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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연감

Elmarit-R 19mm f/2.8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홍건영
  • 작성일 : 10-04-17 00:54

본문

쓸데없는 서론

15미리 광각렌즈를 레트로포커스가 아닌 방법으로 설계하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 만큼은 아니지만 매우 쉽다고 합니다. 이에 반해 18미리부터 25미리 사이의 레트로포커스 렌즈를 위한 갖가지 요구사항들은 사실 상당히 벅찬 것 들입니다. 이 렌즈들은 포커싱 스크린과 함께 사용될 터였고 왜곡이 없어야 하고 구석에 어두운 부분이 생기면 안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렌즈를 이용해서 구석구석 쨍한 사진이 요구되는 작업을 할 것이었기 때문에 주변부의 화질도 좋아야 했습니다.

빠른 레트로포커스 광각렌즈의 사양을 보면 상당한 어려움이 있음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현행 Elmarit-R 19mm f/2.8 렌즈는 베이요넷 플랜지부터 맨 앞의 렌즈까지 거리가 60mm인데, 맨 앞의 렌즈의 직경이 62mm입니다. 고전적 광각 설계에서는 그렇게 큰 유리가 필요없는데, 레트로포커스 설계에서는 맨 앞의 렌즈가 매우 직경이 커야 합니다. ‘일반적인’ 19미리 렌즈를 만든다면, f/2.8 렌즈에 필요한 직경은 6.8mm에 불과해서, 9배나 큰 유리가 사용되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필요직경을 계산하는 공식이 있는데, 초점거리를 조리개 값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50mm f/2 렌즈는 맨 앞의 렌즈 직경이 얼마가 필요한가 하면 50을 2로 나눠서 25mm가 필요하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19미리 2.8 렌즈는 19/2.8 = 6.8mm가 나오는 것입니다. 이 말은 뒤집어보면 62미리 직경의 렌즈를 가진 ‘일반적인’ 19미리 렌즈를 만들었다면, 조리개 값은 믿을 수 없는 f/0.3에 달한다는 뜻입니다. Noctilux처럼 f/1.0 조리개를 가진 일반적인 19미리 렌즈를 설계한다고 해보죠. 그러면 맨 앞 유리의 직경은 19mm일 것입니다. 하지만 레트로포커스에 사용된 실제 유리의 직경은 62mm나 됩니다. 사실 물리적으로 가능한 최대 조리개는 f/0.5이기 때문에 f/0.3이라는 것은 불가능한 수치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레트로포커스 렌즈는 맨 앞 렌즈가 음의 렌즈이고 두 번째 그룹이 양의 렌즈를 형성하게 됩니다. 맨 앞의 엘레멘트를 크게 만들면 전체 필름 면적에 골고루 빛을 보낼 수 있고 평평한 필드를 만들기 때문에 비점수차를 줄이게 됩니다. 하지만 왜곡이 큰 문제가 된다고 합니다. 렌즈의 구성은 완전히 비대칭형이고 이로 인해 색수차와 코마 수차의 보정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맨 앞 유리를 작게 만들고 싶으면 굴절률이 큰 유리를 사용하거나, 곡률이 더 큰 모양을 만들어야 하는데, 두 경우 모두 입사광이 크게 꺾여서 작은 조리개 구멍으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플레어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엘레멘트들 사이의 반사를 줄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유리에 (멀티) 코팅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유리의 곡률이 커지면 물리적으로 코팅을 입히기가 매우 힘듭니다. 그리고 렌즈가 더 빨라지면 더 많은 엘레멘트가 필요하므로 구성이 더 복잡해집니다. 엘레멘트가 많아지면 조립 공정에서 각 유리의 중앙점을 맞추기가 쉽지 않고 이 렌즈들은 근거리 사용시 화질을 보장하기 위해서 플로팅 엘레멘트를 가지게 될텐데, 이쯤 되면 광학-기계적 난이도는 매우 높은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플로팅 엘레멘트의 이동 거리는 0.5에서 1mm 사이로 매우 작은 길이입니다. 내장형 필터 터렛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이 필터들은 설계의 일부분이어서, 정밀도가 좋지 않으면 즉각적으로 렌즈의 전체적 품질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 길고 긴 문제점 목록을 다 보고 나면 현행 라이카 렌즈들이 그렇게 뛰어난 품질을 보여준다는 사실에 대해서 존경심마저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레트로포커스 설계는 계속 발전해서 독자적인 설계 양식이 되었고, 일반적인 렌즈의 맨 앞에 음렌즈를 붙인 렌즈라는 원형을 벗어나기에 이르게 됩니다.




