈와 줌렌즈의 한 두 스톱 정도 차이를 막아주고 있다.
줌렌즈는 더 많은 수의 엘레멘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서 수차를 더 보정할 수 있어서 설계자는 자신의 설계를 다듬을 수 있는 도구를 더 많이 가지게 되는 셈이다. 단렌즈에는 하나의 최적 거리가 있어서 이 거리에서 수차가 가장 많이 없어진다. 줌렌즈 설계에서도 같은 원리가 성립한다: 설계가 최적의 상태로 되는 초점거리는 하나만 존재한다. 이 때 선택은 자명해진다. 중간 영역을 최적화하거나, 광각영역을 최적화하거나, 망원영역을 최적화하거나 중에서 고르면 된다. Vario-Elmarit-R 28-90mm f/2.8-4.5 ASPH 렌즈에서는 50부터 90미리 영역에 최적화가 되어 있다.
줌렌즈가 수차보정을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좋지만, 기계 설계와 엔지니어링에서는 더 힘들다. 고정된 마운트에 6매의 렌즈를 조립하는 것과 이동식 마운트에 11매의 렌즈를 조립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단렌즈에서 0.01mm로 정밀도를 유지하면서 부품을 조립하는 것은 이미 큰 일이었다. 줌렌즈는 여기에 더해서, 움직이는 부품들에 대해 같은 정도의 정밀도가 추가로 요구된다. 라이카는 렌즈 마운트의 움직임을 점검하기 위해 5만번의 테스트 사이클을 반복한다. 이 새로운 라이카 줌렌즈는 줌렌즈 설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린 많은 혁신적 특성을 다음과 같이 가지고 있다.
첫 번째로, 이 렌즈는 줌 비율이 1:3보다 큰 최초의 라이카 줌렌즈인데, 정확하게는 1:3.214로 우연히 3.14, 즉 파이와 상당히 비슷하다.
두 번째로 렌즈 군의 움직임이 새롭고 매우 정교한 메커니즘으로 설계된 점이다.
세 번째로 조작성인데, 이 렌즈가 완전히 기계적 메커니즘으로 수동 초점을 해야 하는 렌즈임을 감안할 때, Vario-Elmarit-R 28-90mm f/2.8-4.5 ASPH 렌즈는 내가 만져본 렌즈들 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렌즈 마운트를 가지고 있었다.
이 렌즈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아서 Vario-Elmar R 28-70mm f/3.5-4.5와 Vario-Elmarit-R 35-70mm f/2.8 ASPH의 중간쯤에 해당한다. 20미리의 추가 화각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좋은 크기이다. 렌즈 마운트의 직경이 크지 않은 것은, 매우 얇지만 안정적인 알루미늄 원통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거리 링을 매우 강하게 누르면 마찰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 현상 때문에 일부 사용자들이 기계적 안정성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주장으로서, 예전 세대의 줌렌즈와 현대 줌렌즈의 느낌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는 외관이다. 이 렌즈는 아름다운 모양과 매우 인상적인 검은색 마감처리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R8/9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기적 노출 보정 시스템을 위한 기능의 추가를 다섯 번째로 이야기할 수 있겠다. ROM (전자 데이터와 신호 전달) 접점은 초점거리, 조리개 보정값, 비네팅 데이터를 렌즈에서 카메라로 전해주어서 정확한 노출 결정과 플래시 세팅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초점거리의 선택은 매우 실질적인 문제다. 수 년 전에 캐논은 수 천장의 사진을 분석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대부분의 사진은 1:8 조리개에서 1/125초로 촬영되었고, 그 화각은 28에서 90미리 사이였다. 우리가 이 연구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 라이카 렌즈는 하나의 줌렌즈로 필요한 대부분의 범위를 커버하는 셈이 된다. 이 라이카 렌즈는 Vario 렌즈 라인업에 좋은 신참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팔방미인은 될 수 없다.
매크로 기능은 들어가 있지 않지만 형제 렌즈인 Vario-Elmar 35-70mm f/4 렌즈에는 매크로 기능이 있다. 그리고 90미리 화각의 최단 초점거리가 0.6미터인데, 대부분의 응용분야에서 충분할 것으로 생각된다. 조리개 범위는 1:2.8에서 1:4.5 사이인데 이는 현재의 고품질, 중간 정도 빠르기의 필름에는 충분한 값이다. 망원에서 4.5는 좀 느리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작은 렌즈를 만들려면 어쩔 수 없다. 그 유명한 Vario-Elmarit-R 35-70mm f/2.8 렌즈는 대물렌즈의 직경이 88미리에 달하는데, 70미리 화각을 90미리로 늘려보면 아마도 그 직경이 120미리는 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무게도 엄청날 것이다.
