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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진을 찍고 싶다 II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박유영
  • 작성일 : 07-04-20 10:29

본문

"崔興孝는 온 나라에서 글씨를 제일 잘쓰는 사람이었다. 과거에 응시할 적에
시험 답안지를 쓰다가 글씨 한 자가 왕희지의 글씨체와 꼭 닮게 써졌다. 그래
서 종일토록 들여다 보고 앉았다가, 차마 그 글씨 한 자를 버릴 수가 없어 시
험 답안지를 가슴에 품고 돌아와 버렸다고 한다. 이쯤 되면 '이해득실 따위를
마음에 두지 않는다고 이를 만 하다.

李澄이 어릴 때 다락에 올라가 그림을 익히고 있었다. 집안에서는 그가 있는
곳을 모르다가 사흘 만에야 찾아냈다. 부친이 노하여 종아리를 쳤더니, 울면
서도 떨어진 눈물을 끌어다 새를 그려냈다. 이쯤 되면 '그림에 빠져서 영욕
따위는 잊어버렸다고 이를 만 하다.

鶴山守는 온 나라에서 노래를 제일 잘 부르는 사람이었다. 그는 산속에 들어
가 노래를 익혔다. 노래 한 곡을 마칠 때마다 모래를 주워 나막신에 던져서 그
모래가 나막신에 가득 차야만 돌아왔다. 그러던 중 도적을 만나 죽게 생겼는데
그가 가곡을 부르자 도적들이 모두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가 없었다.
이쯤되면 '死生따위를 마음속에 두지 않는다.'고 이를 만 하다.

큰 도가 없어진 지 오래되어 어진 이를 좋아하기를 여색 좋아하듯이 하는 사람
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기예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
마저도 바꿀 수 있다고 여겼다. '아!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는
것이로구나."

박지원 炯言桃筆帖序 중


취미로 하는 사진이라고 자위해 왔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뜻대로 되지 않
아도, 다른 이들에게 울림이 없어도 내가 좋아서 하는 사진이라고 합리화했습니다.
좋아하는 소재들을 골라 별다른 고민없이 마구잡이로 찍어대고 현상하면서 한 편
으로는 혼자 웃고 만족스러워 했습니다. 남들이 카메라를 보고 감탄하면 내심 흐
뭇하면서 으쓱해지기도 했습니다.

사진으로 담고 싶은 마음의 심상들을 진지하게 고민해야겠습니다. 어떻게 찍고
어떻게 현상할 지 다시 곰곰히 생각해야겠습니다. 한 장의 사진을 위해 한 롤을
날릴지라도, 필름 한 롤을 현상할 때마다 모래알을 던져 내 구두가 가득 차도록
하고 그 구두가 수십켤레가 쌓일 때까지 정진해야겠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이 그를 보는 다른 이들의 가슴에 눈물자국으로 아름다운 형상
을 만들 때까지.
추천 0

댓글목록

서재근님의 댓글

서재근

이래서 저는 라클을 좋아하고 이일을 좋아 하나 봅니다.
늦은 아침 커피한잔 들고 선배님의 글을 읽고 또 읽어 봅니다.

살아온 시간을 잠시 되돌아 볼수있는 그런 좋은 글입니다.
무엇엔가 미쳐 본다는것은 좋은것 같습니다.

JK이종구님의 댓글

JK이종구

박유영 선배님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최준석님의 댓글

최준석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내내 많은 생각이 드네요...

천형기님의 댓글

천형기

자구 하나 하나가 맘에 와 닿는군요...박원장님의 진지한 고민에 깊은 공감을 표합니다....
붙이신 제목을 화두삼아..고민모드로 돌입해야 겠읍니다...

구성영님의 댓글

구성영

여지껏 찍은 사진에 대한 여러 생각이 들면서 요즘들어서 셔터 한번 누르기가 힘이 듭니다.
박유영 선생님의 글을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전 이런 사진을 찍고 싶다.. 보다는..
어떤 사진을 찍어야 되는지 고민을 해봐야겠습니다.

이승훈( '')/님의 댓글

이승훈( '')/

생각하게 하는 글!
라이카 클럽에 빠지게 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박유영님의 글 잘 새겨둡니다.

