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울리다가 웃긴 마터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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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강정태
- 작성일 : 07-05-14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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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이 공직자라 개인적인 외국여행은 허가를 받은 후 가야하는 제약 때문에 공무로 일본 다녀온 것 외에는 이렇다할 외국여행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해 해외여행이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세월이 지나 퇴직을 하고 산하 단체에 근무하는 특혜(?)를 얻어 허락을 받는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그래서 여러 여행지를 물색하다가 스위스를 거치는 여행 프로그램을 선택, 만사 젖혀 놓고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그 때 여행일정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한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전체 여정 중에는 스위스 마터호른을 관광하는 일정이 있었습니다(사실 수 많은 여행 프로그램 중에서 마터호른 일정이 눈에 띄어 이 여정을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스위스 여행은 처음부터 환상이었습니다.
프랑스 샤모니에서 스위스 마티니를 연결하는 몽블랑익스프레스 열차(이 열차를 타는 것도 최고의 관광임)를 타고 1시간 가량을 이동하는데 주변 경관의 혼을 뺄 것 같은 아름다움은 말할 것도 없고, 5월인데도 중간 중간 눈보라가 몰아쳐 온 천지를 흰 눈으로 뒤덮는 변덕스런 일기 덕택에 눈덮인 산하의 설경과 눈을 맞는 체험(중간 잠깐 정차함)까지 맛보는 행운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좋았던 행운도 잠시,
당일 체르마트에서 산악열차(몽블랑익스프레스 열차와는 다름)를 타고 마터호른 전망대를 향해 오르는데 중간 지점부터 구름이 끼더니 정작 목적지에 닿았을 때에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구름이 끼어 마터호른의 '마'자도 꺼내지 못하고 "내 팔자에 무슨!" 하는 자책과 더불어 아쉬운 마음을 안고 하산 하였습니다.
마을에 도착한 후 아쉬운 마음에 마터호른이 있는 산정을 쳐다보는 순간, 이게 웬일입니까?
마터호른 정상에 덮여 있던 구름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정말 화도 나고 야속하기도 하고...
부산을 떨어 봤자 해는 이미 기울어 서산으로 넘어가기 직전이라 어찌할 수 없었기 그 때의 심정을 이해 하실 수 있을런지.
그러나 내일 아침이 있으니까 하는 희망으로 억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마을에서 가장 전망 좋은 곳을 찾아 동트기를 기다렸습니다.
순간, 동이 트면서 정면으로 해를 받아 빛나기 시작한 마터호른의 웅자!
처음은 붉은 빛이 감돌더니 급기야는 눈부시게 흰 정삼각형 봉우리의 모습이 서서히 그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푸르디 푸른 하늘과 흰 눈에 쌓인 마터호른이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흰 빛을 발하면서 어우러지는 자태는 가히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그 때부터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저의 D-LUX2가 불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를 눌렀는지 나중에는 메모리카드 용량이........)
저는 지금도 그 때의 그 감격을 잊지 못해 내 조그마한 컴퓨터의 바탕화면에다 푸른 하늘과 하얀 마터호른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자태를 뽑내는 마터호른 사진(아래)을 깔아 놓고 그 때를 회상하곤 합니다.
"나는 참 운 좋은 놈이구나 " 라고 중얼거리며.....
댓글목록
차명수님의 댓글

이런 절절한 사연이...
저는 갤러리에서 이미 잘 보았습니다만 이 글 아래 붙이셨더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습니다.
강정태님의 댓글

차 교수님,
교수님께서 일러주신대로 즉시 올렸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용준님의 댓글

오랜 꿈이셨던 선생님의 유럽 여행기 즐겁게 읽었습니다.
마치 제가 선생님 옆자리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김종오님의 댓글

사진만으로도 그때의 느낌을 충분히 짐작 할 수 있겠습니다.
기회란! 항상 찾는자에게만 찾아온다는 진리가 새삼스러운 것 같습니다.
강정태선배님의 행운을 언젠가 저도 이어 받을 수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선배님의 좋으셨던 느낌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황성찬님의 댓글

저도 이번 여름을 체르마트와 자스페에서 보내려고 하는데...
먼저 다녀오셨네요.
여름이 기다려집니다. ^^
천형기님의 댓글

사모님과의 호젓한 여행...언제 일과 관계없이 여행만을 위한 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으로 선생님의 글을 읽었읍니다.
JK이종구님의 댓글

너무 멋진 체험과 사진 잘 보았습니다.
똑딱이 디카라고 상상이 안되는 사진입니다.
이원용님의 댓글

여행을 자주 다닐 수 있는 젊음이와 비교가 될까 싶지만, 그래도 훨씬 아름다워 보이십니다.
저도 호젓하고 운치있고 그런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서재근님의 댓글

오랜 공직생활로 여행마져도 맘대로 다니지 못하다, 모처럼 부부동반 여행이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즐거움이 크셨겠습니다.
천형기 선배님의 댓글에 동감 합니다.
사업하는 사람역시 부부동반 여행은 쉽지 않더군요.
여행이라기 보다는 일의 연장선상에 있기에 여행에 대한 감흥 이런것은 없었답니다.
조금빨리 라클을 알았더라면, 각박한 사업상의 여행이더라도 m이라도 하나 들고 다녔더라면, 외로움을 많이 달랠수 있었겠다 생각 해봅니다.
스위스를 몇번 지나쳤지만 그흔한 알프스 한번 맘놓고 구경할 수 없었던 각박했던 삶이 조금은 부끄러워 지는군요.
강선생님 덕분에 가봐야 할곳이 한곳 늘었습니다. 부부동반으로요.....
좋은사진과 사연 감사합니다.
임장원님의 댓글

정말로 웃기고 울리는 일정이었군요....
저는 융프라우요흐에 가서 그렇게 좋은 날씨에도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일행이 고산증이 있다는 자가 진단을 내리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산아래 두 마을만(그린델발트, 라우터브루넨) 답사하고 내려 왔지요. 물론 그 시간도 좋은 경험이었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근데 천선생님의 경험은 정말로 눈물겹다는 생각이 듭니다. ^^
강웅천님의 댓글

불암산 두꺼비 바위를 오르기 시작할 때부터 꿈꾸어오던 곳인데,
다시 올라온 글 덕분에 또 읽게 됩니다.
즐거운글 잘 읽었습니다.
김복렬님의 댓글

두분이서 정답게 다녀 왔을 유럽여행을 생각하니...부럽습니다.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훗날 저희 부부도 스위스에 자유여행으로 한번 다녀 와야겠습니다...
자유여행을 가야...... 맘대로 여유있게 사진을 찍을수 있을것 같아서요.
조현갑님의 댓글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알프스가 원래 그런 기후잖아요!
그래도 멋진 작품을 건졌군요!
정말 멋진 마테호른을 보실려면 맞은편에있는 켈른 마테호른을 올라야 한담니다.
그래도 축하 합니다........멋진 여행을 축하 합니다!!!!!
하상길님의 댓글

고등학교 시절에
마터호른 초등기를 읽었습니다.
그 때부터 마터호른은 저의 산이 되었지만
아직도 가까이 가보지를 못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니
잊었던 그 침봉이
다시 제 곁으로 다가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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