Elmarit-R 19mm f/2.8 (전기형)

사양


번호 : 11225
출시 : 1975 ~ 1990년
실제 초점 거리 :
최소 조리개 : 16
색상 : 블랙
후드 : 12529
필터 : E82
최단초점거리 : 30cm
무게 : 500g
크기 : 2.8 x 2.4 inch

구성도

7군 9매의 구성입니다



라이쯔는 1975년에 독자적인 Elmarit-R 19mm f/2.8 렌즈를 발표했습니다. 이 렌즈는 미들랜드 설계로 상당히 좋은 사양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만, 왜곡은 4%로 상당히 높은 편이고 플레어에 취약한데, 이것은 대구경의 대물 렌즈를 가진 렌즈에겐 놀랄 일도 아니었습니다. 이 렌즈는 역시 레트로포커스 렌즈인 Super-Angulon-R 21mm f/4의 개량판이었습니다. 최대개방 2.8은 S.A.의 4에 비하면 한 스톱이나 발전한 것이었습니다. 한 해 전인 1974년에는 R 시스템을 위한 24미리 렌즈인 Elmarit-R 24mm f/2.8 신형이 출시되었는데 24미리 렌즈는 그 후 큰 변경이 없었지만 19미리 렌즈는 1991년에 완전히 재설계되었습니다.

최대 개방에서 컨트라스트는 중간 이하이고 굵은 디테일의 해상력은 매우 좋습니다만 매우 미세한 디테일은 중앙부에서도 윤곽이 다소 흐립니다. 주변부로 가면 상면만곡 (field curvature) 를 잡기 위해 비점수차를 (Astigmatism) 사용한 탓에 성능이 뚝 떨어집니다.

5.6, 8로 조이면 중앙부에서는 컨트라스트도 좋아지고 미세한 디테일도 쨍한데, 필드에서는 작은 디테일이 여전히 소프트합니다. 전체적으로 좋은 성능을 얻으려면 11까지 조여야 합니다. 조리개를 절반쯤 조인 성능은 21미리 Super Angulon보다 좋다고 보시면 됩니다.

비네팅은 2.5 스톱으로 큰 편이고 왜곡도 쉽게 볼 수 있는데 왜곡의 방향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근거리 성능은 좋지 않은데 역시 플로팅 엘레멘트가 없는 탓일 것입니다. 그리고 플레어에 약한 렌즈인데 대구경의 레트로 포커스 렌즈의 대표적 약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촬영 환경이라면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Elmarit-R 19mm f/2.8 (후기형)




사양


번호 : 11258
출시 : 1990년 ~
실제 초점 거리 : 19.4mm
최소 조리개 : 22
색상 : 블랙
후드 : 12546
필터 : 내장형 (ND1, YG, OR, KB12)
최단초점거리 : 30cm
무게 : 560g
크기 : 60 x 71mm

구성도



플로팅 엘레멘트가 채용된 10군 12매의 구성입니다. 수차 보정을 위해 Single lens를 주로 사용한 라이카 Solms의 현대적 설계의 좋은 예라고 하네요. Single lens는 하나의 굴절률, 두 개의 곡률, 하나의 두께 그리고 다음 엘레멘트에 대해서 하나의 거리를 가지게 됩니다. 이 변수 중 어떤 것이라도 수차 보정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만약 접합된 렌즈 그룹을 선택했다면 (곡률과 거리 같은) 일부 변수들을 잃게 됩니다.

