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예술품 박람회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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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이치환
- 작성일 : 10-11-03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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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랴 부랴 샹젤리제 옆에 있는 그항빨레 정시장으로 갔습니다.
년례 행사로 열리는 이 박람회는 세계 예술의 흐름과 콜렉터들의 취향을 알 수 있는
박람회라 꼭 구경을 합니다. 입장료는 1인 하루권이 무려 우리 돈으로 4만 5천원 정도.
그래도 볼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파리 2010 FIAC이 열리는 그항발레 전시장 앞. 개미떼같은 사람들 보이죠? 개장 4일 동안 늘 이렇습니다.
줄을 이렇게 서서 기다립니다. 줄이 끝이 안보입니다. 구불 구불 이어져서 그항발레 큰 건물을 돕니다.
그런데 프랑스 애들도 새치기 잘 합니다. 아주 묘한 방법을 써요.
특히 동양인들 앞에 슬그머니 잘 끼어듭니다. 아는 체 하면서요. 내 앞에도 할머니 한분이 그렇게
슬그머니 껴들더니 나와 아주 친한척 수다를 막 떨었죠. 난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는데...
그런 후에 핸폰을 때립니다. 잠시 후 또 한 분의 할머니가 베실베실 웃으면서 줄 칸막이 옆으로 와서
야~! 너 여기 있었구나. 한참 찾았지 뭐야~ 어디로 들어가야지? 응~~ 하시더니 칸막이를 비틀어 열고
(정말 힘도 쎄지요. 제가 겨우 움직거릴 정도로 무거운 건데 그걸 단번이 비틀어 열고 들어오다니..)
당당하게 내 앞에 섭니다. 아~~~ 정말 얄밉지만 우얍니까? 할머님이신데...
FIAC은 주로 세계적인 갤러리에서 참여하는데, 사람에 밀려 그윽하게 감상할 여유가 없죠.
*손가락에 끼는 반지를 찍어서 저렇게 해놓으니 마치 UFO 같더군요.
그래서 눈을 크게 크게 뜨고 짧은 시간에 핵심을 보려고 애를 씁니다.(일본 작가 사진)
이 사진 구성과 흑백(전문 용어로 모노크롬이라고 하죠)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돈 있으면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6cmx12cm 사진기를 세워서 두 장의 파도사진을 만들었군요.
음... 찍느라고 고생은 했지만, 전 좀 아니지 않나? 라고 생각합니다.
시건방진거죠 지가... 세계적인 갤러리 소장품을 우습게 봅니다.
그런데 이 여자분은 작품 속으로 마구 끌려들어가나 봅니다. 오래 서 있더군요.
허긴, 바다에서 거센 파도를 보면 마치 바다의 여신 싸이렌이 부르는 것 같긴 합니다.
영국의 여성 작가가 만든 사진입니다. 수십점을 전시했는데, 흑백 톤이 고상하고, 담긴 내용들이
재미있고 신기하더군요. 그런데 우리와 정서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구입하려고 생각 안했습니다.
갤러리스트가 여성 고객에게 열심히 설명합니다. 트레 아뮤즈멍~ 마니피크!! 이러면서...
이 여자분은 대단한 설명에도 고개만 갸우뚱하데요. 말은 그럴싸한데 느낌이 그렇지 않다는 거죠.
이미지는, 그림이나 사진이나 모든 예술 작품은 단번에 팍~!!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죠.
말로 설명해서 이해시킨다면 그 작품 별로라는 거죠.
이 분은 자신의 어린 아들의 기념 사진을 쭈욱 걸었습니다. 아들이 지체아같아 보입니다.
그런 아들이 부모의 사랑을 받고 무럭 무럭 잘 자랐군요. 그 아들의 성장기록 사진인데,
작은 사진 한 장 한 장 많은 이야기와 부모의 사랑과 생명의 존엄성이 보입니다.
오호~~ 이 사진도 좋네요. 메세지가 강해요. 이미지 언어로 아주 잘 표현했어요.
사람들의 행열을 살펴보면 다들 어디로 멀리 떠나려는 사람 같아요. 이주? 먼 여행?
그런데 꼬마는 줄에서 이탈해서 쭈그리고 앉아 두 손에 조심스레 개구리 한마리를 잡고 있어요.
바로 옆이 강인데 거기로 던져주고 줄을 서야지? 엄마 아빠는 차 타고 떠날건데 우짤라고?
왜 강으로 안보내고 뭐하는거지? 앗! 강물이 전부 진회색입니다. 그렇군요.
이 사람들은 오염된 마을을 버리고 이주하는 겁니다. 그러니 소년이 개구리를 저 강 속으로
던질 수가 없는거죠. 그렇다고 데리고 갈 수도 없고, 소년은 어찌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군요.
표정이 매우 심각합니다.(우리나라 4대강 막개발이 생각납니다. 이게 우리 모습이 아닐까?)
곰 한마리가 철장에 갇혀서 울고 있네요. 갑자기 동물원에 온 느낌입니다.
네 그렇죠. 동물을 구경꺼리로 막 가두는 건 나쁩니다. 동물도 지혜가 있습니다.
자기들이 무자비한 인간들에 의해서 강제로 잡혀왔고, 좁은 철장에 죄도 없이 갇혀서
무심한 사람들의 유희꺼리로 전락해버린 걸 잘 압니다. 인간은 너무 오만합니다.
다른 동물보다 좋은 지혜를 가졌다고 다른 생명들을 참혹하게 짖밟으면서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아...이 남자 지금 왜 이러는거죠? 왜 나무통에 매달려 다리를 벌벌 떨고 있나요?
