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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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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손창익
  • 작성일 : 11-02-07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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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휴가기간이 길었던 구정이 끝나고 내일 아침 출근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고향에서 차례를 지내고, 선친 산소를 찾아서 소주한잔 부어드리고 간만에 잔디한번 쓰다듬고 하산했지만
명절기간 내내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산을 내려와 동네어귀로 가면서 우리집 논을 지나갈때는 선친이 벼를 베고 있는 모습이 환영처럼 다가왔다.

선친을 모신 상여가 우리집 논앞을 지나 산으로 올라갈때 상두꾼들이 새끼에 돈을 매달라고 상두를 몇번씩 세웠던 생각도 난다.

산으로 올라 갈때 상여가 뒤로 밀려서 나도, 형님도 모두 상여를 힘껏 밀려 산위로 올라갔던 그 기억이 내 눈앞에 맴도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형님은 액셀레이트를 묵묵히 밟을 뿐이다. 동생도 눈을 감고 있다.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

대학교 다니던 시절, 형편이 어려워 사진동아리 가입도 못하고 주변만 빙빙돌던 시절....
비싼 니콘 망원렌즈와 FM2가 담겨진 가방을 메고 여학생들과 몰려다니며 사진찍으러 다니던 친구들이 부럽기만 했다.

도서관 모서리에 앉아 사진책 뒤적거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기억이 나를 아프게 한다.

그 당시 고장난 오토똑딱이 카메라만 만지작 거리다 서랍에 넣고, 다시 만지작 거리고....
카메라 수리도 할줄 몰랐다...이리 저리 얻어온 생활비는 당구장과 디스코텍에, 나이트크럽에 다 갖다 바치고 친구들과 라면과 막걸리, 담배연기로로 배를 채웠던 시절...

그 당시 실사용 렌즈와 바디 1개만 있었더라면...새벽이면 지개를 지고나간 후
논 바닦에 엎드려 하루종일 뼈 빠지게 일하시던 선친의 모습을 필름에 많이 담아 두었을텐데라는 뼈아픈 아쉬움만이 나의 폐부를 쥐어짠다.

20년 가까이 길러온 온 우리집 암소, 1년에 한마리씩 팔려나간 잘생긴 수송아지....
이 수십마리의 소들이 아직도 내눈에 선하지만 사진한장 남겨두질 못한 머저리 같은
내 인생이 안타깝끼만 할 뿐이다.

고속버스, ktx를 갈아타면서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지난일들이 머리속에 맴돌아 잠도 한숨 못잤다.

영하 15도가 넘는 엄청난 추위와 찬바람 속에 삼베옷을 입고 문상객들을 맞이 했던 90년도 후반.....마당에 쳐놓은 천막은 바람에 날라가고, 삼베옷을 파고드는 살기 같은 추위를 죄인의 심정으로 참아냈던 추억도 떠오른다.

추위와 비통함에 몸을 떨고 있던 그때 석유난로를 옆으로 가져다 주시던 매형...
상주는 삼메옷을 입고, 멍석위에서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 밤새도록 곡을 하고 문상객을 맞아야만 자식의 도리를 다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추위에 자식들이 쓰러져 죽을까봐 걱정한 나머지 "내가 죽을때는 반드시 병원에 옮겨서 장사지내라" 고 말씀하시던 어머님 말씀도 가슴에 맺힌다.

병원에서 죽으면 "객사"라고 하며 반드시 집안에서 숨을 거두시는 풍습도 자식들 걱정에 잠못이루는 부모님들에 의해 동네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 같다.


이밤이 깊어 가고 있지만 잠이 잘 오지 않고, 지나온 세월에 대한 아쉬움과 내가 살아가야할 마스터플랜이 뇌리를 맴돌면서 나를 괴롭힌다.

컴푸터에 저장되어 있는 음악과 사진을 하나 하나 듣고 보면서 긴 상념에 잠기면서 내 마음을 다독거려 볼까 한다.

지난해 다녀온 실크로드 여행 사진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벌써 2년이 다되어 가지만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오늘은 아마 여행사진을 보면서 밤을 샐 것 같다.

1994년 대학을 졸업후 서울에 상경하여 잘 먹고 잘살던 내 인생에 최대의 고비가 찾아온 지난 2009년도 / 나는 내 방식대로 심기일전을 위해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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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루판을 지나 이름 모를 마을들을 지나 토욕곡이란 곳에 갔던 기억이 난다.
무척이나 더웠었다. 지나는 길에 하미과를 싸서 계속먹어면서 수분을 섭취했다.

마을에 들러 이리저리 돌아 다니다가 위구르족 소녀들을 만났다.
내손에 들여진 사진기를 보더니만 뒤돌아 서버린다.
내손에서 사진기가 놓이면 돌아서고, 들면 뒤돌아 서버리고......

