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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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강정태
- 작성일 : 08-04-2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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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는 우리 라클의 중견이신 서모 선생님도 함께 하였습니다.
한참을 신나게 카메라를 들이 대면서 공원의 반 바퀴를 돌고
왕따나무가 보이는 쉼터 근방까지 와서 필름을 갈아 끼우려는 순간,
아차, 내 가방.
바로 전 필름 갈아 끼울 때 잠시 내려 놓았던 가방을 그대로 두고 그냥 와버린 것이 아니었겠습니까?
순간 정신이 아찔하여 바로 뒤돌아 뛰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허탈할 수가.....
순간 머리 속에는 "그 안에는 카메라가 없어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촬영한 필름과 값나가는 악세서리들이 제법 많이 들어있어 값으로 따지면 100만 원이 훨씬 넘고, 더구나 지금은 구할 수도 없는 것도 몇 가지 있는데.." 하는 생각을 하니 정신이 돌아버릴 것 같이 괴로웠습니다.
그래도 신고는 해야 겠다는 생각이 나서 몇 군데 초소와 안내소에 신고를 하고 돌아서서 나오는데 비참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나이 들면 건망증이 심해지거나 치매현상이 생기는 것 인가 보다. 이제 나도 다 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드니 그렇지 않겠습니까?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면서 괴로운 마음을 안고 사람들이 돌아 나오는 곳이 물레방아 쪽이므로 혹시 들고 나오는 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그 순간에 왜 그런 생각은 했는지 모르겠습니다)그 쪽으로 가 보기로 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그 때의 저의 비참한 심정과 몰골을 여러 회원님들께선 충분히 짐작 하시겠지요.
그런데 이 때 안내소에서 전화가 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받아 보니 제가 서있는 반대편에 위치한 올림픽역사관에 어떤 학생이 비슷한 가방을 맡겨 놓으면서 주인을 찾아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갔으니 가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게 얼마나 반가운 소식입니까?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로 반가웠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한편으로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내 가방일까? 꽤 값나가는 것도 들어 있는데....하는 어리석은 생각 말입니다.
더운 줄도 힘든 줄도 모르고 달렸습니다.
역사관에 들어오면서 숨이 차 헐떡거리는 제 몰골이 안쓰러웠던지 안내하시는 분이 "물 좀 드릴까요?" 할 정도였으니......
어찌되었건 그 곳에 보관된 가방은 바로 제 가방이었습니다.
그 때의 심정을 저는 지금 글로는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조금있으니 동료들이 들어 오면서 위로의 말씀을 하시는데 어찌나 미안하던지....
저는 느꼈습니다.
우리 국민의 문화수준에 대한 저의 부정적인 사고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그리고 속으로 외쳤습니다.
"대한민국 만세! " 라고, "희망이 보인다."라고.
마지막으로 "너는 못된 놈, 대한민국 국민이 다 너같은 못난 놈인 줄 아느냐?" 라고.
(그 날 애써주신 동료 서선생님 사진과 라클 정모 회원님 사진을 흉내 내 본 사진, 그리고 문제의 장소 사진 한 장 올립니다.^^)
댓글목록
김용준님의 댓글

저희들 송파구민들에게 빼놓을 수도, 아니 빼 놓아서는 안되는 멋진 장소가 하마터면 웬수같은 장소가 될 뻔 했습니다.^^
다행이셨네요. 선생님보다 훨씬 젊은(?) 저도 가끔 사진에 몰두 하다 보면 다른 한 손에 카메라 들고 카메라를 찾고 있기도 하는 걸요.^^
사진도 그동안 올림픽 공원 사진 보다 훨씬 좋은데요.
겔러리에 올리셔야 하는 사진인데 얼른 옮기시지요.
김봉섭님의 댓글

강선배님... 그모습 상상만해도 저도 머리가 쭈뼜섭니다... ^^
정말 다행입니다... 혹시나 철렁하신 마음과 갑작스런 달리기로 몸살은 안나셨는지요?
그날 촬영하신 사진들은 정말 기억에 오래 남을 멋진 작품이리라 생각하옵니다.
서재근님의 댓글

