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추억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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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김_민수
- 작성일 : 09-10-2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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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도 넘게 카메라하고는 인연이 없던 제가 어쩌다가 어느날 갑자기 SLR을 사고
2년도 안되는 기간동안 20개가 넘는 카메라를 바꿈질하면서 늦바람이 제대로 난듯이
쓰다가 라이카 클럽까지 오게되었을까 말입니다.
제가 처음가져본 카메라는 물건너 이곳으로 올 때 마련했던 캐논 디카였구요. 그로부터
3년을 열심히 쓰다가 작동이 안되기 시작한 이후로는 SLR이 뭔가 궁금해하기 시작했더랬죠. 당시에 아마도 DSLR붐이 한창이었을테니까요.
아 그렇죠. 원래 하려던 얘기는 초등학교 선생님 한 분에 관한 추억입니다.
학생을 항상 애정어린 눈으로 담아주시는 강인상 선배님을 보니 더 추억이 아른거리네요.
한 학급에 50명이 넘었던 그 시절에 그 선생님께서는 매달 철컥 철컥하는 SLR 필름카메라로 한 명 한 명씩 사진을 찍으셔서 개인마다 다른 카드를 매달 만들어서 주셨습니다.
지금처럼 레이져 프린터가 없던 때였으므로 찍으신 사진과 정성스럽게 밑줄까지 쳐서 손수 적어주신 카드를 말입니다.
그렇게 1년 가까이를 하셨으니, 항상 그 선생님 책상에는 색도화지와 인화한 사진이 책상에 수북하게 쌓여있었더랬죠.
매달 사진을 찍으셨으니, 학생인 우리들로서는 매달 사진찍을 때가 되면 밖에 나가서 줄서는 것이 익숙해졌었구요. ^^;
농담도 잘하셨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엄하셔서 한 번 맞으면 정말 눈물나게 아팠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 선생님의 생신은 광복절...8월 15일이었는데, 어느 날 수업시간에 한 마디 하시더군요.
"지금으로부터 16년 후 8월 15일이 내 환갑이되네. 그 날 우리 모두 보여서 보는게 어떨까?" 하시더군요.
어린 마음에 우리는 너무나 먼 얘기로만 생각했었더랬습니다.
그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2000년 8월 15일...선생님을 기억하는 친구들이 거짓말같이 모였습니다.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그 약속을 잊어버린 적은 없다고 하더군요.
저도 그런데 저역시나 놀라웠던 점이었습니다.
매학년마다 바뀌는 선생님 한분을 이렇게 친구들이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2000년 8월 15일에 반 친구 40여명이 모였더랬습니다. 해외에 가있거나, 직장에서 나오기 힘든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정말 거의다 나왔다는 말입니다.
선생님을 빼고 말이죠. 더이상 만나 뵐 수 없었기때문이죠.
환갑을 앞두셨던 선생님께서는 학교에서 체육활동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순직하셨다는
소식을 사모님과 가족을 만나뵙고 들었습니다.
아무튼 그날은 참 잊을 수 없었던 날이었습니다.
카메라와 사진으로 시작된 그 인연으로 십수년넘게 다른 누군가에게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아마도 그 소중한 추억으로 인해서 카메라와는 전혀 상관없던 제게도 "사진질"의 기회가 온것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카메라와 사진이 만드는 각별한 인연들..
참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하루입니다.
선배님들도 그런 추억이 하나씩 있으실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댓글목록
정규택님의 댓글

아~~ 슬픈 이야기군요..ㅠㅠ
16년만에 잊지않고 모인 동창생 분들도 참 대단하십니다..
선생님은 비록 함께 하지 못했지만 하늘나라에서 제자들의 고마운 마음을
알고 계실 듯합니다.
강인상님의 댓글

아...김민수 님 추억에 멋진 선생님께서 자리 잡고 계셨군요.
약속한 날에 선생님과 함께하셨다면 얼마나 행복하셨을까요.
그 때를 떠올리시면서 제가 생각나셨다니...영광입니다....^ ^
저 역시 제가 찍는 사진들이 먼 훗날 아이들에게 지난 날을 추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흑백 사진을 나눠주면 가끔 이런 이야기합니다.
"선생님, 돈이 없어서 흑백으로 찍으셨어요? 저는 색이 있는 것이 좋아요."
그러면 그저 웃을 수 밖에요. ^ ^
사진들을 작년까지 낱장으로 나눠주곤 했는데,
올해는 분실 위험이 없이 그동안 찍은 사진을 모아
개인사진집으로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벌써 1년이 지나고 있군요.
슬슬 작업 들어가야겠습니다...^ ^
송석호님의 댓글

저도 학창시절과 선생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군요...
환갑때 선생님이 계셔서 학우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다면..
선생님께서 정말 기뻐하셨으리라 생각해봅니다.
지금은 안계시지만...김민수님은 평생 잊지 못할 선생님을 두셨군요.
선생님도 좋은 제자들을 둔 것 같습니다.
마음이 찡...해지는 이야기 감사합니다.
이재유님의 댓글

