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금전적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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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우현필
- 작성일 : 07-03-2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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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본 내용에 앞서 첫 글이니 긴장되네요.
여튼 매일 여러분의 글에 마음속에 라이카에 대한 열망만 커가는 '평범한 사람 A'입니다.
며칠째 감기에 몸살이 겹쳐 끙끙거리며 그래도 열심히 일을 하던 제게
이틀 전 오래간만의 밤샘근무로 다음날 하루 휴식을 보장 받은 전 집에 들어가 오전엔
휴식을 취한 뒤 오후 산뜻하게 샤워하고 오랫동안 밀렸던 여러가지 잡다한 일들을
처리했습니다.
그 중엔 '대한생명 접수처에 방문해야 할 일도 있어서 다소 무리하여 외출을 하였습니다.
풀을 잔뜩먹여 칼라를 목이 쓸릴 정도로 뻣뻣하게 다림질한 하얀 와이셔츠에 검은색
캐쥬얼 쟈켓에 검은 바지, 그리고 회색과 검은색이 대각선으로 내려오는 넥타이를 '장착'
하여 '완전무장' 복장에 거울을 보며 스스로 만족하며 시내로 나왔습니다.
본래 길치에 방향치인 전 목적지를 못찾고 1시간 반을 거리에서 헤메인 것은 사소한
일이지요.
이야기 초점은 그렇게 한시간 반을 헤메다가 한 어르신을 만나면서부터입니다.
귀에 이어폰을 끼워 음악을 듣던 제게 갑자기 50대 어르신이 갑자기 절 붙잡으며
무어라하십니다.
그래서 무슨일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에 이어폰을 빼는 사이 그분이 움찔하시더군요.
멀뚱멀뚱 쳐다보니 어르신이 어렵게 말을 꺼냅니다.
"저기 내...내가 이런 말하기 정말 힘들었습니다. 제가 이런 경우를 당한 일이 처음이라.."
첫마디에 저는 무슨일인지 눈치를 채고 그다지 기분이 안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그런데 혹시 군인이세요?"
저는 뜬금없는 말에
"예?"
하고 되물으니
"아니 머리가 군인머리에다가 발걸음도 군인 같아서... 혹시 내 후배인가 싶어서"
무슨 이 황당한 전개인가.. 본래 하려던 말은 그게 아닐텐데 하는 제 마음과 상관없이..
"그래서 혹시 장교 아니예요?"
"아닌데요."
갑자기 그 분이 어려워 하십니다. 이리저리 횡설수설 하시면서..
"그럼 무슨일을 하세요?" "여기 사시나요?"
이런식으로 딴 말씀만하시네요. 그렇게 한참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내가 근처에서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는데, 어찌해서 여기까지 어떤 대학생 도움으로
왔는데, 글쎄 여기 LIG에서 근무하는 후배가 잠시 자리를 비워서 돈이 하나도 없어서.."
결국 돈 빌려달라는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에 속으로 웃으면서 계속 이야기를 들었지요
애초에 후배없는거랑 돈이 없는거랑 무슨 상관이 있냐는 그다지 중요한 사항이 아닙니다.
적어도 저에게 있어서는...
그래서 일단 가지고 있는 현금 8,000원을 다 드리며(당시 현금 전부)
"사정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도 지금 가진게 이것 뿐이라 크게 도움이 되기는 어렵
습니다."
라며 설명을 했지만.. 그분께선 뭐 다른 사람 말걸기도 어려운데 좀 도와달라고 막무가내식
조금 당황했습니다. 그러니깐 은행에서 인출해서 돈을 달라는 이야기...
사실 저도 이번달은 그다지 넉넉한 사정은 아니라 도움을 주기 어려웠지만
결국 은행으로 가 돈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가면서 여러가지를 이야기했죠.
"사실 제가 작년 1월부터 올해까지 길거리에서 금전적 도움을 요청한 사람이 어르신까지
5명째입니다. 그런데 한명도 돈을 돌려준적이 없었습니다."
앞의 4명까지 정말로 돈을 돌려준 경우가 없습니다.
전부 차비가 없다는 이유였죠. 제 친절은 어디에도 도달하지 못한거죠.
어떤 때는 30대 아저씨가, 어떤때는 20대 면접보러 온 사람, 어떤 땐 놀러온 아가씨.
어떤 땐 아기를 등에 멘 어머니.
그리고 저는
어떤때는 계좌번호만, 어떤때는 전화번호만 어떤때는 전화번호와 계좌번호를...
그리고 몇날며칠을 기다립니다. 혹시라도 연락이 올까봐 혹시라도 계좌이체를 해줄까..
그런데 한번도 돈을 다시 갚은 사람이 없더라...
이런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그러자
"자기는 결코 그러지 않을 거예요.. 혹시 저녁에 시간됩니까/? 내가 볼일보면 식사라도
대접하겠습니다."
"그럴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그러는 사이 현금인출기에서 10만원을 뽑아 5만원을 드렸습니다.
정말 감사해하더군요. 그리고 제 휴대폰 번호만 적어가며
자기를 믿어보라고, 자기는 반드시 갚는다고 말하는겁니다.
만일 그 분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시간이 그다지
부족하지 않으니 뒤를 조심히 쫒아가보면 되는거죠.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제 저녁 연락준다던 전화는 오지않습니다.
오늘 하루종일 일하면서 가끔 휴대폰을 봅니다. 조용합니다.
이로써 딱 다섯명째 제가 도와준 금액이 20만원이네요.(가계부를 적기에 기억하느것
뿐입니다.)
혹시라도 지금 "힘내세요." 내지는 다른 동정을 이야기 하실 분들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전 결코 상처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돈이 아깝지 않습니다.
그저 조금 더 "타인의 일에 무관심 해질 것 같습니다..."
댓글목록
강웅천님의 댓글