수차 보정에 더 큰 가능성을 가진다면 개발자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그 조합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설계의 기본 원칙들에 대해서 분명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바로 수 많은 선택의 늪에 빠지게 되는데, 전기형의 설계와 현행 설계를 비교해보면 중간 부분에서 큰 차이점을 볼 수 있고, 이 부분이 설계 변경에서 가장 민감한 곳이라고 하네요.

그 결과 예외적으로 좋은 품질을 가진 렌즈가 탄생했습니다.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은 큰 개방 조리개를 가진 광각렌즈는 예를 들면 180미리 렌즈가 보정된 만큼 보정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렌즈가격이 구매 가능하면서 실사용이 가능하려면 반드시 절충이 있어야 합니다. 광학 수차는 여러 단계에서 작용하는데, 먼저 고전적인 3차 수차 가 있고 (코마 수차, 구면수차, 비점수차 등등) 더 높은 단계에도 수차가 있어서 5차 수차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심지어 3차 수차를 완벽하게 해결했을 때에도 5차 수차가 존재한답니다. 게다가, 광각렌즈에서는 중심부의 화질 균형을 위해 주변부의 화질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영역에 걸쳐 좋은 해상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대전제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중심부와 주변부의 균형을 잡는 과정이 상당히 미묘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MTF



최대개방에서도 Elmarit-R 19mm f/2.8은 대부분의 영역에서 높은 컨트라스트와 매우 미세한 디테일이 쨍하게 묘사됩니다. 맨 구석 부분은 다소 소프트하지만 이 부분은 슬라이드 필름인 경우 마운트에 가려질 부분입니다. 구결면과 자오면 곡선이 매우 가까운데 코마 수차와 비점수차가 없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매우 미세한 디테일은 20 곡선을 가지고 가늠할 수 있는데, 2.8 그래프에서 보면 15미리의 이미지 높이에서도 60% 컨트라스트가 유지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5미리 이미지 높이란, 이것을 원으로 그려보면 직경 30미리의 원이 되는 셈입니다.

플레어와 2차 반사는 대부분의 경우에 매우 잘 제거되어 있고 심지어 태양을 장면에 집어넣어도 이미지의 휘도가 잘 보존됩니다. 후드가 없고 매우 밝은 광원이 비스듬하게 비치는 상황이라면 이차 반사가 보일 수도 있습니다. f/5.6에서는 20 곡선이 이제 거의 전체 영역에서 80%보다 크고, 5 곡선은 이제 거의 100%에 달합니다. 이 성능은 정말 매우 높은 경지에 이른 것입니다. 구형 19미리 렌즈의 f/5.6 성능이 이 신형 19미리의 f/2.8 성능과 같으니 할 말 다 했습니다.

f/8에서는 회절로 인한 컨트라스트 저하가 발견됩니다.



최대개방에서 비네팅은 2 스톱 이상이고 맨 구석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결과를 볼 때 현실적인 면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빛을 가장 많이 모아야 할 때 렌즈를 최대개방으로 사용할 것이고, 아마도 뭔가 동적이거나 르포 사진을 촬영하는 중일 것입니다. 구석구석 매우 좋은 화질이 필요하다면, 조리개를 조여야 하고, 비네팅은 사라질 것입니다. 렌즈를 평가할 때 모든 부분에서 최고를 원하는 경향이 있지만 렌즈는 의도된 용도에 맞게 조심스런 절충을 거친 결과물입니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스포츠카의 엔진이 토크는 다소 낮지만 회전수가 더 많아서 연료를 더 많이 소비하는 현상을 보일 때, 우리 모두는 그 사실들을 용납할 것입니다. 광학 분야에서는 그 반대로 우리가 바라는 렌즈는 어떤 모습이냐면, 구석구석 수퍼 화질을 보여야 하는데 이 화질은 모든 조리개 값과 거리에서 보장되어야 하며 렌즈의 크기는 작아야 하는 그런 모습인 것입니다.

왜곡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최대 왜곡은 2.5%인데 맨 구석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15미리의 이미지 높이에서 발생합니다. 그리고 프레임의 끝에서는 1%로 줄어듭니다. 이 특성은 의도적인 설계였으며, 덕분에 구석으로 갈수록 왜곡이 선형으로 증폭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주는 효과를 내주고 있습니다.