나는 사진찍기를 포기하고 담배 1대를 피고, 마을 전체를 수색하듯 이리저리 기웃거리면서 돌아 다녔다.
양도 찍고, 동네 전경도 찍고, 이슬람 사원도 찍고, 들판도 찍고,.....개울물도 찍고
그러다가 흙담에 앉아 담배 한대 피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니 동네 애들이 심심했는지, 졸졸 따라 다닌다. 내가방에 꽃혀 있는 볼펜에도 눈독을 들이고,카메라에도 눈독을 들이고...내 허리춤에 찬 물통에도 눈독을 들이고.....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이 어느정도 느슨해졌을때 쵸크렛과 사탕, 볼펜을 나눠주었다.
물질공세에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이 풀렸을때 나는 사진기를 들고 포즈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애들은 디카에 상당히 관심이 많았다. 찍은 모습을 곧바로 볼수 있다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인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사진을 보여주기 위해 디카로 사진을 몇컷 찍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윗 사진 : 카메라를 들때 마다 뒤로 살짝 돌아서 나를 약올리는 모습> ___1장

<아래 사진: 나의 입담과 물질공세에 꼬여셔 모델로 적극 협조하는 모습> ___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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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전이안님의 댓글

전이안

흠... 친구 자네 때문에 나도 밤셀것 같네.ㅋㅋㅋ 가까운 동네라면 편의점에서 만나 캔맥주 한잔 하면 딱인데~ ^^
오늘밤 나도 아버지 생각에 잠못 이루는 밤이 되겠군. 아이들이 순박해 보여서 참 좋다. ^_^

박 강 민님의 댓글

박 강 민

손창익 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 또한 만감이 교차함을 주체할 수 없군요.
덕분에 저도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듯 합니다만...
위 몇 장의 사진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찾아 봅니다.
비록 잠은 못 이룰지언정 이런 교감을 나눌 수 있으니 이 늦은 시간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사우/유성태님의 댓글

사우/유성태

사랑스러운 사진과 다감한 글이
가슴을 먹먹하고도 조금은 애달픈 감정을 갖게하는군요.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중에 과연 저는 나중에
어떤 아버지로 딸들에게 기억될까 고민하게 됩니다.

숙제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서재근님의 댓글

서재근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를 먹어 갈수록 아버님 생각이 더 난다 하더군요.

구구절절히 지난날을 회상하게 하는 글을 읽으니 저역시 오래전 작고하신 아버님이 생각납니다.
항상 무섭고 어려웠던 분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이제는 내가 아버님을 보호해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얼마되지 않아 세상을 뜨셨지요.

그짧은 세월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몇년만 더 사셨어도.........

강정태님의 댓글

강정태

참, 숙연한 분위기라 말문 열기가 조심스럽군요.
사람이 나서 자라고 늙고, 그리고 떠나고 다시 탄생하고...
불교에서는 이를 윤회라고 하던가....

가신 부모님에 대한 자식들의 애상,
살아 계실 때 불효하였다고 생각하는 자식일수록
더 큰 슬픔으로 남는다고 하였으니...
그러나 그것이 효심인 것을.

부모님이 운명하실 때는 자식들이 스스로 만사를 이겨 낼 수 있음을
아셔서 믿고 가시는 것이라고 하신 어느 분의 말씀이 뇌리에 남습니다.

김승현님의 댓글

김승현

빨리들 주무세요 밤이긴데........

유인환님의 댓글

유인환

손창익님 올리신 글타래 내용이 많이 무거워
그래서 그 글을 읽은 회원의 마음도 함께 숙연해 지지만
- - -

같이 올리신 사진이 너무 밝고 아름다워서 -
글 읽은 뒷 끝 기분, 아주 좋습니다.

한 성민님의 댓글

한 성민

저도 가끔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날때마다
제 자신 스스로 최선을 다했는지 생각해보는 습관이 생겨버렸습니다.
지나간 시간을 돌이킬수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당시 철없고 부족했던 그모습도 부모님께서 사랑하셨을거라고 믿기에..
못했던 것들은 아이들에게 베풀어야 할 유산이 아닐까 합니다.

사진 속의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보니 잠깐 미운짓 한다고 해도 금방 풀어질 것만 같네요.
멋진 사진과 마음 속을 되돌아 보는 글들 감사합니다.

조현갑님의 댓글

조현갑

이 글을 어제 읽고 저의 눈가에 이슬을 머금게 했습니다!

저는 17세때(고1) 아버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예전에는 암실에서 지금은 차안에서 청승을 부릴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젠 어쩔수없이 .......... 명복을 빌뿐입니다!

그거 말고는 아무 방법이 없네요..........!

*** 어제는 손선생님이 글로서 저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오늘은 저가 사랑하는 동물을 죽이는 사진을 올려 맘을
아프게 하는군요...... 첨으로 손창익님이 밉따.......밉다고요!!!!***

손창익님의 댓글

손창익

인용:
원 작성회원 : 조현갑
이 글을 어제 읽고 저의 눈가에 이슬을 머금게 했습니다!

저는 17세때(고1) 아버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예전에는 암실에서 지금은 차안에서 청승을 부릴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젠 어쩔수없이 .......... 명복을 빌뿐입니다!

그거 말고는 아무 방법이 없네요..........!

*** 어제는 손선생님이 글로서 저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오늘은 저가 사랑하는 동물을 죽이는 사진을 올려 맘을
아프게 하는군요...... 첨으로 손창익님이 밉따.......밉다고요!!!!***



선배님 마음 아프게 하여 죄송해요^^
기쁜 앤돌핀이 나오도록 눈이 즐거운 사진을 한장 올려야 하는데...열심히 찾고 있어요

조원화님의 댓글

조원화

숙연해 지는 글입니다.
저는 초등학교3학년때 선친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친에 대한 기억은 많이 없습니다.
벌써 42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버렸습니다.
42년전 1월15일....엄청 추운날 지병으로 돌아가시고 초등학교 3학년 짜리가 상주를 하였습니다.
홀어머니 밑에서 수많은 고생을 하면서 지내온 지난날이 또다시 스쳐지나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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