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라이카...Barnack I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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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정진화
- 작성일 : 09-11-2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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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카메라를 사고 싶은 마음에 인터넷으로 샵에 나온 물건들을 뒤져보니
괜찮은 MP와 M7이 있어 내심을 감추고 아내에게 충무로에 놀러가자고 했다.
샵 뒷골목에서 아내가 좋아라하는 닭 한마리 사주고,
그 샵을 우연히 지나치는 듯 하면서
"이 가게가 유저들한테 평판이 좋던데 들어가서 구경이나 해볼까?"
하고 아내를 쳐다보니 잠시 망설이는 듯 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왠걸....가게 불은 켜져 있는데 문이 잠겨있다.
쥔장이 밥 먹으로 간 모양이다.
대략난감...작전이 시작부터 꼬인다.
그때 저기서 헐레 벌떡 뛰어오는 사람이 보인다. 쥔장으로 보인다.
"어떻게 오셨느냐"는 물음에 그냥 구경하러 왔다고....
가게에 들어서서 진열된 카메라 중에 미리 봐두었던 카메라를
재빠르게 눈알을 돌리면서 찾고 있는데.....
아내가 "저것 좀 봐"라고 해서 아내가 눈으로 가르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주인이 손에 조그만 카메라를 헝겊에 싸서 열심히 문지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내는 망설임 없이 "그게 뭐예요?"하고 주인장에게 묻는다.
주인은 "아...방금 수리실에서 가져온 바르낙입니다"라고 하면서
헝겊을 벗겨서 아내에게 내밀어 보인다.
그 순간, 아내의 눈빛이....나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황홀감에 빠져드는 그 눈빛을...보았다.
아...이런 눈빛을 두고 "한눈에 반했다"고 하는구나....
반지갑 크기에 블랙 에나멜 페인트 사이로 살짝 살짝 칠이 벚겨져
드러난 황동이 아주 매력적이고 고풍스러워 보인다.
그 조그만 카메라에 눈을 떼지 못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가격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결국...그 순간,
사주지 않고는 못베기는 그 순간, 나의 MP, M7의 꿈은 깨지고...
조심스레 "나도 하나 사까?"물어보니 "응, 그래, 하나 사"....
차마 내가 점 찍어 두었던 것을 말하지 못하고
꿩대신 닭이라고 M6를 하나 고르긴 했지만....
이것이라도 건졌다는 위안으로 씁쓸히 가게 문을 나서는데...
그래도 이건 뭔가 밑지는 장사다 싶은 마음은 떠나질 않았다.
그 다음주, 아내와 함께 북악스카이웨이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지나가던 여인네들이 아내의 손에 쥐어져 있는 바르낙을 보고
"어머, 어머!!!!"를 연발하면서 어디서 샀는지 물어보면서 신기하게 구경한다.
아내의 입가에 스윽 미소가 흐른다. 사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1932년생이니 나이가 77살, 같이 딸려온 니켈 엘마는 80살이다.
거꾸로 뒤집으면 경통이 반쯤 흘러내린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크기와 믿음직스럽고 고풍스러운 외모,
부드럽고 정숙한 작동감은 여러가지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항상 가지고 다니고 싶은 "중독성"이 강하다.
이제 겨울이다.
외투 주머니에 바르낙을 넣고 손으로 만지작 거리면서
언제든 꺼내서 찍을 수 있는 계절이다.
댓글목록
정태인님의 댓글

한편의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입니다. ^^
손영호2님의 댓글

저는 바르낙을
카메라라기보다
공예품(예술품)이라 생각합니다. ^^
조현갑님의 댓글

쭈~~~~욱 읽고내려가면서 저의 입가에 미소를 숨길수가 없네요!!!
안목이있는 와이프에 충성을 다하는 그남편.....부러버라~~~!
손영호님 생각처럼 바르낙은 일찍이 독일인이 보여준 금속공예의
절정을 보여준 작품이라해도 과언이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고로 마눌님하고 겨루어서 이기는자 있나요?
마눌님한테는 지는것이 이기는것이고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이라지요?
축하 합니다!
마눌님과 Barnack IId를 영원히 사랑하시길~~~~~~ ^^
강웅천님의 댓글

오래된 바르낙 케이스라도 하나 입혀주세요.
저도 IId를 쓰고 있지만, 칠이 벗겨지고 찌그러져가면서 더욱 애정도 깊어갑니다.
바르낙에는 35mm 엘마 3.5나 주마론 3.5도 잘 어울립니다.
침동식이 아니지만 작고 뷰파인더와도 이쪽이 더 가깝더군요.
서로 아껴주고 챙겨주시는 부부의 정감있는 이야기 잘 보았습니다.
서기연님의 댓글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아내가 카메라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저도 블랙페인트 바르낙을 선물하고 싶네요,,,,
강인상님의 댓글

선배님, 저도 이렇게 한 번 멋지게 하고 싶은데..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지났습니다...ㅜ.ㅜ
농담이구요. ^ ^
사랑의 마음, 저도 잘 배우겠습니다.
행복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_^
서재근님의 댓글