아직까지 마음이 따듯한 분이시군요.
의심없이 마음을 베풀 수 있다니..
다른 사람의 마음을 빼앗아 가는 못된 사람들 덕분에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닫게 만드는 사회에서 진위를 구분해 온정을 베풀기는 어려운 일이지요.
조윤성01님의 댓글

가슴이 따뜻한 분 이군요!!!!!
맨 마지막글 타인에 일에 무관심 해진다...........무서운 말 입니다.
저 역시도 길거리 도움은 아니지만 친구,후배가 금전적 요청을 해 오면 대 부분 거절 하지만 딱 한마디 합니다 "갚아라,시간이 걸려도 그래야 내 맘에 남을 도룰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고".......
Francis Lee님의 댓글

사랑은 줄수만 있지 받가를 원한다고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현필님같이 줄수 있는 마음들이 모이면 밝은 세상이 되겠죠?
표주박/김진수님의 댓글

정말 멋지십니다.^^
저도 오래 전에....30년은 된 것 같네요.
수원에 산다는 여고생이 서울 와서 차비가 없다고 꼭 갚을테니 빌려달라고 해서
돈 빌려줬는데......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ㅋㅋㅋㅋ
소멸시효가 지난거라 ㅎㅎㅎㅎ
이성수margaux님의 댓글

베푸실줄 아시는 분입니다.
하지만 그 인간 들은 뻔한 거짓말을 하고 속으로 고맙다고 할 지는 의문입니다.
아무튼 쌓은 덕은 어떻게든 되돌아 올 것 입니다.
freeoj김영재님의 댓글

아..좋은 일하셨다고 생각하세요..좋으신 분이군요..^^
최_정원님의 댓글

휴대전화 사진에 의아해했지만 글을 읽고 나니 이해가 됩니다..
전 3년전에 지하철에서 3만원을 빌려간 사람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습니다만...
돈을 돌려 받기 위해 아직 한번도 전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잘 한 일인지 이젠 판단이 흐려졌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JK이종구님의 댓글

씁슬합니다.
저는 상처받기 싫어 딱 잘라 거절합니다.
서재근님의 댓글

따뜻한 마음을 가지신 분이군요.
저의 경우에는 주는순간 잊어 버립니다.
따라서 줄때도 제가 맘상하지않고 포기할수있는 범위에서만 줍니다.
한지영님의 댓글

우현필님의 좋은의도와는 달리 길에서 차비빌려달라는 사람의 99.9%는
전문 앵벌이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일반적으로 그런경우 가까운 경찰서에
가면 주민번호와 연락처 적고 차비를 빌려줍니다. 하지만 경찰서에 데려다주겠다고
하면 도망가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최광희님의 댓글

따뜻한 글인데 결코 따뜻하지만은 않군요. 저같으면 은행에 가는 순간 이미 많은 것을 포기했던지 스스로 멍청이라고 자책했던지 했을 것 같습니다.
이규환(saint)님의 댓글