코끝이 찡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예전부터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자신들의 선생님이야기를 들어보면 저런 세세한 이야기를 어떻게 다 기억하실까? 하고 생각하실때가 있습니다. 요즈음 세태.. 경쟁만이 중요시되는 시대에 그들의 선생님을 어떻게 기억할지 심히 걱정하면서도 이글을 읽었습니다.
김영모님의 댓글

16년*40명의 세월이 담긴 선생님의 마지막 선물이네요.
김_민수님의 댓글

원 작성회원 : 김영모
16년*40명의 세월이 담긴 선생님의 마지막 선물이네요.
|
생각해보니 마지막까지도 저희가 정말 큰 선물을 받았네요.
학교에서 선생님인 후배 몇몇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 교실 풍경은 정말 많이 다른것 같더라구요. 아이들이 죄가있는 것은 아닐텐데, 결국은 기성세대의 욕심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_민수님의 댓글

원 작성회원 : 강인상
아...김민수 님 추억에 멋진 선생님께서 자리 잡고 계셨군요.
약속한 날에 선생님과 함께하셨다면 얼마나 행복하셨을까요. 그 때를 떠올리시면서 제가 생각나셨다니...영광입니다....^ ^ 저 역시 제가 찍는 사진들이 먼 훗날 아이들에게 지난 날을 추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흑백 사진을 나눠주면 가끔 이런 이야기합니다. "선생님, 돈이 없어서 흑백으로 찍으셨어요? 저는 색이 있는 것이 좋아요." 그러면 그저 웃을 수 밖에요. ^ ^ 사진들을 작년까지 낱장으로 나눠주곤 했는데, 올해는 분실 위험이 없이 그동안 찍은 사진을 모아 개인사진집으로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벌써 1년이 지나고 있군요. 슬슬 작업 들어가야겠습니다...^ ^ |
아이들의 기발한 질문들을 들으면 절로 웃음이 납니다.
저는 말이 너무나 없었던 학생이라 질문하는걸 생각도 할 수 없었죠.
개인 사진집은 정말 좋은 추억이 될 듯합니다.
제 선생님과 학년 말에 학급 문집을 만들었던 적이 있는데 학급 문집 맨 뒷장에다가
장래의 희망을 낙서하듯이 적어놓은 페이지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이 문집을 갖고있었는데, 친구들이 모였을 때 보면서 정말 많이
웃었더랬죠.
그 당시에는 그래도 요즘처럼 의사나 변호사쪽 위주가 아니라 상당히 다양했던 기억이
납니다.
축구선수가 되고싶다던 한 친구는 성악을 전공해서 멋진 목소리의 주인공이 되어있었고,
음악가가 되고 싶다던 한 친구는 저와 바이올린을 같이 시작했는데, 저는 중도 탈락..
그 친구는 꾸준히 해서 지금은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있더군요.
저는 당시에 문집에다 "위대한 과학자"라고 써놓은걸 보고, 배꼽잡고 웃었습니다.
결국은 이공대생이 되었지만, 요즘은 사진찍는데 너무 열중해서 실험실에서 쫒겨나지만
않으면 다행입니다. ^^
아무튼 강인상 선배님같은 분이 아직 계셔서 다행한 일입니다.
좋은 주말 되시구요.
서재근님의 댓글

이글을 읽으며 내내 고2 고3 2년동안 담임이셨던 영어 선생님을 떠 올렸읍니다.
아직 젊으신 나이에 절명하셔서 많이 안타까워 하던 분입니다.
왜 이렇케 보고싶고 기억에 남는 분들은 일찍가시는지........
30년후 40명의 제자와 선생님의 상면이 이루어 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래도 그런 선생님이 계셨기에 제자들이 훌륭하게 살아가리라 생각해 봅니다.
강정태님의 댓글

그 훌륭하신 선생님 덕택으로 소중한 아름다운 추억 하나를 더 안으셨군요.
그리고 그 자리에 안계셔서 더 아릿한 추억이 된 것 같습니다.
그 아련한 추억 오래오래 간직하시길....
김_민수님의 댓글

원 작성회원 : 서재근
이글을 읽으며 내내 고2 고3 2년동안 담임이셨던 영어 선생님을 떠 올렸읍니다.
아직 젊으신 나이에 절명하셔서 많이 안타까워 하던 분입니다. 왜 이렇케 보고싶고 기억에 남는 분들은 일찍가시는지........ 30년후 40명의 제자와 선생님의 상면이 이루어 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래도 그런 선생님이 계셨기에 제자들이 훌륭하게 살아가리라 생각해 봅니다. |
선생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선물이 씨앗이되서 또 새로운 새싹이 자라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 선배님 멋진 사진은 언제 필라델피아말고 뉴욕쪽에도 수출하실 의향은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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