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를 알게 된 집사람.."욱하는 심장을 지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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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윤태진
- 작성일 : 09-11-29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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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찍었던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그나마 일상의 가까운 모습을 담아주었던 제 똑딱이 미놀타 F-200이 더이상 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았던지 자신의 운명을 예고하듯 액정이 뛰놀다가, 저장이 안됐다가 하며 잦은 말썽을 부리며, 몇대 얻어맞으면 작동하는 아날로그적 행태를 보여주다가... 끝내 이제 배터리 완충에도 렌즈 보여주기를 거부하는 코마상태에 이르렀습니다.
한창 말썽을 부리던 몇일전.. 그날도 어김없이 집사람은 평소 잘 보던 고양이 사이트에서 동영상을 보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최근 5년전부터 사용하던 소니 바이오 노트북도 그 디카같은 행태를 보여오다 2주전 애플 맥북으로 그 자리를 내주고 말았지요, 생전 안써보던 운영체제라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다가 인터넷도 되고 사진은 물론 동영상까지 똑같이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새삼 인터넷서핑을 홈쇼핑채널만큼 열심히 하던 날이었습니다.
동영상을 보던중 고양이를 찍어주는 카메라 끈을 보게되었는데, 갈색 가죽끈에 새겨진 로고가 좀 낯익어 한마디 했습니다. "어..라이카네?"
저는 라이카에서 비디오카메라가 나오는지는 정말 몰랐었습니다. 다음은 실제대화입니다.
집사람 : "라이카? 그게 몬데?"
저 : "어.. 라이카.. 저거 찍어주는 카메라~~"
집사람 : "좋은거야?"
(저희는 둘 다 무비카메라는 관심없어 시큰둥한 상태였습니다.)
저 : "아니 카메라 브랜든데.. 비디오카메라도 만드나 보네? 이상하다..." (HD급 화소였습니다.)
집사람은 그때 말썽부리는 카메라로 인해 무척 예민한 상태였드랬습니다.
집사람 : "카메라? 저기꺼는 어떤거야?"
저 : "어.. 갱장히 좋은거야, 울 카메라가 티코면 저건 수입외제차라고나 할까?"
(이 때 집사람 무척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입니다. 평소 절대 말 어눌하지 않게 똑똑이 같이 굴던 김여사의 버벅거리는 명대사가 등장을 하게 됩니다,)
집사람 : "지가 얼마나 한다고... 욱하는 심장을 지르냐!! " ?????!!!!!!!!!!
ㅋㅋㅋ
아마도 자존심 강한 집사람은 '사람 욱하게 어디서 염장을 지르냐'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정말로 그렇게 말 더듬는건 첨 봅니다. 옛날에 동네에서 같이 논적 있는 '바보' 같았습니다.
집사람 : "그거 당장 알아봐!! 지가 얼마나 한다고."
저 : "에헤....비싸다니까~~~"
집사람,고양이사이트를 확 접더니 또 어딘가로 서핑을 합니다. 옆에 있으믄 지 인터넷한다고 귀찮은거 막 시키고 오미자 타오라고 시키고 할까봐 옆방으로 슬그머니 도망갔습니다. 안그래도 작은 연주회 비스무레한게 있어서 벼락치기로 '카바티나'를 연습하고 있었습니다. 두어시간쯤 지났을까, 벼락치기에 날 새는 줄 모르던중에 슬그머니 방문이 열립니다.
여고괴담인줄 알았습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작은방 들어오기를 세상에서 제일로 여기는 막내고양이, 봉선이가 뛰어들어오면서 뒤따라, 산발한 머리를 늘어뜨린 눈 퀭한 귀신이 소리없이 방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와 제 눈앞에 딱 섰으니까요.
저 : "왜?? 으이구 여지껏 인터넷 보고 놀았냐~ 다크써클봐라...쯧쯧.." (혀도 몇차례 차주었습니다 ㅎㅎ)
집사람 : " 흐흐~~~ " (막 침도 흘리는 것 같았습니다.)
저 : "왜 그래?? 도대체 뭘 했길래..." (애가 이지경이 된거야..라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집사람 : "라이카, 찾았어.."
저 : (겨우 그거 알아보는데 두시간이 걸리냐..) " 근데??"
집사람 : "나 그거 사조"
저 : ...
집사람 : "그거 사 달. 라. 구!!!"
저 : "라이카가 뉘집 강아지 이름이냐??(근데 어제 보니 정말 소련 최초 우주강아지 이름이었더군요^^

