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 영화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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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lee ju yeon
- 작성일 : 07-10-2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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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변함없이 나를 흥분시키는 약물과도 같다....
유년기.
리즈테일러의 사진이다. 아름답지 않은가?
그 사진을 우리엄마의 사진들 속에서 발견했고
어린 나는 누구냐고 물어봤고
귀찮아서 였는지, 농담이셨는지
엄마는 “엄마 처녀때 사진”이라고 하셨고,
어리버리 했던 어린 나는 그말을 추호의 의심도 없이 철썩 같이 믿곤, 그사진을 보고보고 또 들여다보곤 했다.
그리곤 아마 이런 생각을 했겠지? “ 뭘 잘못드셔서 이리 변하셨나?” ㅎㅎㅎ
여하튼.. 영화배우라는 것을 사진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된 사건이었다.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는 봉신방이었다.
우리집 근처 대지극장에서 상영했던 영화였는데, 아마도 하늘나라에서 천도복숭아를 훔쳐먹고 일어나는 머 그런 영화였을 것이다.
나는 영화라는 장르에 꿈인 듯 다리가 풀리며 매료되었고, 어린나이에도 엄마를 졸라 2번씩 그 영화를 보았다.
복숭아의 그 분홍빛 과 그 주인공의 화사한 얼굴은, 내가 만지지도 직접 보지도 못하다는 것에 더 목마름을 느꼈을 것이다.
뤼미에르형제의 열차 영화를 처음 본 관객들이 느꼈을 그 몽환적인 어지럼증을 나는 유년기에 맛 본 것이다.
오 ..영화여..
그후 나는 tv를 통해 주말명화를 놓치지 않고 보게 된다.
그 시그널 음악이 흐르면 나의 가슴은 이미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오드리헵번의 로마의 휴일, 쥴리엔드류스의 사운드오브무직, 작은아씨들, 젤소미나의 길.
공포 영화매니아였던 나는 월요일마다 했던 유령야화 또한 절대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중학교 들어서본
오멘, 서스페리아 등의 공포영화는 2시간을 줄서서 기다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게 했으며,
시험기간이라도 보고싶은 영화를 보는 기쁨은 엄마한테 디지게 혼나는 역경도 가뿐하게 견디게 해 주었다.
대학들어서 다시 열린 나의 영화 세계, 짜자잔!
프랑스문화원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상영하던 프랑스 영화.
그 불어발음의 오묘함은 달짝지근한 노곤함을 선사하였고
좁은 극장에서 소수의 사람과 어울려보던 그 음울한 영화들은 마약처럼 나를 중독시키기에 충분했다.
또한, 700원만 내면 조조할인으로 2편 내지, 조금만 꽁수를 내면 3편까지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이대앞 대흥 극장에서 나의 주말은 녹아들었다.
2-3편의 영화를 연속으로 보고나오면
한낮이 지난 오후가 되어 한풀꺽인 햇빛에도 느끼던 현기증과
그 극장앞에 늘어선 빨간 돼지기름이 범벅이 된 감자탕집에서 나오는 역한 냄새를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이미 텅빈 나의 위에서 느껴지던 유쾌한 충만함을 아직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베티블루에서 느끼는 극단적이고 처절한 사랑
나인하프위크에서 느끼는 충격적 영상
퐁네프의 연인의 누벨이마주
개같은 내인생의 부드러운 감성
급기야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에 이르는 아름다움의 완성까지.
영화란 바로 나의 인생일까?
인생이라고 하기는 영화는 무겁고 위대하다.
영화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여전히 건방지다.
결국,,,,
사진은 내게 .
영화를 좋아하는 나의 최소한의 예의로 존재한다.
사진을 찍으며 느낄 희열은 바로 영화로 투영될 것을 믿는다.
그래서.
사진에 부여된 의미는 나름 비장하다.
난 묻고싶다.
사진. Are you gentle?
댓글목록
JK이종구님의 댓글

