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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눈뜨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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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강웅천
  • 작성일 : 14-03-01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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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몹시 불던 날, 흩어진 나뭇 가지들을 발로 밀치며 집안에 들어선 후...
창문 곁을 어른 거리는 수상한 그림자와 간간히 후두둑 떨어지며 창문을 두드리던 빛방울 소리에 몹시도 심란했던 밤을 지내고
홀로 눈뜨는 아침,

오랫만에 찻잎 몇개를 다구에 넣고 한참을 우려내본다.
1분이면 충분했을 것을... 더 진한 느낌을 찾고 싶어... 한참을 외면하듯 딴짓을 하다 송사리 헤엄치는 찻잔에 노란듯 푸른 듯 진한 차 한잔을 우려내어...
이슬을 머금듯 한모금 한모금 목넘김을 해본다.

오래 커피에 익숙해진 입맛에... 차는 씁쓸하게 넘어가다가 달게 여운을 남기고 다음잔을 부른다.

젊은 날(?) 전라도 장흥 고갯길을 넘다가 아는 선배의 부름으로 찾아가 인연을 맺은 백자 다구에는 국화가 풍성히 피어... 녹차를 우려도 국화향이 은은하다.
다음잔은 차의 오미(5미)에서 두가지가 옅어진 반면 차향은 더욱 진하게 가슴을 두드리는지 감성을 두드리는지 오랜 기억을 찾아내어 절로 눈을 감게 만든다.

지난날, 거침없이 산야를 달리고 백두대간을 걷던 날들...
남도의 무수한 섬들 사이를 질주하며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풍광에 아찔하게 젖어들던 날들...
이른 새벽 설악의 아침 안개를 밀어내고 솓아나오던 기상 높은 산 등성이를 내려다보며 감회에 젖던 기억들...
터벅 터벅 3일을 젊은 날들을 괜한 허무와 쓸데없는 열정으로 허비하듯 무심이 걷던 지리산 능선에서의 시간들...

얼마전, 강산이 한번 변했을만한 시간을 타지에서 보내고 찾은 고국에서 만난 내 조국의 풍성함과 따듯한 감회에 젖은 탓일까?
경기전에서 만난 사랑하는 형과 아우의 환대에 그간 서럽던 타향살이가 녹아내려서인가?
오늘 아침엔 유난스레 차향이 짙고, 그리움도 짙다.

꿈에서 깨어나듯 마지막 잔을 털어 마시지만 그리움은 쉽게 가시지 않고 차향처럼 더욱 진하게 가슴을 채운다.

이제 곧 새차가 나올 때가 되었는데 고향 가까운 구례와 하동의 경계에 선 쌍계사 계곡엔 차 덖는 냄새가 진하겠다.
어린 찻잎들들 따서 여러번 덖고 말려서 맑은 물에 우려내 마시던 그 계곡의 아침 향을 떠올리며 다시한번 오랜 기억에 빠져든다.
고집스럽게 한국차의 전통을 재현한 금아다원의 차향엔 그 고향의 내음이 함게 배어있어 차를 마실때마다 고향도 함께 마신다.

혼자 눈뜨는 아침... 차향에 배인 고향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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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서재근님의 댓글

서재근

오랜만에 찾은 고향 방문의 휴유증이 아직 가시지 않은듯 합니다.
그러게 자주 나오셔야지요.

구구절절히 고국산천을 사모하는 마음이 넘쳐나서 읽는내내 마음이 무거워 집니다.
타국에 살다보면 모두가 애국자라는 말이 생각 납니다.

다음에는 온가족이 모두 다녀가세요.
저도 내일 아침에는 녹차라도 한잔 마셔볼까 합니다.

강웅천님의 댓글

강웅천

인용:
원 작성회원 : 서재근
오랜만에 찾은 고향 방문의 휴유증이 아직 가시지 않은듯 합니다.
그러게 자주 나오셔야지요.

구구절절히 고국산천을 사모하는 마음이 넘쳐나서 읽는내내 마음이 무거워 집니다.
타국에 살다보면 모두가 애국자라는 말이 생각 납니다.

다음에는 온가족이 모두 다녀가세요.
저도 내일 아침에는 녹차라도 한잔 마셔볼까 합니다.


네, 선배님..
이번엔 급한 용무로 잠시 다녀온탓에 더욱 아쉽습니다.
애초에 필름 하나 준비하지 못한채 갔다가 얻어쓴 필름의 절반도 소비하지 못하고 돌아와서 현상하고보니,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한국 나가서는 시차에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돌아오고서 10일이 넘은 지금도 시차에 헤메고 있습니다. 원래 익숙해던 몸이어선지 고국의 품에선 그리도 편안했는데.. 10년이 지나도 이 땅에선 여전히 몸도 마음도 자유롭지 못한가봅니다. ^^
환대에 감사했습니다.