조리개 링은 2.8부터 22까지를 가지고 있는데 이 조리개 범위가 모두 다 맞는 경우는 28미리부터 35미리 화각 범위뿐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50미리에서는 최대 조리개가 3.4이고 90미리에서는 4.5이다. 만약 줌을 90미리 위치로 돌렸다면 조리개 링을 2.8에 위치시켜도 실상은 4.5 조리개가 되고 22도 36이 된다. 그러므로 외장 노출계를 사용하거나 A 모드를 가지고 특정한 조리개 값을 사용하려고 할 때에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파인더에 보이는 조리개 값을 읽는 것이 가장 속이 편하다
__광학적 요구사항과 기계적 구성
이 렌즈는 8군 11매의 구성으로 두 매의 비구면 렌즈를 사용하고 있는데, 하나는 맨 앞 렌즈의 앞면에, 다른 하나는 맨 마지막 렌즈의 뒷 면에 비구면이 들어가 있고, 우연히도 최초의 Noctilux인 50mm f/1.2와 같다. 이 렌즈에는 세 개의 군이 움직이도록 되어 있는데, 그 움직임은 0.010에서 0.005mm의 정확성을 가지도록 밀링 가공된 홈에 의해 조절된다.
라이카 엔지니어들에게 세 개의 서로 다른 차원의 요구사항을 모두 만족시키는 렌즈를 설계한다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그 세가지는 성능, 손맛, 미관인데, 이 세가지는 부분적으로 서로 상충되는 것들이다. 게다가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하는데, 역시 제조에 대한 것이다. 제조에 대해서 라이카는 과거의 설계에서 많은 노하우를 축적해 놓았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분야는 제조와 조립에서 매우 작은 공차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 렌즈는 11매의 구성으로 표면의 불규칙성을 마이크론 이하 단위로 억제하기 위해 정밀 연마와 표면처리를 거치게 된다. 사실 여기서 마이크론 이하 단위 사양이라고 할 때 우리는 나노미터 단위의 (0.001 마이크론) 공차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요구되고 계산된 성능을 얻어내기 위해서, 각 렌즈 엘레멘트들은 마운트에 장착될 때 어떤 저항도 받지 않아야 한다. 만약 엘레멘트에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표면의 모양이 변하게 되고 원치 않은 수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이 스트레스가 없는 마운트 작업이 커다란 도전이라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또 다른 도전들이 있는데, 렌즈 엘레멘트들의 옆면을 검게 해서 플레어의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즉 검은색 페인트 칠을 해야 한다는 말인데, 이 작업은 아직도 숙련공이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두껍고 딱딱하지 않은 페인트 층이 있다는 것은 렌즈가 마운트에서 미세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나의 해결책으로 유리 엘레멘트를 마운트 속으로 눌러 넣는 방법이 있는데, 너무 큰 압력으로 눌러 넣으면 하나도 좋을 것이 없다. 그래서 작업자는 저항없이 마운트에 들어가도록 만들기 위해 페인트 층의 두께를 세심하게 조절해야 한다
렌즈 연마와 형성의 분야에서 우리는 나노미터 단위로 일을 한다. 나노미터의 광학 단위에서 마운트와 조립 정밀도라는 기계 단위로 점프한다는 것은, 나노미터를 이야기하다가 마이크로미터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이크로미터라고 해도 여전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작은 단위이다. 그리고 아무리 초정밀 기구를 사용한다고 해도 사람이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실제 조립 공정에서, 자신의 설계가 만족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위해서 설계자는 이 점프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이 28-90 렌즈는 40개 이상의 기계 부품을 (전기 부품과 조리개 부품은 빼고 센 숫자이다) 가지고 있는데 이 부품들은 0.010에서 0.005mm의 정밀도로 조립되어야 한다.