한눈에 명품을 알아보는 안목에 감탄 합니다.
2년전의 일이면 이제는 라클 기계과에 명단을 올릴때도 된것 같습니다.
김선근님의 댓글

바르낙.
사진기이기보다, 오히려 예술 품이죠.
거기다가 사진까지 잘 뽑아주니 더 더욱 매력이 넘치죠.
필름 장착이 조금 불편하지만,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커버해주고도 남는다는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김대석님의 댓글

아!! 아름다운 러브스토리....
바르낙 지르고 싶다....
마지막 사진은 City 7인가 봅니다...
최_정원님의 댓글

아, 사모님이 멋지시네요.
충무로도 같이 나가시고.....흑...
제 아내는 CM을 사줬더니 먼지만 쌓이게 해서...정리하고 조그만 디카사줬더니 아주 좋아하던데요....
롤플에 관심을 가지고 있긴하지만요......^^
박상덕님의 댓글

제 아내는 아무리 카메라 보여주고 설명해줘도 도통 관심이 없습니다.
함께 사진을 좋아하면 좋으련만...
부럽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는 글입니다.^^
정규택님의 댓글

사모님도 라이카클럽 회원으로 가입하셔야죠..^^
아름다운 카메라 바르낙..
행복한 이야기..
바르낙 강력 펌푸입니다....ㅠㅠ
유경희님의 댓글

저도 바르낙하면 바로 이 모델을 노리고 있는데,,,,사모님이 멋있는 분인것 같습니다...
일상의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김영모님의 댓글

이 글을 보니 ....저도 하나 갖고 싶군요~~
이영욱님의 댓글

저도 제일 좋아하는 모델이 IId 입니다..
스트랩 고리도 없고 조그만해서 포켓에 넣고 다기기도 좋고..
무엇보다도 블랙페인트라서 벗겨지면 은은한 황동도 드러나고..
다들 그런 멋때문에 IId를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김영모님의 댓글

원 작성회원 : 이영욱
저도 제일 좋아하는 모델이 IId 입니다..
스트랩 고리도 없고 조그만해서 포켓에 넣고 다기기도 좋고.. 무엇보다도 블랙페인트라서 벗겨지면 은은한 황동도 드러나고.. 다들 그런 멋때문에 IId를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
주말에 하나 들고 오소...상처가 제일 많은 녀석으로....
김_민수님의 댓글

이전에 필름 종이 넣어두는 자켓(?)을 만드신 형수님의 센스를 생각하면 이제 이해가됩니다.
안목이 보통이 아니신걸요..^^
재미있는 얘기 멋진 카메라 잘 보았습니다.
그런데 IId가 스트랩고리가 없었군요. 그럼 그냥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시는건가요..?
심플하게 보이는 것이 절대 고장안날것처럼 보이는데요..^^
신 정식님의 댓글

참... 멋진 부인이십니다...
IId 아주 깜찍스럽지요...
홍충섭님의 댓글

바르낙은 언제봐도 아름답습니다...
김재만님의 댓글

글도 사진도 너무 멋집니다. 덕분에 저도 뽐뿌 견디지 못하고 IId 구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성환-님의 댓글

아름답네요...
바르낙 IId가 갑자기...
김경섭님의 댓글

아름다은 부부와 멋진 카메라 얘기 이군요,
글도 이쁘게 / 작품입니다,
손영호2님의 댓글

오호...
바르낙 IId는 스트랩고리가 없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최선진님의 댓글

보면 볼수록 너무 아름답습니다 ㅠㅠ 가격또한 어마하겠지요?
김 시용님의 댓글

예술품이네요.
저두 하나 구해서 점수 좀 따봐야 겠네요. ㅎㅎㅎ
김효수님의 댓글

이 글을 제 와이프에게도 꼭 읽어보게 해야겠습니다^_^; 멋있습니다~
감병희님의 댓글

애정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두분 좋은 사진 하시길
최병국님의 댓글

아이고 너무 보기 좋습니다. ㅎㅎㅎㅎㅎ
우리집사람은 제가 다 사온거만 씁니다 T.T
(그리고 가끔은 찍어 옵니다 ㅡ,ㅡ)
김동현CL님의 댓글

같이...쓸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ㅡ.ㅡ 부럽습니다.ㅎ
여환영님의 댓글

바르낙....역시 엔틱이군요^^
내공을 더 많이 쌓아야 겠습니다. 저는 ㅡ.ㅡ;;
심성보님의 댓글

참 부럽습니다.
사랑도.... 그리고 바르낙도....
이화성님의 댓글

라이카를 포함한 어느분야의 진정한 고수는....
아내에게 이실직고 하고,,,,
지원까지 받으며,,,, 같이 할 수 있는 분들인것 같습니다....
흐믓한 이야기를 보면서,,,,
진정 행복한 모습들을 담으실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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