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은 모두 어디에 갔을까? (31)
양정훈 디지털 칼라관련링크
본문
페이지 정보
- 설명지난 해 늦은 봄, 봄비 내리던 아침에 뜰에 나갔다.
메마른 땅에 비가 스미자 먼지 알갱이만큼 작고 검은 씨의 생명 또한 살아올라와 실오라기같은 초록 줄기를 세우고,
그 위에다가 보잘 것 없이 미소한 꽃들을 피워냈다.
진홍빛 여린 꽃들을 피운지 하루가 지났을까, 이틀이 지났을까,
하늘은 여린 꽃 위로 비정한 봄비를 흩뿌렸다.
가달가달 내리는 봄비에 꽃은 온몸이 흠뻑 젖어있으면서도
고개를 떨군 자신의 꽃들을 혼신의 힘을 다해 지탱하며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서있었다.
참혹한 꽃은 곧 자신의 이름다움과 함께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이튿날 나는 지상의 생명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며 애처로이 사라지는 슬픔을 보았다.
"정원에 핀 양귀비꽃이
여물어가는 씨앗과 봄비의 무게를 못 이겨,
한쪽으로 축 쳐저있듯이,
그의 머리도 투구의 무게를 못 이겨
옆으로 축 늘어져 있다."
<일리아스. 호메로스>, 8권에서, 고르기티온의 죽음
디지털 카메라
Maker | Model | Data Time | 2017:04:07 21:54:25 | ||
---|---|---|---|---|---|
Exposure Time | ISO Speed | Exposure Bias Value |
추천 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