이 남자는 조림한 후에 나무를 베어 내다팔려는 나무 주인에게 항의하는 중인가 봅니다.
어릴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 숲을 벗 삼아 수많은 추억을 만들었는데
그 숲이 사라진다니 너무 슬퍼졌습니다. 자신의 삶이 나무와 함께 몽땅 사라지잖아요.
예전 담양인가요? 거기에 댐을 만든다고 수몰지역 마을 사람들 다 내몰았죠.
여러 대 걸쳐 살았던 주민들 국가 권력 앞에 맥 못추고 밀려났죠.
다른 도시 사람들은 남의 집 불구경 정도지만, 그 곳에서 터잡고 살았던 사람들에겐
죽음보다 더 큰 슬픔이었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오랜 삶의 흔적이
송두리째 물 속으로 잠겨버리니까요. 그 슬픔 우린 잘 모르죠. 안당해봐서요.
오우~ 재미있는 사진을 봅니다. 음...설명을 읽어보니 그리스 아테네 야경이군요.
그러고 보니 왼쪽 언덕에 댈포이 신전 같은 것이 있네요. 그런데 두시 한 가운데 불빛은 뭔가요? UFO?
설명에는, 친구에게 아테네를 관통하는 중심도로를 따라 걸으면서 3분에 하나씩 불꽃을 쏘라고 했다네요.
자긴 언덕에 편안히 사진기 셔터를 B셔터로 열어놓고 놀면서.
그렇게 만들어진 사진이랍니다. 그렇네요. 그리스가 얼마전 불경기로 국민적인 데모가 있었군요.
그리스인에게 희망을 기원하는 불꽃 축제를 열었군요. 사진가로서 최고의 기원을 했습니다.
누구든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으로 기원해야 그게 최고의 기도가 되는 겁니다.
이거 아주 창조적인 기도가 아닌가요?
위에 색들을 보고 있으면, 어떤 색은 뒤로 물러서고, 어떤 색은 앞으로 튀어나오고 그럽니다.
(변화를 못느낀다면, 둘 중 하납니다. 색맹 혹은 대뇌 이상으로 시각이 무디어진 현상, 믿거나말거나^^)
그 현상이 색 차이에서도 그렇고 같은 색이라도 면적 차이에 의해서도 그래 됩니다.
눈에 우연히 보인다고 모두 정확하게 인지하는 건 아니죠.
우린 어쩌면 착각 혹은 착시 속에서 살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이란 게 실은 환상, 착각의 세계라는 거죠.
오호~~ 네 이런 겁니다.
자세히 들여다보진 마세요. 눈 버립니다. 대충 넘어가려고 작게 멀리서 촬영합니다.
이 아줌마는 열심히 몽땅 가까히서 봅니다. 차례 차례 외우듯이...다들 이렇게 보긴해요. 작품이니까...
결국 이거 뿐인가 봐요. 인간의 삶에서 신앙, 종교를 삭제해버리면 결국 이것이 종교가 됩니다.
그래서 어떤 종교는 이것을 유일의 신앙행위로 인정하고요. 그리고 어떤 종교는 가장 거룩한 행위로 여기고,
거룩함을 받으려면 반드시 몸을 정결케하고 피를 정결케하는 이 행위를 나눠야 한다고 합니다.
소유함이 없이 모두 골고루... 세계 모든 나라에서 지금도 이 종교 전파가 열렬히 이뤄지고 있고요...
네 맞습니다. 죄를 짓기 전에는 부끄러움이 없었죠. 벌거벗은 게 왜 수치가 되고 죄가 되나요?
자연의 순수한 모습, 신이 창조한 그대로의 모습인데? 그런데 그 순수함이 이젠 박물관에 가야만
부담없이, 죄의식 없이, 불순한 마음없이 접할 수 있게 된 거죠.
원래 인간은 동물과 같잖아요. 종족 유지는 본능 중 최대의 본능이고,
성관계는 남녀 공히 지고의 가장 자연스럽고 거룩한 행위로 거역할 수 없는 의무인데,
법이, 사회가, 종교가, 원죄가 그 거룩하고 존엄스런 행위를 타락시켰답니다.
화장실 소변기입니다. 아! 기이한 벌레가 한 마리 버티고 있네요.
좋아, 얼마나 버티나 보자. 사정없이 그 녀석을 정조준해서 발사합니다.
아 근데 이 놈 대단합니다. 꿈쩍을 안합니다. 화력이 많이 약해졌나?
갑자기 쪼그라듭니다. 그 놈 눈치를 보면서 일을 끝냅니다.
그리고 수도꼭지를 죽으라고 누르면서, 이래도!! 이빨을 악뭅니다.
그런데도 이 놈 미동도 안합니다. 허어~~ 이 놈 대단하네?
약이 올라서 안경을 벗고 들여다 봅니다. 여차하면 손가락으로 잡아볼 기셉니다.
더럽지만 화 나면 보이는 게 없어집니다.
헉~!! 아니!! 이럴수가!!! 미칩니다. 누가 이딴 장난을???
솜씨 좋은 사람이 진짜처럼 파리를 그린 겁니다 이게.
그러니까, 일 볼 때 딴 생각하지 말고 목적을 분명히 해서 밖으로 허비하지 말고
잘 마무리 하라고 이딴 짓을 한겁니다. 아~ 정말 미칩니다. 얘네들~
4시간여 마치 도깨비 시장통을 떼밀려다닌 것 같이 허둥거리면서 대충 볼 것 봤습니다.
뭐 특별히 심각하게 본 건 없는데, 갑자기 예술가가 된 양, 감각이 특별해짐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림이 마구 눈에 들어옵니다. 좋아하는 칼라가 그냥 보입니다.
창 가 불편한 의자에 앉은 할머니와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하모니를 만들어
저절로 프레임 속으로 들어옵니다. 전 그냥 셔터만 누릅니다.
눈에 띄는 건 모두가 작품이 됩니다.
쓰레기 장 옆에 마구 가져다 놓은 물건들도 작품처럼 보입니다.
저 역시 착각, 환각 속에 빠져삽니다.
예술 나부랭이 작품을 제법 고상하게 감상만 하면 이리 되어버립니다.
사진도 모두 환상이며, 착각입니다. 그래서 흥미진진하기도 하구요^^
*정준위님, 인상님, 동균님, 웅천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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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강웅천님의 댓글