안정효의 "헐리우드키드의 생애"라는 소설이 떠오릅니다.
영화는 누구에게나 아련한 추억을 갖게 만드는것 같습니다.
조철현님의 댓글

프랑스 문화원에서 봤던 베티블루 37.2 가 생각 납니다. 당시 만나던 girl이
프랑스어 전공인 관계로 처음 가봤었죠. 덕분에 영화에 얽힌 예전 기억들이
이렇게 저렇게 떠오릅니다.^^
김주홍님의 댓글

좋은 글 읽고 갑니다.
다들 너무 글을 잘쓰셔서 이제는 글 남기기가 두려워지려고 합니다.
영화의 아련한 추억....역시 주말명화(토요명화?)가 아닌가 합니다.
김병인님의 댓글

영화이야기, 노래이야기 풀어놓으실 보따리가 무지하게 많으실 것 같습니다.
첫보따리 풀어놓으신 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많이 풀어놔 주세요... ^^;
손현님의 댓글

전 중학교 2학년 때 단체관람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첫 테이프였습니다.
인생은 '바람과...'의 전과 후로 달라질만큼 사춘기 소녀에게 충격으로 다가오더군요.
굳이 영화매니아를 떠나서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조금 틀어졌던 것 같습니다.ㅋㅋ
그 전까진 융통성없는, 자아조차 모르는, 인생이 찐빵같던 아이가...
영화 한편을 거치면서 사람과 세상에 대해, 특히 저에 대해 흥미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로 스폰지처럼 영화를 죽죽 흡수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진정한 생의 황금기가 아니었나 그런 생각도 듭니다.
열정적이고, 매사에 짜릿한 행복함을 느끼고, 목표와 계획이 명확하고...
지금은 그런 번개를 맞은 듯한 강렬한 행복감을 맛보기 힘드네요...
사진을 처음 접했을 때 사춘기 시절의 야릇한 기분이 조금 들었습니다.
체력상 그만큼의 에너지를 방출하진 못했지만
어느 순간 보이는대로 듣는대로 정보를 스폰지처럼 흡수하고 있더군요...ㅋㅋ
아름다운 사진과 카메라를 봤을 땐 정말 동공이 스르르 열리고...
그 '안달나는 기분'을 거의 십수 만에 맛본 것 같아서 무척 설레였습니다.
저 역시 사진은 영화의 연장선인 것 같습니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사진이 조금 더 클래식한 멋이 남아있더군요...
더 공부해보고 체험해보고 싶은 영역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님의 글을 읽으니 묵혀놨던 기억들이 솔솔 나와버리네요...ㅎㅎ
사우/유성태님의 댓글

과거 어린 시절 "토요명화"와 "주말의 명화"는 제게 피안의 세계와 같았었지요.
그 시간 그 추억은 지금도 아련하고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요즘 진동선 님의 "사진, 영화를 캐스팅하다"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사진평론가로 유명한 진동선님의 영화 속 사진 이야기 정도입니다만 영화를 사랑하고 사진을 사랑하기 시작한 제게는 많은 추억과 삶에 대해 지금에 대해 적지 않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낮의 피로와 힘겨움이 사진과 카메라 또는 그의 이야기들로 인해 어깨가 가벼워집니다.
삶에 미소 짓고 싶어집니다.
이원용님의 댓글

이대앞 대흥 극장에서 동시상영을 열심히 봤던 기억이 남니다.
스스로 좋아서 집중할 수 있는 몇가지 안되는 것중에 가장 호사였었죠.
지금은 누워서 Ipod를 손에 쥐고 그때 기분에 다시 젖어 듭니다.
그래도 그 당시의 긴장감은 느낄 수가 없죠.
좋은 글에 좋은 추억 되살리고 감사합니다.^^
이재유님의 댓글

누군가 가장 인상에 남았던 영화,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고 물어보면 잘생각이 안나더라구요. 확실한건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맘먹고 극장에 처음 가본 영화는 람보2와 인디아나죤스 였구요. 신문지에 난 광고지를 찟어서 간 기억이나네요.
한때는 영화의 퀄리티를 떠나서 청춘영화라면 그냥 자빠지던 시절도 있었죠. 지금도 성장영화를 너무나 좋아합니다. 음악은? 퇴근해서 집에 곧바로 와서 오랜만에 라디오에서 제가 이세상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음악이 나오네요.
In the real world
눈물이 핑돌정도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Roy Orbison의 목소리 입니다. ^^
음악 감상은 유튜브를 통해서 하세요~^^
http://www.youtube.com/watch?v=W-4ipzL6tS4
노현석님의 댓글

