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한 번씩 스쳐가며 사진을 찍어대는 인사동을 꾸준한 시선으로 관찰하고
그 관찰한 내용을 내면화시켜 표현해 나가시는 모습을 느끼게 됩니다.
박경삼님의 인사동 사진을 놓고만 본다면,
초기의 모습과 최근의 모습이 또 느낌에 있어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더군요.
이런 과정을 거쳐 남들이 흘낏 스쳐본 인사동과 다른 편안하고 깊이 있는 인사동 이야기가 엮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더글라스 던컨이라는 사진가는 브레송과 친구사이였는데, 둘이 같이 한가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날, 던컨이 마주 앉아있던 브레송의 사진을 필름한통에 담았습니다. 대부분이 브레송의 크로즈업된 얼굴과 브레송이 자기 사진기를 들여다보며 장난치는 듯한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었는데, 문제는 던컨이 이 사진들을 사진집으로 출판하려고 하면서 생겼습니다. 브레송이 이를 아주 싫어해서 막으려고 했던거죠. 브레송이 던컨에게 자신의 사진들을 출판하지 않도록 부탁하는 편지가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평론가들사이에서도 이 사진들의 가치에 대해 의견이 나누어졌습니다. 한편은 이 사진들에 예술적인/역사적인 가치를 부여하였고, 한편은 평범하고 장난스러운 스냅샷들로 치부를 했었지요. 아이러니한 것은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허락없이 찍는 데 있어 대가였던 브레송이 막상 자신의 얼굴이 출판되는 것에는 그렇게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브레송은 평생 자기의 모습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그것이 자신이 얼굴이 알려지지 않는 것이 사진을 찍는데 유리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은 브레송이 더 이상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지 않던 노년기에 생긴 일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레송이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는 것에 그렇게 민감했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위의 박경삼님의 "... 용서하겠소" 라는 글을 보니 갑자기 브레송의 이 일이 생각이 나서 적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브레송은 던컨을 용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설마 이 사진으로 박선생님 얼굴이 알려져서 사진 찍는데 지장을 받으시는 건 아니시겠지요...
인사동 가면 꼭 찾아봐야 할 얼굴...^^
몇주 전에 딸아이 데리고 인사동 가서 한나절 돌아다니다 왔는데
실은 그날도 "아, 이 양반 카메라가 날 겨냥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싶어 주위를 살피곤 했습니다.
이렇게 얼굴을 드러내셨으니 이제는 마주치게 되면 제가 먼저 알아뵙고 경의를 표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