댓글목록

신한주님의 댓글

신한주

다 이해 하진 못했지만...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어찌 이런 글을 쓰실수 있는지 감탄합니다...^^

홍건영님의 댓글

홍건영

__사족

18/19미리와 24/25미리에 대해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오랜 동안 광각 렌즈의 초점 거리는 7미리 단위로 나아가서 21미리, 28미리, 35미리 이런 식이었고 표준렌즈는 42 내지 43미리였지만 실제로는 52미리가 클래식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의 일반적 라인업이었다. 그런데 때때로 25미리 렌즈를 발견하게 되는 수가 있다. 주요 RF 메이커들이 SLR로 옮겨갔을 때 같은 라인업을 가져갔고, 이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논리적인 귀결이었다. 왜냐하면 사진가들이 이미 익숙해진 라인업이었고 제조회사들은 이미 가진 지식을 이용해서 클래식 설계를 레트로포커스로 옮기면 됐기 때문이다. SLR의 최대 장점은 보조 파인더와 프레임라인이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광학 설계자들은 이로 인해 새로운 설계 형태와 초점 거리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되었다. 이제 남은 설계의 제약사항은 레트로포커스 요구사항에 의한 한계점들이었다. 15미리 광각렌즈를 레트로포커스가 아닌 방법으로 설계하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 만큼은 아니지만 매우 쉽다. 이에 반해 18미리부터 25미리 사이의 레트로포커스 렌즈를 위한 갖가지 요구사항들은 사실 상당히 벅찬 것들이다. 이 렌즈들은 포커싱 스크린과 함께 사용될 터였고 왜곡이 없어야 하고 구석에 어두운 부분이 생기면 안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렌즈를 이용해서 구석구석 쨍한 사진이 요구되는 작업을 할 것이었기 때문에 주변부의 화질도 좋아야 했다.

빠른 레트로포커스 광각렌즈의 사양을 보면 상당한 어려움이 있음을 바로 알 수 있다. 현행 Elmarit-R 19mm f/2.8 렌즈는 베이요넷 플랜지부터 맨 앞의 렌즈까지 거리가 60mm인데, 맨 앞의 렌즈의 직경이 62mm이다. 고전적 광각 설계에서는 그렇게 큰 유리가 필요없는데, 레트로포커스 설계에서는 맨 앞의 렌즈가 매우 직경이 커야 한다. ‘일반적인’ 19미리 렌즈를 만든다면, f/2.8 렌즈에 필요한 직경은 6.8mm에 불과하다. 즉 9배나 큰 유리가 사용되고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필요직경을 계산하는 공식이 있는데, 초점거리를 조리개 값으로 나누는 것이다. 예를 들어 50mm f/2 렌즈는 맨 앞의 렌즈 직경이 얼마가 필요한가 하면 50을 2로 나눠서 25mm가 필요하다라고 말할 수 있다. 19미리 2.8 렌즈는 19/2.8 = 6.8mm가 나오는 것이다. 이 말은 반대 방향에서 해보자. 우리가 62미리 직경의 렌즈를 가진 ‘일반적인’ 19미리 렌즈를 만들었다면, 조리개 값은 믿을 수 없는 f/0.3에 달한다. Noctilux처럼 f/1.0 조리개를 가진 일반적인 19미리 렌즈를 설계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맨 앞 유리의 직경은 19mm일 것이다. 하지만 레트로포커스에 사용된 실제 유리의 직경은 62mm이다. 물리적으로 가능한 최대 조리개는 f/0.5이기 때문에 f/0.3이라는 것은 불가능한 수치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레트로포커스 렌즈는 맨 앞 렌즈가 음의 렌즈이고 두 번째 그룹이 양의 렌즈를 형성하게 된다. 맨 앞의 엘레멘트를 크게 만들면 전체 필름 면적에 골고루 빛을 보낼 수 있다. 그리고 평평한 필드를 만들기 때문에 비점수차를 줄이게 된다. 하지만 왜곡이 큰 문제가 된다. 렌즈의 구성은 완전히 비대칭형이고 이로 인해 색수차와 코마 수차의 보정이 매우 어려워진다. 맨 앞 유리를 작게 만들고 싶으면 굴절률이 큰 유리를 사용하거나, 곡률이 더 큰 모양을 만들어야 한다. 두 경우 모두 입사광이 크게 꺾여서 작은 조리개 구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플레어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엘레멘트들 사이의 반사를 줄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유리에 (멀티) 코팅을 하게 된다. 하지만 유리의 곡률이 커지면 물리적으로 코팅을 입히기가 매우 힘들다. 그리고 렌즈가 더 빨라지면 더 많은 엘레멘트가 필요하므로 구성이 더 복잡해진다. 엘레멘트가 많아지면 조립 공정에서 각 유리의 중앙점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이 렌즈들은 근거리 사용시 화질을 보장하기 위해서 플로팅 엘레멘트를 가지게 될텐데, 이쯤 되면 광학-기계적 난이도는 매우 높은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플로팅 엘레멘트의 이동 거리는 0.5에서 1mm 사이로 매우 작은 길이다. 그리고 내장형 필터 터렛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이 필터들은 대개 설계의 일부분이고 정밀도가 좋지 않으면 즉각적으로 렌즈의 전체적 품질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 길고 긴 문제점 목록을 다 보고 나면 현행 라이카 렌즈들이 그렇게 뛰어난 품질을 보여준다는 사실에 대해서 존경심마저 들지 않을 수 없다.

