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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엄창호
  • 작성일 : 12-01-20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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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1]

학원 강사 생활에 끝내 적응을 못하고 동두천에 들어간 적이 있었습니다. 임용고시를 준비할 수 있는 조용하면서도 도서관이 있는 동네로 딱 좋은 곳이었습니다. 마침 대구에 계시던 어머니도 저와 함께 하고자 동두천으로 들어가셨고, 저는 안정감까지 얻어 생활을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도서관에 간 첫날 교사를 모집하는 광고를 보고 저는 울산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그곳이 마음에 든다고 남으셨고, 추운 곳인지라, 저는 어머니께 ‘보일러 따뜻하게 돌리면서 계셔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면서 울산으로 떠나왔습니다.(하지만 저의 당부를 별로 효력이 없었습니다. 일주일 혹은 이주일 만에 그곳에 들르면, 저의 대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약하게나마 보일러가 돌아가기 시작하는 소리가 언제나 들려오곤 했습니다.)

며칠 전이 어머니 기일(忌日)이었습니다. 이제는 형이 살고 있는 그 집에, 왠지 일찍 들어가기가 어색해, 몇 정거장 거리를 걷기로 했습니다.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가끔 환청처럼 들려오는, 퇴색한 동두천 대로변을, 어차피 사진으로는 나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셔터를 몇 번 누르기도 하면서 걸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지난 해 지독한 추위에 고생한 얘기를 듣고, 이제는 장성한 조카들도 보고, 제사도 지내고 하면서.... 느낀 것은 슬픔이었습니다. ‘언제쯤 이 집의 고난은 과거 이야기가 될 것인가?’
들 것 같지 않은 잠에 어느덧 들었지만, 담요 구멍으로 들어오는 한기를 느끼면서 잠을 설쳤습니다. 그리고, 아침 일찍 볼 일을 보러 나가는 식구들을 따라 저도 집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집을 나서는 순간 몇 년째 손보지 않은 집을 찍을까 하다 다시 밀려드는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고 돌아섰습니다.
.......

날씨가 상대적으로 포근해져서인지 아침 들판은 안개에 싸여 있었습니다. 방금 전까지의 슬픔은 어디 갔는지, 손은 저절로 카메라에 갔습니다. 얼마쯤 사진거리에 마음이 쏠려 있다가, 문뜩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사진을 취미로 삼을 때가 언제였던가. (기억이 만들어낸 것인지는 몰라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가 아니었을까 하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지더군요. 그렇다면 분명 사진 찍기는 저에게 치유의 의미가 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만 이런 호사스러운(?) 취미를 가져도 되는 건가 하는 죄책감 비슷한 느낌도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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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신한주님의 댓글

신한주

울산이 터전이 선생님께서
요즘 며칠 동두천 사진들을 보여주시길래
무슨 일이실까...했었는데...


선생님의 마음에 제 마음을 살짝 비춰보게됩니다.

허영주님의 댓글

허영주

누구에게나
참 아픈 사연들이 가슴 한켠에 있겠지요~

선생님의 가슴을 옮겨 놓은 글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킵니다

저에게도 언제나
사진은 마음의 안식처가 되었던 듯 합니다

우리 모두의 생인손 같은.....
어....머....니.......

좋은 글과 ...사연이 깃든 사진...
가슴에 담습니다

고맙습니다

김두영님의 댓글

김두영

엄마....어머니 하고 생각하면 언제나 울컥하는 맘이 앞서 다음 말을 잊지 못하지요....
엄마를 한번만 만나볼수있다면 내남은 생에 반은 아니 모두를 바꿔도 된다는
생각을 할때도 있읍니다...
아침에 엄마를 생각하는 좋은 글이였읍니다.....감사합니다.