집사람 : "이리 와 바바."
집사람 손에 이끌려 안방으로 가보니 노트북 화면에 떡하니 라이카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일부러 나 보라고 최대화면으로 사진 키워놓지 않고서는 이렇게 잘 보일리 없습니다.
저는 전후 사정이 대충 짐작이 갔습니다. 화면위에 카메라는 예쁜 갈색 가죽케이스에 반쯤 담겨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집사람은 카메라집, 갈색가죽집이 탐이 났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도 털옷(모피류), 가죽옷만 보면 정신을 잃는 사람입니다. 대부분 여자들이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 : "얼... 얼만데?"
집사람 : "몰라 그냥 사조!!"
저 요새 다니던 직장 관두고 집에서 창업놀이... 하고 있습니다. 놀면서 사업자등록은 해두었지만 아직 계산서 끊어보지 못했습니다.. ㅜㅜ
저 : "그래 그럼 한번 어떻게 사야 싸게 사는지 함 알아보기나 하자.."
디룩스 포, 똑딱이가 DSLR 가격이더군요... 뭔가 잘 못된거다 믿고 계속 서핑을 하면서.. 저 가격이 젤로 싸다는 걸 새삼 알게 됐지만.. 그보다 더 가슴을 쓸어 내렸던건, 서핑을 하면서 들어가본 라이카본사 사이트..거기 카메라들 보는 집사람 눈이 점점 더 이글거려간다는 거..
집사람은 온통 하얀색인 카메라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스크롤 못하게 제손을 꽉 쥐는 것이었습니다.
집사람 : "저거로 사조!!"
거기에는 분명 M 머시기 limited edition 뭐 이렇게 써있었는데.. 그 말은 곧 저에게는 "엄청 비싼건데 정말 괜찮겠느냐"라고 번역되고 있었습니다.
.....
얘기 길어지니 여기서 줄이고 암튼 뭐 이렇게 저렇게 해서 결국 라이카클럽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데..
구체적인 수입업체가 별로 안보이는 상태에서 정보도 제한적이고 장터도 볼 순 없지만...
여기 라이카클럽은 예전에 제가 좋아하던 미놀타클럽같은 그런 분위기도 조금 느끼게 되고 그러네요.. 미놀타를 가지면서 뭔가 마이너의 세계를 이해하게 되었는데.. 아직 미놀타 다이낙스7은 그대로 품고 있다는...
아무래도 장터가 활성화 되는대로 저도.. 아니 집사람도 라이카 사용자가 될 것 같아 이렇게 글로 미리 인사드립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http://www.leicaclub.net/gallery/sho...atid=newimages
(새로산 카메라로 찍은 집사람입니다)
댓글목록
강웅천님의 댓글

봉선이의 행복한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는 듯 합니다.
재미나게 쓴 글 잘 읽었습니다.
괜한 트집 용서 바랍니다.
장터가 곧 열리겠지만 디지털쪽 보다는 필름 카메라가 주종이고, 유저들이 구입 후 변동이 적어
장터에서 오래 잠복하셔야 할 겁니다.
M LE도 좋지만 바르낙으로부터 LE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종들이 부족하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 ^
서기연님의 댓글

맛깔스럽게 쓴 글 읽으면서 따스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만간에 영입을 하시겠네요,,,^^
자주 뵙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김영모님의 댓글

재미나고 사랑스럽고 앞으로의 기대가 더 큰 이야기....
자주 뵈어요~~
정규택님의 댓글

하하하~ 글 을 읽다가 많이 웃어봅니다.^^
윤태진 회원님의 사업이 잘 되셔서 더 좋은 라이카로 사모님께 선물할 그날을
기다려봅니다.
홧 팅 입니다.^^
서재근님의 댓글

올려주신 사진이 너무 멋집니다.
소녀처럼 예쁜 맑은 모습과 눈을 지그시 감은 양이의 행복감이 넘쳐 납니다.
하얀색 D-Lux 4 가 무척 어울리실것 같아요.
담에는 하얀색 M9에 녹티룩스 물려서...
준비 중이신 사업에 세금계산서 빵빵끊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빕니다.
정진화님의 댓글

라이카는 그렇게 시작되나 봅니다....재밌는 글 잘보았습니다. ^^
세금계산서 용지가 부족한 그날을 기대합니다.^^
신 정식님의 댓글

조만간 세금계산서로 정신없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그 하얀거 소소하게 하나 질러 주세요... 염장글입니다...
최형창님의 댓글

글 참 재밌게 봤습니다. 고양이님 표정이,, 사람 흐뭇해지게 하네요 ^^
저도 예전에 미놀타에 빠져서 로커클럽, 미놀타클럽 자주 들락거렸었는데 반갑네요.
그리고 조만간 뭔가 하나 영입하실거 같네요. ^^;;
강인상님의 댓글

어서 사업이 번창하셔서 가족분과 멋진 라이카 들고 출사하시는 그 날이 빨리오기를 저 또한 바래봅니다.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
김명기님의 댓글
우리집 옹이와 마눌님도 마찬가지... 다행이 구공이로 입막음 해두었습니다만.... ^~^
김동남님의 댓글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최_정원님의 댓글

아하하하~잘봤습니다~
그런데...
아직 안 사셨나요~?
이미 사셨어야 하는데....
어서오세요~어서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