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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추억

도웅회 Sel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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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 03-08-04 21:22
  • 조회817
  • 댓글2
  • 총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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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6 28mm summaron / TX


추천 0

댓글목록

이태영님의 댓글

이태영

처음 바다에서 수영을 배우고나선 멋모르고 백여미터나 헤엄쳐서 나아간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생각해보면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용기였지만 그때는 그저 비잉하고 타원을 그리며 돌아오면 되겠지 하고는 별 생각없이 나아갔었더랩니다. 운좋게 저멀리 있는 어느 사람의 보트까지 다다랐던 전 다시 돌아오려 힘차게 보트의 밑부분을 발로 딛였었는데 실수로 그만 바닷물을 헛차고 말았고 그대로 물속으로 깊이 잠기고 말았습니다. 그때의 물속으로 빠져들던 기분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세상에서 영원히 분리되는 것 같은 기분. 탄탄한 지평이라 밑었던 수면이 허물어지고 세상의 경계가 사라진듯한, 그리하여 영원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었죠. 소름끼치도록 무서웠고 또 고요한 침묵의 평화가 공존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물속으로 서서히 들어가던 순간이 아직도 여전합니다. 전 이상하게도 허우적 대지 않았었고, 그냥 팔다리를 한껏 뻣은채로 숨을 참고 가만히 그렇게 가라앉았던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부력을 이기지 못한 저의 몸은 다시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었죠. 한 30초도 채 되지 않는 그 시간이 마치 하루처럼 길게만 느껴졌었습니다. 별다른 뒤탈없이 전 뭍으로 올라갈 수 있었고 그리고도 한참을 모래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던 것 같습니다.
이상합니다. 전 모든 사진에선 늘 거대한 자연앞에 초라하게 놓여있는, 그런 한 인물을 내리쬐는 강렬한 은총의 햇살을 바라보며 늘 깊은 인상을 받곤 했습니다. 호소에 에이꼬의 사진이나 로버트 프랭크의 사진들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들은 스스로의 존재가 가루가되어 공중에 산화해버리는것만 같은 그런 강한 임펙트를 안겨주는 것 같았습니다. 햇살아래 스스로의 온전체가 투영되어 유리가 되어, 먼지 한터럭이 되어 빛 속으로 소멸되어 사라져버리는 느낌은 늘 제 머릿속을 맴돌고 있고, 나를 둘러싼 세상과 느끼는 정체모를 거리감은 이상하리만큼 끈질기게 날 쫏아다니고 있습니다. 물론 십수년의 어린시절을 혼자서 지낼수 밖에 없었던 개인사 때문이겠지요.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 이 밑밑한 사진의 저편에 놓여있는 두 인물을 보고 있자니, 이상한 감정에 휩쓸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결코 나의 존재를 각성시키려 애쓰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세상과 분열되어버리고 마는 나의 존재를 스스로 느끼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하나도 아니고 둘이라니! 저 둘은 우리과 저들의 공간만큼이나 영원의 거리만큼 단절되어 있는것만 같습니다. 아득한 지평의 너머에 위치해 있는듯 느껴집니다. 하나의 사진으로 이토록 스스로를 반추해보며 감정의 조각들을 주섬주섬 조아려볼수 있다는데 늘 스스로 놀라곤 합니다.
잠시 책이나 읽으며 소일하며 쉬려고 했었는데, 관성을 못이기고 잠시 켜본 컴퓨터에서 도웅회님의 멋진 사진을 다시금 보게 되니 정말 기분이 찹찹하고 묘하고 좋습니다. 늘 좋은 사진 포스팅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곧 저도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도웅회님의 댓글

도웅회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적이 있습니다. 이십여년전 속초 해수욕장에서 파도타기를 하다가 그만 자세를 잃고 파도에 휩싸이고 만거예요. 이태영님께서 술회하신 것과 흡사한 느낌을 받았더랬습니다.
그 짧은순간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고 수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정신이 혼미해져 갈쯤, 누군가 도움으로 뭍으로 나오게 되었을때, 움직이지 않는 존재에 대해 그토록 고맙게 느껴본 적은 아마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단순히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죠.^^

그때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인상이 너무 강렬하면 의식의 단절이 생긴다는 느낌을 유년시절에 종종 경험하곤 하였습니다. 하늘이 기묘한 형태를 지으며 떠나가고 산과 나무들이 순간 자취를 감춘듯이 아득해 지며 언듯, 세계에서 이탈되거나 버려진듯한 묘한 두려움과도 같은 야릇한 어떤 흥분상태에 빠지게 하는 정오의 햇살아래 놓여있게 되죠. 골목을 걷다가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정적.. 그 의식의 단절속에 마치 환형처럼 떠오르는 길들.. 그 길위에 펼쳐진 셀로판지로 만든 무지개빛 구름속으로 끌고가듯 흡입하는 트럼펫 소리를 종종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저에게 있어서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어떤 소리를 담아내 주는 대상을 필름에 담는것은, 좀더 행복해 지거나 혹은, 바라는 것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져 스스로 좀 더 자유로워 지기 위한 어떤 몸부림 일 지도 모를 일 입니다.

좋은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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