아!!!!!
그 사건이요....
가슴이 철렁 했습니다. 순간 챙겨 드리지못해 죄송하기두 했구요.
저희나라 문화수준이 세계 어느곳보다 앞선다는 이야기듣고 흐뭇했습니다.
올팍에서 읽어버린 물건은 거의 찾는다는 안내원의 이야기두요......
근데.....
첫사진, 진사 아저씨 뒷모습이 멋져보여요.....ㅎㅎㅎ
차명수님의 댓글

서스펜스 넘치는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비참"이란 말씀이 마음에 걸립니다.
저는 이런 일이 수십년 전 부터 일년에 한 두번 있었는지라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갑니다.
박영주님의 댓글

아~ 참 다행이네요.
이미 제목으로 긍정의 결론을 짐작했지만서도 읽으면서도 제가 다 조마조마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값을 떠나서 무언가 잃어버린다는 것은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스스로
지치고 자책하는 기분이 무척 크죠..^^
세월에서 오는 건망증은 아닌 듯 싶습니다.
아마도 사진에 집중하다보면 그런 일이 종종 생기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조심하셔요..^^
위의 사진들 그래서인지 아~~주 좋습니다.
위 진사님ㅎㅎ 열중하시는 모습 또한 멋지십니다...
현주리님의 댓글

결말이 좋아서 다행입니다.
글을 읽는 내내 제 심장이 콩닥콩닥..^^
김대석님의 댓글

읽으면서 손에 땀이 흠뻑입니다... 우리나라 좋은나라~
이제 다시는 그런 일은 없겠지요???
곽성해님의 댓글

누구든 한번쯤은 경험해 봤을.....
사진에 몰두하다 보면... 저또한 잊어버리고 일어설 때가 있었습니다
다행이 바로 기억이 났지만...
결말이 좋으셔서 다행이십니다...
'대한민국 만세'라는 선생님의 마지막 글이 눈에 남네요...
정순혁님의 댓글

긴장감이 느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천만다행이네요..
근데 그날 찍으셨다는 사진 너무 좋은데요..^^
지민숙님의 댓글

날씨도 무척이나 더웠던 날이었는데...
그런일이 있었군요...
갑자기 머리속이 하얘지는 그 기분...이해할것도 같습니다....ㅋㅋ
그런데 그날 담으신 사진은 정말 멋지네요~~^^*
강웅천님의 댓글

재수 좋은 날에서 이미 눈치 챘지만, 애타는 심정에 함께 가슴 졸이다가 가방을 다시 찾는 순간에는
또 함께 기뻐하며 읽었습니다.
한번 잃어버렸다 찾은 물건은 평생 간직하게 된다더군요.
좋은 사진들, 귀한 악세사리들 아껴주세요.
김형배님의 댓글

제목에서 이미 해피엔딩을 예상하고 읽은 글이라서
그리 심한 긴장감은 없었습니다.. ^^;;
하지만, 되찾으실 때의 그 기분은
가히 상상이 됩니다..
선생님과 인연이 닿은 오래 오래 함께 하실 장비들인 것 같습니다..
올팍의 좋은 기억을 하나 더 갖게 되심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이훈태님의 댓글

잃어어버린 가방이 아닌
잊을수 없는 사연을 가진 가방이되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천형기님의 댓글

잠시나마 강선생님 마음 고생이 자심하셨겠읍니다..용준님이 말씀하셨듯이 저도 요즘 자주 깜박거리는데요..^_^
그 누가 뭐래도 전 이렇게 청량감을 주는 우리나라가 좋읍니다..^_^ 대한민국 만세!!!!!!!!!!!
허은순님의 댓글

선배님, 다행이네요. 저도 물건을 잘 잃어버려서 야외촬영 할땐 카메라가방은 아예 매고 다니곤 하거든요. 놀란 가슴 쓸어내리셨겟어요.
강정태님의 댓글

위로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고, 그리고 함께 기뻐해 주신
가족같은 라클 선후배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출사 갈 때는 정신 바짝차려 주위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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