맨 위의 두장만 보이고 아래로는 안보입니다. ^ ^
이치환님의 댓글

원 작성회원 : 강웅천
맨 위의 두장만 보이고 아래로는 안보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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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위 두장이 테스트였구요, 보인다는 말에 용기를 내서 전부 링크했습니다.
그 두장 안보이는데 주루룩 링크하는 게 싫어서요^^ 감사 감사~
유경희님의 댓글

참 좋은 내용에다 이선생님의 사진의 색감도 참 유럽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간혹 예전의 유럽의 잡지에서 볼수 있었던 색감....
전 글도 그렇지만 이 선생님의 사진에 눈이 더 갑니다....
이치환님의 댓글

원 작성회원 : 유경희
참 좋은 내용에다 이선생님의 사진의 색감도 참 유럽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간혹 예전의 유럽의 잡지에서 볼수 있었던 색감.... 전 글도 그렇지만 이 선생님의 사진에 눈이 더 갑니다.... |
유선생님. 여기 유럽 맞습니다. 파리에서 아무나 찍어도 당연히 유럽풍으로 나와요~^^
*라이카 디지탈...좋은 렌즈를 쓰시니 노출을 과감하게 오버하시던가 아니면 반대로
극단적인 노출을 한번 시도해보세요. 칼라가 어떻게 표현되는지 궁굼하군요.
지금 갤러리에 올린 제 사진도 과감하게 노출 오버시키고 직사광을 렌즈로 집어넣어 본 사진입니다.
(nikkor 24mm f2)
유경희님의 댓글

원 작성회원 : 이치환
유선생님. 여기 유럽 맞습니다. 파리에서 아무나 찍어도 당연히 유럽풍으로 나와요~^^
*라이카 디지탈...좋은 렌즈를 쓰시니 노출을 과감하게 오버하시던가 아니면 반대로 극단적인 노출을 한번 시도해보세요. 칼라가 어떻게 표현되는지 궁굼하군요. 지금 갤러리에 올린 제 사진도 과감하게 노출 오버시키고 직사광을 렌즈로 집어넣어 본 사진입니다. (nikkor 24mm f2) |
제가 쓰고도 웃었습니다.파리니까,,유럽이지요.제






이치환님의 댓글

원 작성회원 : 유경희
제가 쓰고도 웃었습니다.파리니까,,유럽이지요.제
이재유님의 댓글![]()
일본작가의 사진은 다이도 모리야마의 사진이네요. 제가 처음으로 사진작가의 작품을 구경간 곳입니다. 오래전에 옛 여자친구가 있던 파리로 가서 어슬렁 거리다 전시회를 봤죠. 정말 힘있는 사진들에 매료되었습니다. 강정태님의 댓글![]()
인자시 읽고 부랴부랴 들어와 봅니다. 우동균님의 댓글![]()
와... 정말 가볍게 클릭했다가 푹 빠져서 자세히 읽었습니다. 이창업님의 댓글![]()
전시된 좋은 작품과 관람자로서의 좋은 평론을 듣게되어 감사합니다. 장재민님의 댓글![]()
여느 전시장의 안내보다 더 쏙쏙 들어옵니다. 서재근님의 댓글![]()
일단 성공리에 작업을 마치셨음을 축하 드립니다. 강웅천님의 댓글![]()
재미나게 보았습니다. 이메일무단수집거부이메일주소 무단수집을 거부합니다.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 처벌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