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똑똑해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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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양정훈
- 작성일 : 11-02-1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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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익>이라는 회원이 있습니다.
그의 사진에 반한 제가 충무로에서 그에게 물어 본 적이 있습니다.
"사진을 어찌 그리 잘 찍을 수 있오?"
그는 참 별 것도 아닌 걸 묻는다는 표정으로 짧게 대답했습니다.
"<이거다> 싶으면 그냥 눌러요."
위 사진은 아마 그가 <이거다>를 발견한 순간의 슈팅 모습일 겁니다.
그의 말을 듣고 그의 사진을 다시 한 번 면밀히 살펴보니,
그의 사진은 과연 그의 말대로
정말 그의 내부에 꿈틀대는 미적 감각이 순간적으로 튀어나와
누구도 말릴 수 없는 터져나옴으로, 심지어 자기 자신마져도 말릴 수 없는,
터져나옴으로 <이거다> 의 순간을 찍은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삶의 대담함, 진솔함, 끈질김과 함께 관조의 여유 또한 있는 것 같습니다.
그와 편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에게서 그러한 것을 많이 느끼게 되는 데,
아마 그런 것들이 그가 타인을 잡아 끄는 인간적인 매력인듯 싶습니다.

비탈을 올라가는 위 개 사진을 보면 그의 대담함, 진솔함과 함께 관조의 미학이
잘 나타나 있는데, 이런 사진을 대할 때마다 그의 사진 역량과 미적 감각에 또 한 번
감탄 하게 됩니다.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 누구에게도 시선을 돌리지 않고
오직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역경을 극복해 나가는 힘이 위 사진에서 느껴지지 않습니까?
정말 "비정하게"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심리의 <이거다>의 결정적 순간이죠.

위의 것 또한 제가 그의 사진 중에서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이 사진은 너무나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사진입니다.
그렇지만 누가 "너무나 많은 생각"이 난다고 하는데 그 생각이란 게 도대체 어떤 겁니까
하고 물으면, 똑 부러지게 "이런 생각이요!" 라고 대답할 수도 없습니다.
그것은 <시>와 같은거라고 봅니다. 똑같은 <시>를 읽고 사람마다 마음에 맺혀오는 게
다르고, 심지어 시인의 생각과도 다르다면, 그 시는 잘 된 시 아닙니까?
한용운의 <님>이, 이육사의 <청포도>가, 이상화의 <마돈나 수밀도>가
모든 이에게 다 제 각각 닥아오듯이.


작고하신 김규혁님을 찍은 위 사진을 보면 그가 사람에 대해 얼마나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은 어느 면에서 보면 <김규혁님>이
찍힌 것이 아니라, 오동익 그의 마음 깊고 깊은 곳 어디에 있는 인간에 대한 공감과 유대,
신뢰와 사랑, 일치와 이해가 찍힌 것입니다.
그는 벗을 찍으면서 동시에 벗을 향한 자기 자신의 진실한 마음을 찍은 겁니다.

얼마 전 그의 홈페이지를 둘러 보다가 그의 차가 사고로 폐차 된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앞 본넷이 우그러지고, 차 안의 에어백이 모두 터진 사진을 보고 놀라고 걱정이 되어 문자를 보냈습니다.
다친 데는 없냐는 제 문자에 걸쭉한 그의 답신 문자가 날라왔습니다.
"네, 퓨조는 폐차하고, 전 멀쩡하고, 더 똑똑해졌습니다. ㅎ"
웃음과 함께 그의 메시지를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오동익, 역시 그대의 매력은 <이거다> 이다!!!"
여기, 오동익님이 <이거다> 하며 저를 찍은 사진을 맨 끝에 올립니다.
저하고 잡담을 하다가, 그가 느닷없이 검은 라이카를 집어들고 셔터를 눌렀습니다.
나중에 그가 찍은 사진을 보니, 이 사진 역시 <이거다>였습니다. *

댓글목록
annie/정은주님의 댓글

이렇게 사진을 잘 찍으시는 멋쟁이 오동익 선배님도 보고 싶고
이렇듯 진심어린 마음과 따듯한 감성으로 사람을 보시는 양정훈 선생님도 뵙고 싶습니다.^^
홍건영님의 댓글

세상에, 한 번 얻어탔다가 멀미날뻔 했던 그 차가 사고가 났군요
(멀미난다는 말의 뜻은 오동익 선배님 차를 타본 분들만 압니다)
멀쩡하시다니 다행입니다
신용승님의 댓글

푸죠폐차는 벌써 한참전에 일이죠..
요즘은 폭스바겐.. 조심조심 연비모드로 안전하게 다니십니다 ^^
이용훈님의 댓글

푸죠 저도 타본적이 이씁니다 어지럽다 못해 현기증났었습니다.
짧은거리를...........
<이거다>가 저에게는 언제인지 좀처럼...........
장충기님의 댓글

오동익님도 클럽에 발길이 뜸하지만,
양선배님도 참 드문드문 글을 올리시는 것 같습니다.
문득 천안에서의 모습이 생각이 납니다. ^^
강정태님의 댓글