조현갑님의 댓글

조현갑

저까지 맘을 아리게합니다.
대부분의 우리 어머님들은 다 그럴거라 생각합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하던가요?
어머님의 좋은 부분만 생각하시고 늦게만진 카메라를 즐기시기 바람니다.
그게 어머님이 저 멀리서 창호님한테 진심으로 바랄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복한 설명절이 되시길 바라면서......

엄창호님의 댓글

엄창호

인용:
원 작성회원 : 신한주
울산이 터전이 선생님께서
요즘 며칠 동두천 사진들을 보여주시길래
무슨 일이실까...했었는데...


선생님의 마음에 제 마음을 살짝 비춰보게됩니다.


예, 선생님. 저는 며칠 살지 않았지만 어머니가 꽤 오래 머무시고, 식구들이 십수 년을 살고 있는 곳이라 고향같이 느껴지는 곳이 동두천(하봉암)입니다.
간략하게 글을 적고 사진을 올리려 했는데, 쓸데없이 감정이 넘쳐 지극히 개인적인 사연을 적고 말았습니다.
늘 관심을 가지고 봐 주셔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좋은 명절 지내시고 그 힘으로 행복한 삶을 가꾸어나가시길 기원합니다.

엄창호님의 댓글

엄창호

인용:
원 작성회원 : 허영주
누구에게나
참 아픈 사연들이 가슴 한켠에 있겠지요~

선생님의 가슴을 옮겨 놓은 글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킵니다

저에게도 언제나
사진은 마음의 안식처가 되었던 듯 합니다

우리 모두의 생인손 같은.....
어....머....니.......

좋은 글과 ...사연이 깃든 사진...
가슴에 담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글과 사진으로 감동을 주시는 선생님,
이번에도 관심을 가지고 봐 주시고 좋은 글로 화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번도 뵌 적은 없지만 상당히 많은 시간 관계를 이루어온 듯 느껴집니다.
명절 잘 보내시고 건강하시면서, 좋은 글과 사진 계속 보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엄창호님의 댓글

엄창호

인용:
원 작성회원 : 김두영
엄마....어머니 하고 생각하면 언제나 울컥하는 맘이 앞서 다음 말을 잊지 못하지요....
엄마를 한번만 만나볼수있다면 내남은 생에 반은 아니 모두를 바꿔도 된다는
생각을 할때도 있읍니다...
아침에 엄마를 생각하는 좋은 글이였읍니다.....감사합니다.


어머니께, 특히 막판에 죄를 많이 지었다는 생각에 어쩔 줄 몰라할 때가 점점 많아지는군요. 선생님의 어머니(엄마)를 생각하시는 마음이 깊은 것 같아 부끄러워지는군요.
명절 잘 보내시고 건강하시고, 따뜻한 마음이 담긴 사진 계속 보여주시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엄창호님의 댓글

엄창호

인용:
원 작성회원 : 조현갑
저까지 맘을 아리게합니다.
대부분의 우리 어머님들은 다 그럴거라 생각합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하던가요?
어머님의 좋은 부분만 생각하시고 늦게만진 카메라를 즐기시기 바람니다.
그게 어머님이 저 멀리서 창호님한테 진심으로 바랄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복한 설명절이 되시길 바라면서......


사진으로, 말씀으로... 늘 가르침을 주시는 선생님, 감사합니다.
간혹 '왜 나는 사진을 찍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곤 하지만, 이 취미는 오래오래 갈 거라는 생각을 결국 하게 됩니다.
선생님처럼, 거침없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지는 못하겠지만 (기계나 결과물의 수준 등에)큰 욕심 안 부리고 사정이 허락하는 한 즐기고자 합니다.

명절 잘 보내시고 내내 건강하시면서 좋은 가르침 계속 주시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강정태님의 댓글

강정태

이제서야 이 글을 읽습니다.
"저의 대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약하게나마 보일러가 돌아가기 시작하는...."
이 어머니의 마음을 읽는 부분에서 울컥하는 감정을 어이할 수 없군요.
돌아가신 어머니를 다시 한 번 만이라도 보여 주는 아량을 베풀어 줄 수는 없는 것 입니까?...............