1950년에 최초로 35미리 카메라용 레트로포커스 렌즈를 만든 회사는 앙제뉴(Angenieux)였다. 영화업계에서는 많은 렌즈가 레트로포커스 렌즈였을 정도로 잘 알려진 설계였지만 35미리 사진 카메라에서는 상당히 새로운 아이디어였다. 첫 번째 레트로포커스 렌즈는 2.5/35mm였고 곧이어 3.5/24mm 렌즈가 탄생했다.

독일에서 SLR을 위해 만들어진 최초의 24미리 렌즈들 중에는 Enna-Werke에서 나온 Ennalyt 4/24mm가 있었다. 출시된 것이 이미 19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같은 해에 Zeiss Jena Flektogon 4/25mm도 있었다. 아마도 정말 최초의 렌즈를 찾는다면 1950년에 Voigtlander에서 만들어진 Ultragon 5.8/24mm의 프로토타입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짜이스 예나는 1963년에 21미리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Flektogon 4/20mm을 발표했다. 같은 해에 Carl Zeiss Oberkochen에서 2.8/25mm를 발표함으로써 25미리 렌즈의 조리개 기록을 갱신했다. Carl Zeiss Oberkochen은 치열한 경쟁을 18미리로 확대했는데 1967년에 4/18mm를 콘타렉스를 위한 렌즈로 출시했다. 이 설계의 복잡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소수의 회사들만 비슷한 렌즈를 제공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요소는 진지한 사용자들의 화질에 대한 요구사항이었다. 1950년의 Ennalyt 24미리는 1970년대의 사진가들에게는 용납될 수 없는 성능이었다.

당시에 요구되던 높은 사양의 렌즈는 컴퓨터와 광학 설계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더라도 계산하는데 몇 년이 걸리곤 했다. 1965년과 1975년 사이에는 일본의 메이저 업체들도 17/18/19부터 24/25미리 렌즈를 2.8에서 4라는 조리개 값으로 발표하게 된다.

독일에서는 짜이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회사가 19에서 25미리 사이의 렌즈들을 출시하지 못했다. 한동안 17/19미리와 24/25미리 렌즈는 그냥 일본산 렌즈이겠거니 하고 치부하던 때가 있었다. 지나고 나서 보니, 이 화각대에 뛰어난 사진적 가능성이 있었는데 왜 그랬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그런 렌즈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레트로포커스 설계는 계속 발전해서 독자적인 설계 양식이 되었고, 일반적인 렌즈의 맨 앞에 음렌즈를 붙인 렌즈라는 원형을 벗어나기에 이르렀다.