오윤수님의 댓글

오윤수

요즘 라이카클럽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이곳이 사진클럽인지 문인 클럽인지 구분이 안갑니다.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송 준우님의 댓글

송 준우

도를 들어 이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아쉬움이 없습니다
그러나 정작
도를 들어 깨치려는 노력은 하지 않습니다
이는 감나무를 뒷뜰에 심어놓고
가을날 누군가 그 열매를 거둬 곳감을 만든뒤
제 입에 넣어주기를 바라는것과 같겠지요
라이카를 사고 습관처럼 사진을 올리며
"이건 아닌데 아닌데 하면서도"
정작 고민은 소홀히하고 어느날 제 사진이 곳감이 되어
입안에 저절로 들어오기를 바라는것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세상 이치가 어디 사진뿐이겠습니까.....

이재환님의 댓글

이재환

사진 뿐만이 아니라 세상사는 모든것에 이런 자세가 필요하지요...

좋은글에 반성 많이 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종욱 LEO님의 댓글

김종욱 LEO

가슴에 와닿는 글입니다.
제가 사진을 찍는 이유를 다시 물어보게 만드는 군요.

감사드립니다.

김종욱 LEO님의 댓글

김종욱 LEO

가슴에 와닿는 글입니다.
제가 사진을 찍는 이유를 다시 물어보게 만드는 군요.

감사드립니다.

조해룡님의 댓글

조해룡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병원에 누워서 사진에 대해서 혼자서 많은 생각중입니다.
앞으로 무엇을 찍을지. 무엇을 향해서 찍을지를..
즐거운 일요일 되세요.

장창영님의 댓글

장창영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이지만..
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박종준님의 댓글

박종준

사진을 접하는 태도를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느슨해진 마음 다시 한번 잡아주는 글이었습니다
좋은글 고맙습니다 !!

황덕우님의 댓글

황덕우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네요.

이원용님의 댓글

이원용

저도 감사하다는 글 하나는 남겨야 하겠기에...
글 잘 읽었습니다....

김정평님의 댓글

김정평

우리나라에서는 옛부터 달인에게 쟁이라는 칭호로 불렀습니다.
어떻게 사진쟁이 모임이 아니라 글쟁이 모임같습니다.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파란비/이종우님의 댓글

파란비/이종우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쉼없이 정진해나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김인택님의 댓글

김인택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지금 무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홍건영님의 댓글

홍건영

박유영님의 글은 그 뜻과 필체가 모두 좋습니다
여러번 읽어보게 됩니다.

단지 저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뭔가 포럼에 글을 올리려고 하다가 박유영님의 글과 비교해보곤 슬그머니 그만둔다는 부작용이... ^^

김찬님의 댓글

김찬

박유영님 글을 보고, 참 많은것을 느끼게 됩니다...
근래에 새로 올려진 박유영님의 사진들을 천천히 오래도록 둘러 보아야 겠습니다...

김영하님의 댓글

김영하

참 좋습니다.^^.

이종규(JkPix)님의 댓글

이종규(JkPix)

아~ 정말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다시 한번 저를 반성해 봐야겠습니다.

(너비)이광재님의 댓글

(너비)이광재

내용 하나하나가 가슴을 감동시킵니다...
정말 좋은 글이네요...

좋아서 시작한 것이지만... 아직 최고의 한장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항상 다급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정말 좋아서 한 것이라면 푸~욱 빠져서라도 최고의 한장을 만들어보겠다는 마음을 다짐해봅니다.

이운락님의 댓글

이운락

사진 찍는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는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Marcus/이정기님의 댓글

Marcus/이정기

사랑할수록 공부 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것 같습니다.

권우철님의 댓글

권우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식이 되지않고 몰입하여도 아무런 걸림이 없는 그런 사진의 세계에 자신을 밀어 넣고 무엇인가를 찾아봅니다. 쓰신 글, 산문이자 시이며 또다른 단상에 이르게 되는 모티브입니다. 정녕 봄은 또 그리 가려나 봅니다.

박형준a님의 댓글

박형준a

-덕분에 삶에 의미와 희망을 가질수있을것 같습니다....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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