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잦은질문모음
  • TOP50
  • 최신글 모음
  • 검색

Forum

HOME  >  Forum

Community

휴가중에 지리산에서 불행중 다행스런 일을 겪다.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유성수
  • 작성일 : 09-08-16 01:07

본문

지난 7월 마지막 주일을 여름 휴가로 잡아 카메라 달랑 하나메고
오래 전부터 가고 싶었던 전남 구례읍 계산리 다무락 마을로 찾아갔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길을 달려 서울에서 전주- 남원- 곡성- 압록을 거쳐 계산리에 도착 했을 때는
이미 오후 4시가 넘었지만 계산천 옆에 나있는 세멘트 포장 도로를 따라
천천히 차를 몰며 하유마을- 중유마을- 상유마을을 차례로 거쳐 올라갔습니다.

조용한 지리산 산골 마을에 (그 마을 사람들이 보기에는 외지인인) 서울 사람이
차를 몰고 올라간다는게 대단히 미안했지만 언덕길을 오르는 동안 마을 여기저기에
마을 사람들의 차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고 자동차가 들어가지 못할 곳을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며 미안스런 마음을 애써 누그러 뜨리고
계산리 다무락 마을 제일 윗 마을인 상유 마을에 도착 했습니다.

상유마을에 도착해 보니 마을 노인회관 앞에 차를 3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외지인용
주차장이 있어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들고 내렸습니다.
비는 이제 제법 가늘어졌지만 계속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개의치 않고 마을 구석구석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담장이 특이한 어느 집을 찍고 있는데 그 집에서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한분이 나오더니 사진 찍는 나를
오래동안 지켜 보고 서 있다가 내게 말을 건넵니다.
그 마을에는 사진가들이 자주 찾아와 마을 구석구석을 찍어 가곤 해서 사진기 들고 나타나는 사람이
낯설지 않다는 겁니다.
제가 물었지요, 다무락 이라는 마을 이름이 무슨 의미냐고? 그 마을 주민이 설명해 줍니다. 그건 계곡에 지천으로 널려 깔려 있는 돌을 주워다가 집집마다 돌로 담을 쌓았기 때문에 돌담 - 돌 다무 - 돌 다무락 .
그래서 다무락 마을이라는 이름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혼자 뇌까리듯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마을 집집마다 이제는 돌담으로 되어 있던 담을 세멘트 블록 담장으로 대부분 다 바꾸어 버려서 돌 다무락이 남아 있는 집이 몇집 되지 않아 마을 이름도 이젠 옛 이름이 되어버렸다고.

그러면서 정말 돌담이 많은 마을을 보고 싶으면 여기서 내려가 섬진강을 따라 상류 쪽으로 10분쯤 거슬러 올라가면 논곡마을이라고 있는데 거기는 정말 문자그대로 돌담마을이라서 진정한 다무락 마을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라고. 꼭 찾아가 보라고 당부를 합니다.

그 날은 이미 너무 늦어 인근 숙소에서 그날 저녁을 보내고 다음날 논곡 마을로 찾아 올라갔습니다.

논곡 마을은 다무락 마을보다 가구 수는 훨씬 적었지만 아주 아담하고 조용한 산골 마을 이었습니다.
마을 골목 길을 모두 세멘트로 포장을 해서 기대했던 만큼의 시골 정취를 느끼기에는 좀 부족했지만 아주 깨끗하고 조용한 산골마을로서 집집마다 초록색 이끼 낀 돌담이 둘러쳐져 있어서
카메라 하나 들고 마을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세상사로 인해 복잡해진 생각을 정리해 가며 오전 한나절을 보내기에는 참 좋은 마을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돌담길에서서 포커싱에 신경쓰며 화인더 속에 보이는 구도를 바로 잡으려고 옆으로 한발짝 물러서다가 그만 앗뿔사 - , 비에 젖어 미끄러운 이끼가 잔뜩 낀 세멘트 언덕길에 왼쪽발이 미끄덩 - 미끄러지며 언덕아래로 사정없이 굴러내려갔습니다.
구르는 순간 내 몸보다는 본능적으로 들고 있던 카메라를 먼저 걱정해서 카메라를 상하게 해선 안되겠다는 마음으로 오른 손으로 카메라를 번쩍치켜들고 굴렀지만
그건 마음 뿐이었고, 결국은 카메라 렌즈를 세멘트 바닥에 처박으며 한바퀴 구르고 팔꿈치도 깨져가며 (그때 생각으로는 한참 동안) 굴러내려갔습니다.