신 정식님의 댓글

신 정식

저도 어머니에 대한 짧은 시간의 긴 추억이 늘 마음에 남아 있는 동네가 가까이에 있습니다.
아주 가끔은 맨손에 휘적거리며 돌아보곤 하는데... 언젠가 국민학교 다닐 때 세들어 살던 집 중 하나도 그냥 그대로 있던데... 글을 읽으며 미소도, 뭔가 울컥한 마음도 오락가락하는군요.

엄창호님의 댓글

엄창호

인용:
원 작성회원 : 강정태
이제서야 이 글을 읽습니다.
"저의 대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약하게나마 보일러가 돌아가기 시작하는...."
이 어머니의 마음을 읽는 부분에서 울컥하는 감정을 어이할 수 없군요.
돌아가신 어머니를 다시 한 번 만이라도 보여 주는 아량을 베풀어 줄 수는 없는 것 입니까?...............


강정태 선생님, 괜한 글을 올려 선생님의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명절은 잘 쇠셨는지요. 고압습니다.
(선생님의 해학적인 말씀에 웃고, 담담한(진실한) 사진이 얼마나 큰 울림을 주는가를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

엄창호님의 댓글

엄창호

인용:
원 작성회원 : 신 정식
저도 어머니에 대한 짧은 시간의 긴 추억이 늘 마음에 남아 있는 동네가 가까이에 있습니다.
아주 가끔은 맨손에 휘적거리며 돌아보곤 하는데... 언젠가 국민학교 다닐 때 세들어 살던 집 중 하나도 그냥 그대로 있던데... 글을 읽으며 미소도, 뭔가 울컥한 마음도 오락가락하는군요.


'짧은 시간의 긴 추억'이라는 표현, 정말이지 딱 맞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어머니를 모실 수 있을 때는 지나보면 짧은 시간인데.... 시간이 갈수록 또렷해지는 저의 못난 행동들....

많이 바쁘신 모양인데, 이처럼 관심을 보여주셔서 고맙습니다.

송안호님의 댓글

송안호

자식을 위해선 모든것을 다 주려는 어머님의 모정은 눈물과 기쁨 그 자체입니다. 이승과 저승의 사이도

모정을 그리워하는 사무치는 마음으로 없어 질것입니다. 이세상 어느 누구인들 모정에 대한 그리움이

없을수 있겠읍니까마는 오늘 엄창호 님의 글을 읽고 가슴이 짠 해짐을 느낌니다. 돌아가신분의 명복을

아울러 빕니다.

손창익님의 댓글

손창익

가슴이 찡해져옵니다.
경주시내에서 한참 산골로 들어가는 시골동네에 홀로 계시는 모친이 오버랩됩니다.
보일러 좀 올려 따뜻하게 주무시라고 전화를 드리면 항상 대답만 "알았다"입니다.

기름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 미지근하게 해서 주무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일전에 보일러 고장났다고 해서 이참에 보일러 새로 놓을려고 대성셀틱 경주지사에 주소알려주고
상담하고 있었는데....어머니께서 몇번이나 제 핸드폰으로 계속를 전화를 걸어서 보일러 사지 말라고 신신당부해서고치는걸로 결정했었는데........날씨가 추우면 이래저래 보일러 걱정이 떠나질 않습니다.

엄창호님의 댓글

엄창호

인용:
원 작성회원 : 송안호
자식을 위해선 모든것을 다 주려는 어머님의 모정은 눈물과 기쁨 그 자체입니다. 이승과 저승의 사이도

모정을 그리워하는 사무치는 마음으로 없어 질것입니다. 이세상 어느 누구인들 모정에 대한 그리움이

없을수 있겠읍니까마는 오늘 엄창호 님의 글을 읽고 가슴이 짠 해짐을 느낌니다. 돌아가신분의 명복을

아울러 빕니다.


