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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이야기 (2)

양정훈 디지털 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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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 26-07-11 21:31
  • 조회46
  • 댓글0
  • 총 추천2
  • 설명M8.2 + LLL35 f/2
    딸이 결혼하기 전 엄마 생일에 파라솔을 선물했다.
    아내는 이걸 무척이나 좋아하고 아꼈는데, 남자인 내가 보기에도 정말 아름다운 파라솔이었다.
    가장자리에 화사한 진핑크 레이스를 돌려 달고, 꼭대기에는 꽃과 나뭇가지 문양을 예쁘게 그려 넣은 것이었다.

    파라솔은 아내의 작은 얼굴과 좁은 어깨를 겨우 가릴 만큼 작았다.
    이런 파라솔이 비를 피할 우산만 한 크기였다면, 그런 투박한 물건은 여자의 물건이 되지 못할 것이다.
    아내가 이걸 들고 집을 나서면, 나는 베란다에 나가 파라솔을 펴고 걸어 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퍼뜩 이런 독백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아, 청춘이야.. 저건 지난날의 ... 저 사람이 누렸던..."

    아내의 파라솔을 볼 때마다 가장자리를 돌려가며 덧댄 분홍 레이스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건 내가 하늘거리는 레이스에서 감지한 어떤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수놓는 자수가 여성의 상징이듯. 서양에서 레이스는 내밀한 여성성의 상징이 아닌가 싶다.
    <피가로의 결혼>에서,
    레즈비언인 케루비노가 go crazy 하는 건 자신이 사모하는 알마비바 백작 부인 가슴에 달린 레이스 때문이고,
    영화화된 소설 <마농의 샘>에서,
    수베랑의 조카 위골랭은 마농이 떨구고 간 레이스를 바늘로 가슴에 꿰어맨 후 자신의 사랑을 그리워한다.
    도스또예프스키의 소설 <가난한 사람들>에서도,
    비단 레이스가 여주인공 바르바라의 위선적 반전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나에게 아내의 파라솔과 그것에 달린 분홍 레이스는 무엇이었을까?
    그렇다. 아내의 뒷모습을 본 날의 독백... 청춘..
    아내가 마음껏 누렸던 지난날의 찬란한 청춘이었다.

    청춘은 피어나는 꽃봉오리,
    비록 그것이 시들어간다 해도, 그래서 가끔은 서러운 마음이 들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우리는 벅차게 피어올랐던 청춘을 늘 가슴에 품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억만 새롭다면, 마음만 새롭다면, 사랑이 늘 새롭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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