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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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김상지
- 작성일 : 18-06-1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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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서생의 간절곶에서 하루 밤을 묵고 이른 아침 막 마을을 벗어 나려는 참이었다. 아침 햇살이 수정 가루처럼 부서져 내리는 찬란한 바다를 지나면서 아내가 말했다. 우리 저기 한 번 내려가서 걸어 보아요. 해변가에 내려선 아내는 아이처럼 좋아한다.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니 포즈를 취한다. 전 날, 시누이 딸 결혼식으로 피곤에 절었을 아내다. 가족들이 모여 축하와 덕담이 오가는 자리에서도 아내는 제일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아내로서는 그 뒤끝이 좀 씁쓸했을 것이다. 아직 아무도 하지 않고있는, 자식의 결혼에 대한 의례적인 질문을 받는 아내의 심정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내 심정 또한 아내는 잘 알고 있을 것이고. 아내는 많이 웃었다. 그 웃음이 웃음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숙소에서 아내는 아들 녀석들과 꽤 오래 통화를 했다. 나는 아이들과 말을 주고받지 않았다.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아침 바다는 가늠하기 어려운 수평선으로 시야를 어른거리게 하면서 뿌연 수증기 속에서 그 장대함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었다. 바다는 적막했지만 찬란했다. 완벽한 공존이었다. 그럼으로써 더 적막했고, 더 찬란한 바다였다. 아내는 밀려오는 파도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섰다. 내가 뒤에서 뭐라해도 아무런 대꾸가 없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내는 하고픈 얘기를 바다에 풀어놓고 있을 것이다. 파도가 밀려와 모래톱을 쌓기도 허물기도 하듯, 아내의 얘기도 그럴 것이다. 했다가 지우고, 또 썼다가 지우고. 내가 좀 더 큰 인기척을 냈더니, 마침내 아내가 뒤 돌아본다. 그리고 웃는다. 평온한 얼굴이다. 아내의 얼굴 속에 바다가 있었다.
아침 바다는 가늠하기 어려운 수평선으로 시야를 어른거리게 하면서 뿌연 수증기 속에서 그 장대함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었다. 바다는 적막했지만 찬란했다. 완벽한 공존이었다. 그럼으로써 더 적막했고, 더 찬란한 바다였다. 아내는 밀려오는 파도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섰다. 내가 뒤에서 뭐라해도 아무런 대꾸가 없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내는 하고픈 얘기를 바다에 풀어놓고 있을 것이다. 파도가 밀려와 모래톱을 쌓기도 허물기도 하듯, 아내의 얘기도 그럴 것이다. 했다가 지우고, 또 썼다가 지우고. 내가 좀 더 큰 인기척을 냈더니, 마침내 아내가 뒤 돌아본다. 그리고 웃는다. 평온한 얼굴이다. 아내의 얼굴 속에 바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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