선생님의 댓글에서 마음을 다독여주시려는 의도가 읽힙니다. 고맙습니다.

엄창호님의 댓글

엄창호

인용:
원 작성회원 : 손창익
가슴이 찡해져옵니다.
경주시내에서 한참 산골로 들어가는 시골동네에 홀로 계시는 모친이 오버랩됩니다.
보일러 좀 올려 따뜻하게 주무시라고 전화를 드리면 항상 대답만 "알았다"입니다.

기름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 미지근하게 해서 주무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일전에 보일러 고장났다고 해서 이참에 보일러 새로 놓을려고 대성셀틱 경주지사에 주소알려주고
상담하고 있었는데....어머니께서 몇번이나 제 핸드폰으로 계속를 전화를 걸어서 보일러 사지 말라고 신신당부해서고치는걸로 결정했었는데........날씨가 추우면 이래저래 보일러 걱정이 떠나질 않습니다.


멀리, 특히 시골에 계시는 대부분 부모님들께 아무리 말씀드려도 되지 않는 것은, '따뜻하게 지내시라, 고된 일 하지 마시라' 등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도 계속 말씀드리고, 안부를 확인하는 일이 부모님의 마음을 편하게, 뿌듯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손창익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요즘 많이 바쁘셨던 모양입니다.

김대석님의 댓글

김대석

절절한 사연을 접하며 가슴에 뭔가 꽉 차오르는 감동을 받아 봅니다.
저 역시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을 해 보면서 과거의 추억들이 머리 속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엄창호님의 댓글

엄창호

인용:
원 작성회원 : 김대석
절절한 사연을 접하며 가슴에 뭔가 꽉 차오르는 감동을 받아 봅니다.
저 역시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을 해 보면서 과거의 추억들이 머리 속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김대석 선생님. 제 글보다는, 부모님에 대한 선생님의 특별한 마음 때문에 마음이 크게 움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쨌든 제 글이 계기가 되었다니 마음이 묘하긴 합니다.
관심 가지시고 봐 주셔 감사합니다.

서재근님의 댓글

서재근

스마트폰으로 읽기에는 눈이 아른거려 집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찾아서 읽어 봅니다.
내용은 이미 대강 이해 했지만,
새삼 마음 한편이 아련해옵니다.

계실때 잘해야 한다 다짐 해 보지만,
항상 모자람이 따르는것 같습니다.
내일아침 눈뜨면 어머님께 전화먼저 드리겠습니다.

일깨워 주셔서 감사 합니다.

이재옥님의 댓글

이재옥

아침에 글 아래에서 멍...
뭐라 댓글을 달아야 할지,
감사합니다. ....
다복한 한해 되십시요. ^^

엄창호님의 댓글

엄창호

인용:
원 작성회원 : 서재근
스마트폰으로 읽기에는 눈이 아른거려 집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찾아서 읽어 봅니다.
내용은 이미 대강 이해 했지만,
새삼 마음 한편이 아련해옵니다.

계실때 잘해야 한다 다짐 해 보지만,
항상 모자람이 따르는것 같습니다.
내일아침 눈뜨면 어머님께 전화먼저 드리겠습니다.

일깨워 주셔서 감사 합니다.


서재근 선생님, 선생님도 한 말씀 남겨 주셨군요.
제가 '일깨워' 드리다니요. 노모님과 떨어져 사시면서 늘 마음 쓰시고 계시겠지요.

여러모로 도움을 주신 것 다시 한번 감사드리면서, 올 한해도 많이 배우려 노력하겠다는 말씀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엄창호님의 댓글

엄창호

인용:
원 작성회원 : 이재옥
아침에 글 아래에서 멍...
뭐라 댓글을 달아야 할지,
감사합니다. ....
다복한 한해 되십시요. ^^


이재옥 선생님 감사합니다.
말씀은 안(못) 하셔도 마음 충분히 전해 오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한 해도 늘 행복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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