여러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잊혀진 장 뤽 고**선생님이 생각나는건...ㅎㅎ
과거의 영화가 현재화되는 건 또 다른 맛인 듯 느껴집니다.
좋은 글 앞으로도 읽고 싶습니다.
미리 감사드리구요^^;
근데 요즘은 뭐 보세요?......................................
lee ju yeon님의 댓글

ㅋㅋ
장뤽고다르를 아시는 걸로 보아
한영화 하시나 보네요.
광화문 씨네큐브 국제 단편영화제 하면 보러갈려고 벼르는 중이고
일단, ONCE 보는 게 제 다음 영화계획입니다.
주말은..
단편영화찍는 친구를 알게 되어
현장에 구경하려 갑니다.
현장에서 사진을 찍으려 합니다.
영화를 만드는 현장.
조명과 촬영과 시나리오과 감독을 모두 혼자 해내는 가난한 영화쟁이들의
영화만드는 모습은
아마도 치열하여서 더욱 아름답지않을까요?
김병인님의 댓글

아마도 이주연님의 학창시절에 다니셨던 학교에 서울영화집단이라는 그룹이 있지 않았나요?
3세계영화등을 연구도 하고 책도 펴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만...
영화공부하시기 좋은 환경이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영화 Once는 어찌보면 매우 지루한 영화일수도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추천해드립니다.
지난주에 보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보는 아기자기함이 돋보인다고 할까...그랬습니다.
암튼...즐겁게 사진생활하실 것 같습니다. ^^;
부럽부럽...
도광훈님의 댓글

전 이웃집 토토로가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였어요.
뭐 학교에서 단체로 가서 본 영화는 뒷자리에 앉아있던 여자애한테
꼬집힌 기억밖에 안남아있죠 으흐흐
그때 유치원에서 단체관람을 왔었는데 덕분에(?)
더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네요.
성원기님의 댓글

다섯살땐가 여섯살때로 기억이 납니다.
"사운드 오브 므직"
지금까자도 줄리 앤드류스 흠모하고 있습니다.
손승완님의 댓글

저도 초등학교 6학년 쯤 봉신방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대흥극장은 대학교 다닐 무렵 몇번 이용했었구요.
공통 분모를 가지신 분이 글을 써주시니 옛날 생각이 나는 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영화를 좋아해서 시간이 없어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요즘은 coex mega box를
이용하곤 합니다.
서재근님의 댓글

대흥극장 ....
제친구 아버님 극장 이었습니다.
중학교때 도련님 소리들어가며 공짜로 친구따라 여러번 갔던 기억이 납니다.
새삼 소식이 끊겨버린 친구 생각이 납니다.
키 크구 얼굴하얗고 부자집 아들처럼 부티나게 생긴녀석인데...
이름 조차 가물가물하내요.
곽성해님의 댓글

답답한 공간이 싫어 영화를 자주 안보지만
영화에 대해 저토록 열정을 갖고 계신 모습이 좋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성인규님의 댓글

저를 사진으로 이끌어준 작품이 바로 베티블루37.2c와 바그다드 카페 그리고 그랑브루 였습니다...어린소년의 눈에 뭐가 씌었는지 모든 컷들이 아름다운 사진을 보는듯했던 기억때문에 중학교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 언제나 특별활동은 사진반이었죠...
그리고 지금의 직업으로 이끌어준 영화는 완벽주의 마이클만감독의 라스트 모히칸,
영상과 음악의 완벽한 조화에 아직도 promentory를 출퇴근하면서 무한청음합니다 ^^
왕가위감독의 중경삼림또한 뻬놓으면 섭섭할것 같고...
로만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 또한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내 가슴속의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공감이 가는 좋은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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