이 라클에 자주 모습을 내 보이시지는 않지만
그래도 멀찌기서 바라보며 버팀목이 되어 주시니
라클이 이 정도로 전진하는 것 아닌가요? ㅎㅎ
안뵈도 든든합니다.^^
김용준님의 댓글

원 작성회원 : 홍건영
세상에, 한 번 얻어탔다가 멀미날뻔 했던 그 차가 사고가 났군요
(멀미난다는 말의 뜻은 오동익 선배님 차를 타본 분들만 압니다) 멀쩡하시다니 다행입니다 |
건영씨는 멀미날 뻔 하셨군요.
저는 집에 와서 몸살이 났었습니다. ^^*
항상 후배들에게 그리움을 주는 형님이시죠.
임규형님의 댓글

한때 동익스럽다는 말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겐 늘 부러운 분이십니다.
서재근님의 댓글

"오빠달려"
그차지요?
골프 20년 쳤는데 동익 선배만큼 예쁘게 잘치는 분은 못봤습니다.
못하는게 없는 감성이 풍부한 분입니다.
가끔 사랑방에도 나와주면 업어 줄텐데..........ㅎㅎ
우종원님의 댓글

양정훈님이 열어주신 글 타래를 보다가
평소 자주 쓰지 않는 댓글을 올릴 수밖에 없어 글 올립니다.
제가 항상 애착을 갖고 들어오게 되는 ‘라클’ 갤러리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면 계산적이지 않고 참 순수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이 동(動)하는 대로 셔터를 눌러 결과물이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었을 때의 희열감을 모든 회원들과 함께 공유 할 수 있다는 것에 순수함을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한 많은 회원들 중에 오대장(제가 오동익씨를 지칭하는 명칭입니다)의 사진을 보면
‘나도 저 상황에서 저런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까?’ 할 정도로 감각적인 사진이 많이 보입니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 그대로 도구의 종류에 상관없이 그의 사진 중에 걸작은 빈도수로 보면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들 중에서 더 많은 작품이 나옵니다.
본인이 느끼지 못하더라도
이것저것 따지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
‘이거다“ 느끼고 바로 반응 할 수 있는 것
그것은 배워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비슷한 몇몇 회원 중에 한 명인...
‘오 동 익’
그가 보고 싶습니다.
박유영님의 댓글

"죽는 날까지 철들지 말자"라는 압박으로 후배들을 현혹시키시는 분이시지요. 철은 들지 마시고
똑똑해지시는 건 좋은 일 같습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후배들을 맘으로 울리시기도 하고 사진으로
후배들에게 좌절을 안겨주시기도 하는 야누스같은 분이시지요.^^
형! 후배들 불쑥 철들기 전에 빨리 라이카클럽으로 돌아오삼. 형님 사진으로 주사 한 방씩 정기적
으로 맞으면 철 안들고 버틸 수 있을꺼 같아요.^^
한홍배님의 댓글

2001년인가? 온라인으로 사진을 보면서 처음으로 클럽활동을 하고싶게 만드신 분이지죠
그래서 클럽활동을 하게되었고 그 이후로 항상 함께하면 즐거운 분이시구요.
윗분들께서 말씀하셨듯이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사진을 찍으시는 분,
그래서 마음으로 항상 와닿는 선배님이세요.
저도 뵙고 싶어요~~~ ^^
우동균님의 댓글

방금 오동익 선배님 사진을 보고 왔습니다.
덕분에 멋진 사진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저... 모든 사진이 새롭고,..
편하고, 고정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영모님의 댓글

추억이 추억이 되지 않도록...
선배님~ 오선배님 손 붙잡고 나오세요~~
송석호님의 댓글

양정훈 선배님의 멋진 글을 보면 돌아오시겠죠...ㅎㅎㅎ
낯간지러우셔서 늦게나 나타나시려나요??? ㅋㅋㅋ
형님 보고 싶슴다~
최성호님의 댓글

碧波가 다시 한번 화려하게 復活하려나, 이봄에... ^^
좋은 글, 사진 감사합니다...
유인환님의 댓글

양정훈님께서 올리신 글과 사진을 보고, 읽으면서
마음이 숙연해 짐을 느꼈습니다.
- - -
사진이란 이렇게 찍어야 하는 거구나
(오동익 선배님 찍으신) 이런 사진이 바로 사진이구나
하는 걸 느끼고 배웠습니다.
신한주님의 댓글

한번도 뵌 적이 없지만,
두 분의 끈끈한 우정이 부럽습니다.
마음이 두근거리는 글과 사진 감사합나다~
권경숙님의 댓글

사진을 사람을 곰곰이 들여다보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이런 글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안올려주신다면 오선배님,,반칙입니다,,
김재현님의 댓글

<이거다!!> 의 순간이란 것이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참 애매합니다 ㅎㅎ..
역시 사진기를 잡고 피사체와 같은 빛을 맞아야지만 <이거다!!> 가 나오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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