상황이 정리되어 땅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며 살펴보니 오른쪽 팔꿈치와 오른손 새끼손가락 쪽에서는 피가 많이 흐르고 있었고( 피부가 세멘트 바닥에 쓸리며 꽤 많이 깎여 나간 것으로 보였습니다.)
카메라는 --- 다행히도 무사한 것 같았는데
아니, 즈미크론 35mm 렌즈 앞에 붙어 있는 라이카 오리지날 플라스틱 후-드가 그만
상당한 손상을 입은 상태였습니다.
렌즈 후드에 가해진 충격이 렌즈에도 영향을 끼쳤을 까봐 걱정이되어
렌즈 포커싱 링을 이리 저리 돌려보며 한참 점검해보았지만
다행스럽게도 렌즈나 카메라는 별 탈 없이 무사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몸은 좀 다쳤지만 카메라가 무사하니 일단 안심이 되었습니다.
십년감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하기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때 그 마을에서 찍었던 사진을 한장 함께 올립니다.
추천 0

댓글목록

성원기님의 댓글

성원기

아이쿠~ 큰일날뻔 하셨습니다.

언덕길에서 구르시면서도 사진기를 치켜드셨다니 유성수님의 열정이 느껴지네요^^
사진에 열중하시다가 크게 사고를 당하신분들 얘기도 심심찮게 들었습니다. 그만하신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요.

이끼가 낀 돌담이 참 정겹습니다~~^^

서재근님의 댓글

서재근

많이 다치신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 입니다.
사진기도 그렇다니 더욱 다행이구요.

일전에 파키스탄 갔을때 일행중에 한분이 양손에 커다란 DSLR 들고 돌밭에서 넘어졌는데,
그와중에도 손은 뒤로하고 대신 얼굴로 충격을 대신 하더군요. 얼굴이 쓸려 2-3개월 고생하는것을 보았답니다. 사진사들은 본능적으로 그리 되나 봅니다.

글을 통해 찾아가 보아야 할곳이 한군데 더 추가되었 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강웅천님의 댓글

강웅천

다행입니다.
그래도 적잖히 다치신 것 같지만 더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고 그만하기에 다행입니다.
카메라도 무사하시다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으시길....

사진들 들여다 볼때마다 그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서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으실겁니다.
늘 조심해서 안전 사고 없이 즐거운 여행과 촬영을 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장재민님의 댓글

장재민

몸을 사리지않는다는 말이 이제 이해가 됩니다.
그래도 몸을 더 중히 하셨어야지요. 덕분에 멋진 돌담 사진 봅니다.
다음에 귀국할 일이 있으면 기억해 두었다 가보고 싶습니다.
피를 흘리시며 쓴 여행기인데 그냥 보기가 죄송스럽습니다.

이재유님의 댓글

이재유

큰일 나실뻔 하셨네요.. 항상 몸이 먼저입니다!!

이재진님의 댓글

이재진

큰일 날뻔 하셨군요...
가끔 그런 모습을 보게 되는데 너무 안스럽더라구요...
그나 저나 많이 다치지 않으신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장충기님의 댓글

장충기

카메라야 다시 구하면 되지만 몸이 항상 먼저여야 하는데...

라이카여서 그러는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롤라이 35로 사진을 찍다가 비탈길에서 미끄러진 경험이 있는데, 비싼 카메라도 아닌데 어쩔 수 없이 카메라에 더 마음이 가더군요.
별로 다친 곳은 없었지만...

송안호님의 댓글

송안호

몸보다도 카메라를 중시하는 마음이 좋구요, 크게 다치신곳이 없다니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사진여행 하시기를 바랍니다.

신현동님의 댓글

신현동

그래도, 몸이 소중하시지요.. 상처 잘 치료하세요.
저번주에 저도 제주도로 휴가를 가서 갯바위 위에서 넘어졌는데,
저도 모르게 사진기 든 오른쪽 손은 번쩍 들고 있더군요. ^^;

개인정보처리방침

닫기

이메일무단수집거부

닫기
닫기
Forum
Gallery
Exhibition
Collection
회원목록
잦은질문모음
닫기

쪽지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