박삼정님의 댓글

박삼정

강선생님! 뵙고 싶었었는데, 다음에 시간되서면, 부산에도 한번 다녀가셔요.
휴일, 이아침 제 마음도 찡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강웅천님의 댓글

강웅천

인용:
원 작성회원 : 박삼정
강선생님! 뵙고 싶었었는데, 다음에 시간되서면, 부산에도 한번 다녀가셔요.
휴일, 이아침 제 마음도 찡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하하하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어머니 뵈러 잠깐 나간 탓에 집 근방에만 잠시 다녀왔을 뿐, 멀리 가진 못했습니다.

하효명님의 댓글

하효명

글을 읽어 내려 가면서 가슴이 짜안해 집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백득원님의 댓글

백득원

다기와 카메라만큼이나 멋진분이시군요, 글 잘보았습니다 ...

김선근님의 댓글

김선근

수려함이 필요하겠습니까만,소박에 엣세이의 감성과 추억에 젖어봅니다.^*^

ps, 국화가 들어간 백자 다기도 고급스럽습니다.

강웅천님의 댓글

강웅천

인용:
원 작성회원 : 하효명
글을 읽어 내려 가면서 가슴이 짜안해 집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선배님도 건강하시고 산에 다니실때마다 안전하고 행복한 시간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강웅천님의 댓글

강웅천

인용:
원 작성회원 : 백득원
다기와 카메라만큼이나 멋진분이시군요, 글 잘보았습니다 ...


과찬이십니다. 홀로 아침에 차를 마시니 절로 감상적이 되는군요 ^^

강웅천님의 댓글

강웅천

인용:
원 작성회원 : 김선근
수려함이 필요하겠습니까만,소박에 엣세이의 감성과 추억에 젖어봅니다.^*^

ps, 국화가 들어간 백자 다기도 고급스럽습니다.


하하하 반갑습니다. 우리도 이젠, 추억이 쌓일 만큼 싸여... 돌아볼 일이 많은 듯 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박경복님의 댓글

박경복

담엔 금아다원에 함께 가시지요....
어머님의 강건하심을 기원합니다.

강웅천님의 댓글

강웅천

인용:
원 작성회원 : 박경복
담엔 금아다원에 함께 가시지요....
어머님의 강건하심을 기원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철관음이며, 용정이며 마셔보지만... 쌍계의 정갈한 물을 머금은 우리차가 가장 좋습니다.

홍건영님의 댓글

홍건영

하필이면 제가 미국 출장가야 하는 기간에 오셔서 뵙지도 못했습니다
다음에는 여유있게 미리 공지하시고 오셔요

홍건영님의 댓글

홍건영

하필이면 제가 미국 출장가야 하는 기간에 오셔서 뵙지도 못했습니다
다음에는 여유있게 미리 공지하시고 오셔요

강웅천님의 댓글

강웅천

인용:
원 작성회원 : 홍건영
하필이면 제가 미국 출장가야 하는 기간에 오셔서 뵙지도 못했습니다
다음에는 여유있게 미리 공지하시고 오셔요


하하하... 명심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번 방문은 워낙 급하게 볼일만 보고 온 것이어서 틈을 내지 못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승현님의 댓글

김승현

저는 운좋게....강웅천님을 만났습니다. ㅎ
반가웠구요.^^
짧은 고국방문시간내에 해야할일은많은듯...
충분히 이해가 가더군요.
미국 잘돌아가시고...좋은 사진 또 올려주시니
짧았던 만남의 시간을 다시금 생각케 됩니다.
건투~

김승현님의 댓글

김승현

저는 운좋게....강웅천님을 만났습니다. ㅎ
반가웠구요.^^
짧은 고국방문시간내에 해야할일은많은듯...
충분히 이해가 가더군요.
미국 잘돌아가시고...좋은 사진 또 올려주시니
짧았던 만남의 시간을 다시금 생각케 됩니다.
건투~

임규형님의 댓글

임규형

ㅋㅋ 매일 홀로 눈을 뜨는 저는 드릴 말씀이 없어요.

찬물 한바가지 촤~~악 하는 느낌입니다만....웃자구요 ㅋㅋ

다음에 오실 때에는 운좋게 만나뵙기 바래요~

신 정식님의 댓글

신 정식

고향에 대한 향수가 짙게 배어나오는 글을 읽으며
엉뚱하게도 지리산 자락을 찾던 제 젊은 날의 추억을 회상하게 되었네요...
쌍계사, 의신, 삼정, 벽소령... 그리고 오랜동안 부탁하여 즐겨 마시던 쌍계골 수제 녹차...
모두가 제 기억속에 남아 있는데요...

이젠 그 아들이 녹차일을 하더니
급기야는 차 공장이 되어 예전 맛을 잃고 값도 비싸져서 대어 먹던 곳을 잃었군요.

그래도 그 추억을 잊지 못해 일년에 한두번은 그 언저리에 맴돌고 있지요.
그러고 보니 올해엔 제 연중 행사... 고로쇠 방문도 잊었네요...

한국 방문 중 잠시 뵌 기억은 여전합니다.
늘 편안하시고 좋은 사진 많이 담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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