렌즈 조립에서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각 렌즈 엘레멘트들의 중심축이 맞지 않을 편심의 가능성이다. 렌즈의 편심은 틸트나 (광학 축에 대해) 측방향의 변위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편심은 매우 작은 공차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거의 모든 렌즈 조립 시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대부분의 광학 프로그램들은 이 어긋남의 효과를 연구하는 특별한 모듈을 가지고 있어서, 얼마만큼 어긋나면 이미지의 열화가 발생하기 시작하는지 미리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편심은 컨트라스트를 저하시키고 더 많은 비점수차를 만들어낸다. 1대 3의 줌 범위를 가지는 이 렌즈에 요구되는 기계적, 광학적 제약조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매우 작은 공차만이 허용된다. 공차가 전혀 허용되지 않는 부품을 생산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전 시스템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공차를 인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세 가지의 접근방법이 있다. 하나는 옛날에 라이쯔에서 쓰던 방법으로서 + 공차와 – 공차를 가진 부품들을 쌍으로 조합해서 서로 공차를 상쇄하려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어느 부분이 가장 민감한 부분인지 알아내기 위해서 Monte Carlo 분석을 한 다음에 제약점들을 완화함으로써 문제가 되는 면을 전 시스템에 걸쳐 분산시켜주는 효과를 노리는 것인데, 이것은 짜이스의 완화법이라고 한다. 그리고 현재 라이카에서 사용하는 세 번째 방법이 있는데, 이 방법은 기계적 구조의 한 부분인 기계적 보상자를 사용하는 것으로, 광학 설계와 계산을 할 때부터 이 보상자를 감안하고 진행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실로 독창적인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보상자 자체는 새로운 기술이라 할 수 없지만, 이 경우에는 렌즈 엘레멘트가 제 자리에 고정되기 전에 기계적 움직임에 의해 살짝 변위를 가질 수 있다. 이 변위는 매우 크게 확대를 해서 진행하는 MTF 측정에 의해 제어된다.
또 하나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 렌즈를 설계할 때 광학적, 기계적 설계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완전히 서로 상호작용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설계자는 조립 단계에서 무엇이 가능한지를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고, 작업자들에게 불가능한 것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조립 라인의 작업자들이 손으로 보상자 메커니즘을 조절해서 렌즈가 항상 최적의 성능을 얻도록 광학적 계산을 최적화한다. 각각의 모든 렌즈들은 설계된 대로 동작하도록 검사하고, 특히 비구면은 매우 조심스럽게 검사된다. 그 결과로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했을 매우 작은 공차가 달성되었다. 이 호사스러울 정도로 정성스런 작업을 그 소요시간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는데, 작업자가 렌즈를 조립할 때 두 시간 이상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설계와 제조의 밀접한 협력이 있기 때문에 라이카 렌즈의 고품질이 균일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품질은 새로운 수준으로 올라가 있다. 제조와 조정에 대한 작업지시서가 최종 렌즈 설계서의 한 부분으로 포함되어 있고, 최적의 조립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내면 설계가 그에 맞추기도 한다.
공장을 떠나 출고되는 어떤 렌즈도 완전히 서로 같지는 않다. 제조 과정에서 항상 공차는 있기 마련이다.설계자에 의해 지시된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해, 공장에서는 성능의 하한선을 정해야 한다. 이 요구사항들이 만족되면, 이 렌즈는 품질팀에 의해 합격판정을 받게 될 것이다. Vario-Elmarit-R 28-90mm f/2.8-4.5 ASPH 렌즈의 구조 덕분에 공차의 통계 분산이 대폭 줄어들었다.
줌렌즈는 공차를 작게 가져가기가 어려운데, 그 이유는 렌즈군이 복잡한 길을 따라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렌즈군이 서로 상대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가이드 홈을 따라 움직이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에 두 개 혹은 세 개의 홈이 있고, 이 홈들은 마운트에서 관통 구멍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홈을 구멍으로 만들면 마운트가 견딜 수 있는 구조정 무결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홈을 두 개 만들고 마운트를 상당히 두껍게 하면 문제가 없다. 28-90 렌즈는 가벼워야만 했다. Vario-Elmarit-R 28-90mm f/2.8-4.5 ASPH 렌즈에는 세 개의 움직이는 렌즈군이 있어서 세 개의 가이드 홈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일반적인 구조를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너무 무겁거나 너무 약하다.) 필요한 만큼의 안정성을 주기 위해서 구멍을 만들 수 없어지고 특수 CNC 기계로만 가공할 수 있는 내부 홈을 만들어 가이드 홈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 특수 기계는 라이카와, 최고의 CNC 기계 제작사인 Weller 사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밀링 머신의 움직임은 마운트 표면의 울퉁불퉁함을 만들기 때문에 나중에 매끈하게 가공을 해야 하는데 이 때의 허용 공차는 0.01mm로서 가이드 롤러가 움직일 때 전 구간에서 같은 마찰력을 받도록 하기 위함이다. 28-90 렌즈의 마운트는 상당히 얇고 매우 높은 등급의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알루미늄은 요구되는 안정성을 만족시키는 소재로 특별히 선정된 것이다.
이 모든 노력의 결과로 매우 부드러운 초점링과 줌링의 움직임이 탄생했다. 매우 예민한 손가락을 가진 사람이라면 90미리에서 28미리로 갈 때 마찰이 있는 것을 느낄 수도 있는데, 역시 완벽하다는 것도 항상 상대적인 것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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