라이쯔는 1975년에 독자적인 Elmarit-R 19mm f/2.8 렌즈를 발표했다. 이 렌즈는 미들랜드 설계로 상당히 좋은 사양으로 무장하고 있다. 왜곡은 4%로 상당히 높은 편이고 플레어에 취약한데, 이것은 대구경의 대물 렌즈를 가진 렌즈에겐 놀랄 일도 아니다. 이 렌즈는 역시 레트로포커스 렌즈인 Super-Angulon-R 21mm f/4의 개량판이었다. 최대개방 2.8은 S.A.의 4에 비하면 한 스톱이나 발전한 것이었다. 한 해 전인 1974년에는 R 시스템을 위한 24미리 렌즈인 Elmarit-R 24mm f/2.8 신형이 출시되었다. 이 렌즈의 시초와 발전은 다음 단락에 이야기하겠다. 24미리 렌즈는 그 후 큰 변경이 없었지만 19미리 렌즈는 1991년에 완전히 재설계되었다.

__나노미터 단위

광학 설계에서 렌즈 엘레멘트의 측정 단위로 마이크로미터가 (혹은 미크론) 사용되고 파장의 길이와 코팅층의 측정 단위로 나노미터가 사용된다. 마운트와 기계 구조에는 마이크로미터와 밀리미터가 사용된다. 우리는 이런 단위가 실제로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게 그냥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밀리미터는 1미터의 천분의 일이고, 미크론은 1밀리미터의 천분의 일이며, 나노미터는 1미크론의 천분의 일인데, 다른 표현으로는 1미터의 10억분의 1이다. 이정도 작으면 상상하는 것만 해도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가장 작은 것의 좋은 예는 머리카락의 두께다. 머리카락의 평균 두께는 0.06mm, 즉 60미크론이다. 이제 머리 속에서 실험을 해보자. 머리카락을 현미경 아래에 놓고 (역주: 이 부분에 뭔가 원문 누락이 있는 듯…) 이것은 너무 작아서 볼 수가 없다. 같은 스케일로 머리카락을 확대하면 머리카락의 두께가 에펠탑 높이가 되는데, 나노미터는 아직도 유로화의 1센트 동전 두께에 불과하다. 즉 에펠탑 높이 대 유로 센트의 두께 비율이 머리카락 두께 대 나노미터의 비율인 것이다.

우리가 왜 이런 것을 알고 싶어 하냐고? 우리는 글래스 렌즈의 표면이 완벽하게 일정하다고 가정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리의 표면은 상당히 불규칙하다. 물론 나노미터 단위에서 볼 때 말이다! 이 표면의 거친 정도는 이미지의 휘도와 컨트라스트를 손상시킨다. 렌즈를 통과하는 광선의 경로를 계산할 때의 기본 가정은 렌즈 표면이 완벽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렌즈 표면은 불규칙하므로 수차가 광선에 작용할 때 실제 광선의 경로는 방해받는다. 그리고 렌즈 모양에 이상이 있으면 축이 틀어지고 기울어지게 되므로 또 다른 많은 이상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미시적으로도 얇은 막인 코팅은 전 표면에 걸쳐 일정한 두께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 두께가 균일하지 못하면 계산된 광선의 경로가 빗나가게 되는 것이다.

라이카 현행 렌즈의 투명함과 휘도는 광학 계산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이 나노미터 단위를 능수능란하게 다룬 결과이기도 하다. 렌즈의 제조에서 그렇게 작은 단위의 편차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제조 기계보다 더 정확한 계측 장비가 필요하다. 레이저 간섭계는 이런 계측장비 중 기본중의 기본이다. 라이카 렌즈 성능의 비밀은 광학적 전문 지식과 제조 기술의 결정체이다. 그리고 3매의 50미리 렌즈보다 12매의 19미리 렌즈, 그것도 커다란 대물 렌즈를 가진 렌즈에 있어서는 더욱 더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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