참 안타까운 일이지요.
도와주는 사람은 뻔히 짐작은 하지만 일말의 동정심을 발휘하여 도와주는 것인데,
그런 경우 더 열 받는 것은 그돈을 받아쥐고 돌아서며 그 작자가 했을 생각입니다.
삼성역 주변에는 그런 짓하는 번듯하게 생긴 젊은 외국녀석도 있더군요.
미소 김태형님의 댓글

저도 그런 경우가 두 번 있었습니다.
저역시 그냥 줘도 아깝지 않을 범위에서만 줬습니다만,
씁쓸한 마음 감출수는 없죠.
우현필님의 따뜻한 마음이 조금씩 식어갈까봐 걱정입니다.
좋은 일로 되돌아 오겠죠..^^
김만철님의 댓글

전 아직 그런경우는 없었지만, 가끔 전철역에서 보는 할머니들의 바구니에는
구겨진 천원자리 몇번 넣어본 기억은 있네요.
개인적으로 정말 일 할수 없는 상태의 노인분들은 받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도와 드릴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경우에라면 저라면 뿌리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현필님의 댓글

무어랄까.. 사실 제가 글을 적은 의도와는 다른게 절 좋게 보시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글재주가 없는 것일까요..
말하자면 글의 요점은 이겁니다.
"타인의 일에 무관심 해질 것 같습니다..."
다음번엔 5만원 줄 것 2만원 주고, 두번 도와 줄 것 한번 도와주겠다는 이기심을 나타낸
것일 뿐입니다.
쓰고나니 그리고 이렇게 밝히고 나니.. 정말 제가 더 부끄러운 인간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강웅천님 아직은 제가 사회를 '이렇다'라고 판단 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닌것 같습니다.
조금 더 열심히 살아보면 그때는 아주 조금 판단 할 '생각'이 자라겠지요
조윤성01님 저도 친한 관계일수록 금전관계는 아예 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럴만한
사람을 '친구'로 두지 않았습니다.
Francis Lee님 아직은 '사랑'이 뭔지를 모르는 나이입니다. 어려운 말은...(웃음)
표주박/김진수님 그 여고생께선 지금쯤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었겠군요......후우...
이성수 margaux님 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에 최근
의구심이 생긴것 뿐입니다.
freeoj김영재님 제가 좋은 사람인걸까요.. 그렇게 봐주신다면 정말로 감사하겠지만... 스스로가 생각하기엔 좋은 사람은 아닌것 같습니다.
최_정원님 실천하기가 어렵다지요. 무엇을 실천하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때의 그 도움이 언젠가는 또 다른 형태로 다가와 표주박/김진수님의 마음이 행복해졌으면 합니다.
JK이종구님 상처받지 않기 위한 행동이 어떤때는 도움으로 작용하지요 한때 이종구님 같은 분께(사실 어린시절 친구지만요.) '거절'이란 형태로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갈길
이 갈려 연락이 끊겼지만.. 아직도 제 마음에 남아 '저'란 사람의 인격형성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서재근님 뒤끝없이 담백하실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그런분이 주변에 있었으면 하는데..
제 주변엔 없네요.(멀리 떨어져 사는 친구가 비슷한 성격입니다만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요..)
한지영님 좋은 이야기지만.. 그런 방법은 도움을 청한 이에 대한 의심이 먼저 있다는 이야기인것 같아요. 사람에 따라서는 그 방법도 좋을지도 모르지만...(그래서 어쩌란 말인지 모릅니다. 저는... 사람마다 분명 도움을 주는 방법이 다른거니깐요. 아아.. 우유부단..)
최광희님 저라고 그런 마음이 조금이나마 없었겠습니까? 그저 허울 좋은 껍데기가 조금 더 두꺼운 것 같습니다.
이규환(saint)님 글쎄요 제가 거짓 도움을 청했던 분들의 생각은 알리가 없어서 뭐라 해야할지..
미소 김형태님 좋은일로 돌아오겠다는 생각은 안해봤습니다. 다만 언젠가 제 아버지가 어려운 상황일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이기적인 생각을 합니다.
김만철님 대신 전 모금함엔 모금하지 않네요.. 차라리 그 쪽이 더 올바른 일에 제 돈이 갈까요?
첫 글이라 열심히 한분한분에게 리플을 달아보았습니다.
이틀째인 오늘도 여전히 연락이 없네요.
뭐 삼일정도 지나면 잊어버리는 성격이라 크게 뒤탈은 없습니다. 애초에 어떤식으로든 없었던 돈이라 생각하면 되니깐요.
문제는.. 가끔 제 가계부나 일기를 펼쳤을때 이런 이야기가 많다면 나중에 정말
'나는 무얼했나?'라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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